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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결합상품 못 쓰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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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상품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최근 이동통신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결합상품’입니다. 휴대폰과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등을 묶어 패키지로 구매하면 최대 30% 할인을 해주는 게 결합상품입니다. 이를 놓고 전체 방송·통신업계가 현재 양 갈래로 갈려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KT·LG유플러스·케이블방송 업계 측은 정부가 결합상품을 적극 규제해야 한다며 ‘타도 SKT’을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KT와 LG유플러스, 케이블방송 등도 저마다 입장 차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의 주된 타깃은 무선 시장의 절대 강자인 SK텔레콤입니다.

SK텔레콤이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결합상품을 규제해야 한다는 반 SK텔레콤 측 진영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합상품은 그 자체로는 가격 할인을 통해 소비자 후생 증가를 가져옵니다. 다만 특정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신규 시장에서 원가 이하 가격으로 결합상품을 제공한다면 장기적으로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격 인상 및 공급 축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은 2007년 결합상품이 탄생한 배경 자체가 각각 유·무선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던 KT와 SK텔레콤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정부는 결합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7년 10%였던 할인율 상한선을 단계적으로 30%까지 올립니다.

SK텔레콤의 무선 지배력이 유선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 없다”고 일축합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각 단품 시장(휴대폰 초고속인터넷 집전화)을 살펴보면 KT만 모든 시장에서 점유율이 감소했을 뿐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함께 동반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전이되고 있다면 LG유플러스의 점유율도 감소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SK텔레콤도 결합상품의 할인 혜택을 유료방송에 몰아줘서 ‘방송 공짜’ 마케팅을 해온 데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케이블방송 업계가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케이블방송 측이 대안으로 제시한 ‘동등할인’(결합상품을 구성하는 각 상품별로 동등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실장도 “통신 3사가 모두 이 같은 인터넷·방송 공짜 마케팅을 해 왔던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유료방송 제값받기를 위한 방안을 적극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즉각 SK텔레콤 측 반박에 대한 재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그동안 이슈화를 우려해 대응을 자제해 왔던 SK텔레콤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자 오히려 반기는 눈치입니다. 이들은 SK텔레콤이 2010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결합 방식으로 위탁 판매하면서 4년간 전체 순증 가입자의 80%를 독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TB끼리 온가족 무료’ 등 공짜 마케팅으로 휴대폰 시장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당장 결합상품 금지 등과 같은 강도 높은 규제가 당장 도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결합상품의 소비자 혜택이 감소하는 데 따른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결합상품 규제 여부를 검토 중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묘안을 내주길 기대합니다. (끝)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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