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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유튜브에 사과 동영상 올린 최고경영자들..."비싸게 팔아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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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솔직히 말씀드리면 몇 가지 실수가 있었습니다. 책임을 지기 위해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마켓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월터 롭과 존 매키는 1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공개한 사과 비디오에 직접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이 아닌 유튜브 페이지를 통해 회사 공식 의견을 전달한 겁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표방하며 고가정책을 유지하는 홀푸드마켓은 요즘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신선식품류의 표시중량을 실제 중량보다 과도하게 높게 적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지난달 25일 뉴욕시 소비자보호위원회(DCA)에서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홀푸드마켓 페이스북 페이지엔 수백개의 비난글이 쏟아졌습니다. 페이지 관리자가 "의견은 존중하지만 스팸성 메시지는 삼가 달라"는 글을 올렸다가 "분노한 소비자들의 의견이 스팸이란 말이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죠.

결국 공동 CEO들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1일 유튜브에 공개된 공식 사과 비디오에서 이들은 "고의는 아니었으며 수작업을 하다보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동시에 세 가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전국의 직원들을 재교육시키고, 제3자를 통한 감사시스템을 마련하며, 잘못된 계산에 대해서는 전액 환불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겁니다. 다만 홀푸드마켓의 대응을 높이 평가할 점이 있다면, 위기상황을 쉬쉬하며 넘겨버리지 않고 공론화했다는 겁니다. 고객의 불만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시간이 지나길 바라는 일부 기업들과는 대비됩니다.

2009년 도미노피자도 선제적인 위기관리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 매장에서 직원 둘이 피자 재료를 던지고 발로 밟으며 장난친 후 이 재료로 피자를 만들어 배달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패트릭 도일 도미노피자 CEO가 직접 나섰습니다. 사건 발생 3일만에 2분짜리 공식 사과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겁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격앙된 반응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뉴미디어 채널을 이용한 것도 평가할 만 합니다. 홀푸드마켓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엔 여전히 차가운 댓글들이 넘칩니다. 하지만 사과 동영상 내용을 짚으며 "감사에 들어갈 제3자는 어떻게 정할 것이냐" "환불을 해 준다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등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보입니다. 일부 댓글엔 페이지 관리자가 직접 사과와 함께 답변을 주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비난 분위기는 어느정도 가라앉은 모습입니다.

바람직한 위기관리는 일단 문제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여러 의견을 들으려는 '열린 자세'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홀푸드마켓과 도미노피자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메르스 관련 정보를 홀로 쥐고 놓지 않으려다 비난을 자초한 한국 정부가 떠오르는 건 우연일까요. (끝) /skyu@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