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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름은 왜 '스'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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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 요즘 신문 국제면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하신 분 있을 텐데요, 바로 이름과 성이 '스' 발음으로 끝난다는 겁니다.

정치인들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그리스인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이는 국가대표 축구팀 명단을 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납니다.

지난 6월 파로군도와 폴란드와의 경기를 위해 선발된 그리스 대표팀의 면면을 볼까요. 명단에 오른 23명 전원의 이름(First name)이 알파벳 's'자로 끝납니다. 성(Last name)도 3명을 제외하면 마찬가지입니다. A매치 출전 116회를 자랑하는 노장 미드필더 코스타스 카추라니스(소속 없음)가 대표적이구요. 이외에 핵심선수인 코스타스 마놀라스(A.S.로마), 바실리스 토로시디스(A.S.로마),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도르트문트)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유가 궁금해 주한 그리스 대사관에 문의했습니다. 그리스에서 22년 살다 온 직원분을 소개받아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명사의 성(性)을 구분하는 그리스어의 특징 때문입니다. 그리스어의 모든 명사는 남성, 여성, 중성의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이는 명사의 성에 따라 앞에 오는 형용사나 관사의 형태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남자 축구선수들의 이름은 당연히 남성 명사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헬라어 알파벳에선 '시그마[ς]', 영어 알파벳 기준으로는 's' 자가 남성형 접미사로서 붙게 되는 겁니다. 코스타스, 바실리스, 알렉산드로스, 소티리스, 니코스처럼 이름 마지막 글자 독음에 '스'자가 반복되는 배경입니다.

이름은 그렇다 쳐도 왜 성도 's'자로 끝나는 경우가 많을까요. 자식은 보통 아버지 성을 이어받는데 이때 남성형 접미사를 붙이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미혼모나 결혼 안한 부부의 자식일 경우 어머니의 뜻에 따라 여성형 접미사를 붙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의 후임으로 최근 재무장관에 취임한 유클리드 차칼로토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리스에선 예로부터 별명이 이름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유클리드'라는 이름도 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손주에게 할아버지 이름을 붙여주는 관습 때문에 '이름이 된 별명'이 쭉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죠.

여성이 결혼을 통해 남편 성을 받을 경우에도 여성형 접미사를 붙입니다. 예컨대 남편 성이 '파파도풀로스(Papadopoulos)'라면 아내의 성은 여성형 접미사인 'ou'를 붙여 '파파도풀루(Papadopoulou)'가 됩니다.

외국식 이름이나 성을 쓰는 경우도 예외에 포함됩니다. 영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동하는 그리스 국가대표 공격수 코스타스 미트로글루(풀럼)는 터키계 혈통입니다. 역시 대표팀 멤버인 호세 홀레바스(왓포드)는 그리스인 아버지를 뒀지만 우루과이 출신 어머니 덕분에 스페인식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 그리스랑 축구하면 왜 '스'자로 끝나는 이름만 보이는지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끝)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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