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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투자전망 '충격은 방심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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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악재…‘절벽’ 가능성 낮아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 2015년 하반기가 시작됐다. 상반기를 보낸 시점에서 보면 상황이 2014년보다 썩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일본의 경기 회복과 변함없는 중국 경제 성장을 보자니 우리는 제자리걸음 또는 후퇴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그리스 디폴트 등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악화되기보다 점진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건 사고와 예상하지 못한 충격은 항상 무방비와 방심에서 발생한다.

지금 우리는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와 미국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진행에도 정책 당국은 한국 경제를 신뢰한다는 뜻을 반복했다. 전체 기업 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둔화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란 말만 반복했다.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테이퍼링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곧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위로(?)를 철석같이 믿어왔다.

단기 위험 요인에 정책 당국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단기 혼란에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는 기업과 개인일 수밖에 없다. 개별 자산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진짜 문제는 자만과 아집
무방비 상태였던 한국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메르스 사태라는 원하지 않은 혼란은 사회 전반에 위기의식을 심기에 충분한 충격제가 됐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도 한국은행이 두 번이나 금리 인하를 단행할 때 주식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금리를 인하하지만 경제를 믿는다는 톤의 해석은 과연 투자자가 위험 자산에 투자해도 되는지 방향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두 번의 금리 인하가 가져 온 효과는 절대 금리 수준을 1%대로 낮춰 유동자금이 실물경제에 유통되도록 자극을 줬다. 그 후코스닥 시장이 시가총액 200조 원을 넘기며 변화를 보인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문제를 극복한다면 하반기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일 것이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 및 자산시장의 버블을 제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당연히 그 충격은 실물경제에 가해지고 주식시장도 단기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현재 미 중앙은행(Fed)이 고민하는 것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경기 과열을 사전에 조정하고자 하는 의지인 만큼 금융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도 금리 인상 결정 후 단기 혼란을 겪을 수는 있다. 특히 기업 생산과 투자, 소비 모멘텀이 급격히 변하는 절벽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버튼 하나로 창고의 전체 재고와 품목별 수량을 바로 체크할 수 있다.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생산성은 경제 환경 및 정책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개인도 과거처럼 소득수준 이상의 레버리지 소비를 자제하고 있어 소비 절벽의 발생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예고된 악재는 절대 악재일 수 없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미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본능 같다. 자만과 아집에서 시작된 결정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준다면 불행한 결과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면 단기 혼란을 견뎌야 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에 투자자가 만나게 될 예측 불가능 변수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길 바란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