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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로 빛을 발하는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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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끝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그리스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시끌시끌합니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기관투자가들은 포트폴리오 점검에 바쁜 모습입니다.

이 와중에 단연 주목받고 있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입니다. 폴란드는 내수시장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외부 변수에 그리 큰 타격을 입거나 출렁이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는 가입하지 않고 자체 통화(즈워티)를 쓰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그리스로 인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가 불거지는 상황에서는 폴란드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겁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 폴란드 자산이 아직 저평가돼 있는 데다 그리스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중순까지 오름세를 보였던 10년 만기 폴란드 국채 금리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국채값 상승).

투자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올 들어 힘을 잃었던 폴란드 채권시장이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하더라고요.

상황이 이렇자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분주하게 폴란드 국채 투자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유니온인베스트먼트의 경우 당초 폴란드 국채를 ‘비중 축소’ 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말께 ‘비중 확대’로 수정했죠.

금융시장이 아닌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큰손들이 폴란드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대거 나서고 있는 겁니다.

폴란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중부 유럽과 동유럽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편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대부분 유럽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그리스 사태가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기관투자가들이 늘면서 점차 폴란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의 성장률이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프랑스나 영국 등 선진국 시장에 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낮아서 매력도가 높아진 거죠.

폴란드는 비교적 법 제도가 투명합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포함한 지방 도시에도 고급 빌딩들이 꽤 늘어서 있고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과거 5년간 폴란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은 독일 펀드였지만 올 들어 미국 자본이 늘고 아시아 투자자도 쉽게 눈에 띄고 있다네요.

아쉬운 점은 투자자들의 입맛을 당길 만한 고급 빌딩들이 선진국에 비해 적다는 겁니다. 투자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랄까요.

글로벌 투자은행(IB) 슈로더는 폴란드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하면 어떤 누구도, 어떤 투자 자산도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폴란드 자산은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될 것이다.”

한국에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폴란드. 조금 달리 보이는 건 저 뿐인가요.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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