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r>g’이라는 공식 하나로 전 세계에 소득불평등 이슈를 제기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피케티는 지난해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수익률(r)은 경제성장률(g)보다 높았다’는 공식을 도출하며 자본주의의 소득불평등 구조를 끄집어 냈습니다.
이 책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약 200만부가 팔리며 그에게 ‘경제학계의 록스타’라는 별명을 안겼습니다. 각종 학회와 세미나의 단골 연사로 초빙되면서 유명세를 치뤘지만 이젠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피케티 교수는 “지금은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연구활동을 할 수 있다”며 “이런 류의 (21세기 자본과 같은) 연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좌파적 성향의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났지만, 자신이 자본주의하에서의 불평등을 연구 주제로 삼은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로 44살인 피케티 교수의 부모는 ‘5월 혁명’으로 불리는 1968년 프랑스 노동자 총파업 투쟁 당시 무력을 통해 사회를 전복하려는 트로츠키 혁명주의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극좌투쟁을 접고, 다른 많은 과격분자들처럼 1970년대 중반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조용한 삶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는 “나 역시 자본주의를 신뢰한다”며 1991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생필품을 사기 위해 상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 때 공산주의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고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유재산과 시장에 대한 신뢰와 동시에 19세기와 20세기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괴물’이 됐는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 글로벌 부유세 도입에 대해 실현불가능한 ‘유토피아 드림(Utopia dream)’이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100만달러가 넘는 소득에 대해 80%의 소득세를 강제징수하는 것은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고액 소득자에게 부과됐던 세율이며, 미국의 자본주의를 말살시키거나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았고, 소득불평등을 약화시켰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로자 평균소득의 10배, 20배의 돈을 (최고경영진에게) 주는 것은 괜찮지만, 100배나 200배가 차이가 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의 저서가 약 200만부가 팔린 피케티 교수는 소득의 얼마를 세금을 낼까요? 그는 “올해 자신의 수입중 60~70%를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며 “설사 90%를 낸다고 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득의 10%만 남더라도 여전히 많은 액수가 남아있고, 그로 인해 자신은 공공인프라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에 관해서는 “유럽이 잘못된 길(wrong path)을 선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에 긴축을 강요하는 두 나라, 즉 독일과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부채 탕감의 혜택을 받은 국가들이며 그 덕분에 30여년간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는데 마치 집단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이같은 사실을 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채탕감은 공공투자를 늘리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지금 그리스에 30년간 GDP의 4%를 빚 갚는데 쓰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에 대한 긴축 요구는 재앙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으로 그의 계획은 뭘까요. 그는 자신의 불평등 연구를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 확대하기 위한 데이타베이스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나는 아직 젊다”며 “앞으로 써야 할 책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다음번 저서도 ‘21세기 자본’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까요. /sglee@hankyung.com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