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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을 고릴라로 인식한 구글 포토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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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포토앱

(전설리 IT과학부 기자) 스마트폰 카메라와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의 발달로 매일 엄청난 양의 디지털 사진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진을 저장해 둬 막상 사진을 찾느라 고생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 쯤은 있을 겁니다. 클라우드 저장 공간이 꽉차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기도 했을 겁니다.

앞으로 10~20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매일 한 장씩 찍어도 10년이면 3650장, 20년이면 7300장입니다. 이 사진들을 일일이 분류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일 것입니다. 구글은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기능을 포토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했습니다.

구글 포토는 사진을 무제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평생 무료입니다. 더 매력적인 것은 분류 검색 기능입니다.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검색해줍니다. 실제로 검색 기능을 써봤습니다. 아직 한글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아 영어로 이용해봤습니다. ‘tree’를 입력하자 가로수 공원 등 나무가 찍힌 사진들을 보여줍니다. ‘glasses’로 검색하니 안경 쓴 인물 사진들만 골라냅니다. ‘gril’을 입력하니 여성 인물 사진만 보여줍니다.

놀라운 이 기능에 이용된 기술은 바로 인공지능의 일종인 기계학습(머신러닝)입니다. 어렵다고요? 쉽게 설명하면 컴퓨터를 학습시켜 인간처럼 스스로 지각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데 다양한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고 고양이임을 인식하도록 한 뒤 나중에 물어봤을 때 고양이를 알아보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이 서비스 때문에 구글이 곤욕을 치뤘습니다. 포토앱이 흑인을 고릴라로 인식한 겁니다. 흑인 프로그래머 재키 앨신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캡처 화면과 함께 “구글 포토, 당신들 모두 × 됐어. 내 친구는 고릴라가 아니란 말이야”란 글을 올렸습니다. 구글은 즉각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매우 끔찍하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고릴라 카테고리를 아예 삭제했습니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의 맹점을 보여줍니다. 컴퓨터가 과업 등을 수행하도록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민감한 문화적 차이 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설익은 서비스를 내놨다가 치명적인 결함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살 위험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센티넨트 테크놀로지의 바박 하드잣 수석 과학자는 “컴퓨터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문화적 요인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계학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가지 더. 포토 앱의 ‘공짜’ 서비스는 사실 공짜가 아닐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경쟁사들이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주는데는 다른 목적이 있게 마련입니다. 정보통신업계는 구글이 사진이란 빅데이터를 타깃 광고 검색 사업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진은 개개인의 활동이 기록된 시각화된 개인정보입니다. 포토 앱 서비스 이용자는 개인정보를 내주고 공짜 클라우드 공간을 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끝)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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