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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르네상스는 성의 보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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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물건을 강조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결하고야 마는 묘한 동물이다. 남성들의 바지가 고안되고 변형되는 과정은 거의 여성들의 복장이 변해간 것과 일치하고 있다.

아직은 계급의 시대였다. 복장과 패션은 곧 계급의 구분과 등장을 의미했다. 우리나라 골프장에 가면 웃기게도 자켓을 갖추어 입도록 요구하는 곳들이 많다. 이 더운 여름철에 또 긴바지를 입고 골프를 치라니-. 그러나 골프를 치자면 어쩔수 없다. 소형차를 몰고 호텔에 들어가 주차 서비스를 받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신분과 계급은 폐쇄되어 있고 이를 통해 계급 내부의 동류의식은 강고해진다.

르네상스 인간재발견의 시대도 어쩔수 없었다. 남성들의 물건을 강조하는 브라게트도 계급에 따라 모양새와 장식이 달랐고 특히 여자들은 그랬다. 가슴을 훤히 드러나 보이게 하는 노출 복장은 귀부인들에게만 허용됐다. 아니 허용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고급 천으로 만들어졌고 그래서 비쌌다. 여기에서 하나의 차별이 진행됐다. 가슴을 드러나 보이게 하는 복장은 광범위하게 금지 됐으나 이는 서민과 평민들에 대해서였다.

신분이 높아질수록 벗어제쳤다. 「천한 신분인 주제에 감히 유방을 과시하다니-. 건방지게-.」라는 것이 귀부인들의 공통된 심리였을 테다. 어쩔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비단 빌로드 고급자수 모피와 같은 값비싼 의복은 서민들에겐 입어라해도 입을수 없었다. 이런 옷감으로 노출 복장들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도시에 따라서는 이런 복장을 금지하는 칙령들과 기타 규정들이 만들어졌다. 아담스미스 시대에까지 이어지는 그리고 오늘 날 한국의 섬유산업이 당하고 있기도 한 각종의 수출입 금지 품목은 성의 문제와 산업의 문제를 동시에 안고도 있다. 사업별 길드(독점 조합)들은 특정 섬유 제품의 수입금지를 지지했고 이는 풍속의 패턴에도 반영됐다. 그러니 서민들에게는 고급 품질의 수입옷감은 사용이 불가능했고 이는 복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것이 유방을 과시하는 계급이 귀족층이 된 배경이다. 여기에는 무론 성적 우월감이 작용하고 있다.

성적 우월감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놀라운 일치를 보이고 있다. 예를들어 군대주변 기지촌 여인들은 사병보다는 항상 장교를 좋아한다. 굳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잘 생긴 사병보다 못생기더라도 장교가 여인들의 시선을 끌게 되어있다. 단순히 계급장의 문제가 아니다. 돈이 없는 사람보다는 돈이 있는 사람에게서 여유가 배어나고 능력이 있어 보이게 마련이다. 동서고금의 진리다. 육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서민의 육체보다는 귀족의 육체가 더욱 섹시하다고 말한다면 이의를 다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