지난 19일 오후 찾은 지혜의 숲에는 아이들의 목소리,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책=정숙’이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자리를 잡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입니다. 출판사별로 만들어진 책장을 보면 출판사마다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분야별로 책을 진열하는 서점과 기존 도서관과는 다른 방식입니다. 민음사, 열린책들, 창비 등 국내 유명 출판사들이 낸 문학 서적들을 시대별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한경BP 서가에도 '제3물결', '권력이동' 등 화제를 모았던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원하는 책을 바로 찾아보기는 어려워도 책의 숲을 걷듯 천천히 책장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곳은 개관 당시 “예산이 과도하게 투입됐다” “도서관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책무덤’이다”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도서관 관점에서 보면 일리있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출판도시를 찾아 마음 편하게 머물며 책을 볼 수 있다는 곳이 적었다는 지적을 감안하면 이곳은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좁은 열람실 구조보다 널찍한 공간에서, 조금 소음이 나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출판도시를 찾았지만 막상 어느 곳을 가야 할지 막막했던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곳이지요. 지혜의 숲을 찾은 이용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습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출판도시를 찾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곳을 방문하도록 유도한 뒤, 어떤 곳을 즐길지에 적극적으로 안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증이나 구입 등 의미 있는 책들을 수집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지속해서 해야 할 일입니다. 주말에 아이들에게 예쁜 옷을 사준 부모님들이라면, 출판도시를 찾아 책의 향기를 맡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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