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직후 AT&T는 트위터에 푸른 지구본 모양의 로고에 무지개색을 씌운 특별 제작 로고를 올렸습니다. 타겟, 우버, 사우스웨스트 항공, 에어비앤비 등 여러 유명 기업들도 소셜 네트워크에 이번 판결을 지지하는 사진 또는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미국 대기업들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는 의견을 드러내길 꺼려했습니다. 따라서 의외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는 판결에 불만을 가지고 있을 법한 보수적 성향의 소비자를 고려하면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트위터에 판결을 축하하는 글을 올리자 한 보수단체 대표는 "굉장히 근시안적인 행동"이라며 "고객의 반절을 버리겠다는 셈이냐"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로선 흘려듣기 힘든 지적이긴 합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미국 남서부에 기반을 둔 회사인데, 이 지역은 미국에서도 동성결혼 지지율이 가장 낮은 곳입니다.
이들 기업은 왜 위험부담을 안고서 공적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한 걸까요.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 전에도 미국사회 전반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유인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제품의 질 혹은 성능 못지않게 기업 및 브랜드가 대표하는 가치관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앨런 애덤슨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걸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고객은 쉽게 떠나간다"고 지적합니다.
일례로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에이즈 예방교육에 앞장서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이슈에 참여합니다. 진보적 이미지를 설정하는 전략입니다.
리바이스는 2007년 당시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이 불거졌을 때 가장 먼저 합법화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에도 트위터 등을 통해 동성결혼 합법화를 축하 글을 여러 차례 올렸습니다. 여기에 대해 리바이스 공공정책팀 상무인 애나 워커는 "소비자들은 값 뿐만 아니라 가치에 신경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긴 했지만 아직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옹호 여부와는 별개로 점차 많은 사람들이 동성결혼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기업 경영자들은 고려해야 할 겁니다. /skyu@hankyung.com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