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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쳐지는 북한 교도소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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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정치부 기자) 감자반, 콩반, 강냉이반, 과수반…. 작목반 이름 같지만 북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이렇게 분류해놓습니다.

북한에서는 교도소를 교화소라고 하는데요. 전세계에서 인권침해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만큼 교화소가 27개나 됩니다.

다른 구금시설인 정치수용소, 구류장, 노동단련장, 집결소는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이 정도입니다.

이 중 함경북도 회령에 있는 전거리교화소는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이 주로 수감되는 곳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이 가장 많이 확보돼 있어서 북한 교화소의 실상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증언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감자반, 남새(채소)반, 콩반, 강냉이반, 가발 눈초리(인공 속눈썹)반, 화목반, 축산반, 허약자반 등으로 분류됩니다.

분류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일부 반은 특별한 기준이 있다고 합니다. 남새반에는 재범자가 배치되는데 초범자보다 작업이 더 많고 규율이 심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벌목을 담당하는 화목반에는 출소 6개월 전인 수감자가 배치되는데 중노동을 해야하는 마음 허약한 사람들은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감자의 식사를 담당하는 구내반에는 형기가 길거나 환자 및 노인들이 배치됩니다.

그렇다면 가발 눈초리반에는 어떤 수감자들이 갈까요? 답은 젊은 사람, 시력 좋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중범죄자들이 수감되는 개천교화소도 비슷합니다. 여자동 노동반은 농산반, 과수반, 축산반, 뜨개반 등이 있다고 합니다. 조신한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 같은 뜨개반은 명칭과는 정반대로 무기노동교화형을 받은 수감자들과 비법월경(불법출국), 인신매매 등 도주 위험자들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리원들 건물 가까이에 있는 2층짜리 건물에서 수감생활을 한다고 하네요.

익히 알려진대로 교화소의 인권침해 실태는 심각합니다. 상습적인 구타, 집단폭행, 고문 등 가혹행위로 사망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강원도 5교화소는 규율을 어기면 7일 동안 음식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함흥 오로교화소에서는 하루에 2~3명의 사망자가 나와서 가마니에 시체를 넣고 산으로 옮겨 매장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면회가 허용된다는 점입니다. 보통 3개월에 1번 가능하다고 합니다. 시간은 많으면 10분이지만 대체로 5분 정도입니다.

문제는 면회 때마다 뇌물을 바쳐야한다는 겁니다. 한 탈북자는 면회를 갈 때마다 면회지도원에게 담배 1개피, 보초지도원에게 담배 1갑씩 바쳐야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지도원은 교화소 앞 보안원 가족이 운영하는 매점에서 항생제를 사오라는 ‘숙제’(?)를 내준다고 합니다. 이런 수법으로 이득을 챙겨 부자가 된 보안원들이 많다고 하니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면회객이 넣어주는 음식들은 면회반장이 창고에 따로 보관하는데 하루에 1번만 먹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식량 보급도 신통치 않은데 사식까지 통제하는 북한 교도소. 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끔찍하네요.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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