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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로 본 힐러리와 부시의 대선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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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국제부 차장)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선거자금 모금 실적입니다.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누가 얼마나 많은 자금을 모았는지가 당락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선거자금 모금을 맡은 각 후보 캠프 담당자의 면면은 중요합니다. 민주·공화 양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e officer)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자금책을 두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각 후보가 내놓은 정책만큼이나 이들 CFO의 성향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젭 부시가 미 프로미식축구단 ‘뉴욕 제츠’의 소유주이자 억만장자인 우디 존슨을 CFO로 영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존슨은 2008년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의 대선과 2012년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대선을 도운 베테랑 자금책입니다. 월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맨해튼에서 하루밤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모으는 역량(?)을 보이기도 했다는군요.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또 다른 공화당의 유력 후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지지하다가 최근 젭 부시쪽으로 배를 바꿔 탔다고 합니다.

힐러리 클린전 전 국무장관 캠프의 CFO는 존슨과는 정반대 성향입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4월12월 대선 출마 선언을 즈음해서 영입한 사람은 개리 겐슬러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CFTC) 위원장입니다. 존슨이 월가와 친분을 과시하는 반면 겐슬러는 CFTC위원장 때 ‘월가의 저승사자’로 이름을 날릴 정도로 월가에 적대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인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에 근무하면서 친(親) 월가 성향의 티모시 가이트너 장관과 금융정책을 놓고 맞부딪혔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후엔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도드-프랭크’법 입안을 주도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힐러리가 겐슬러를 영입한 것은 월가에 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해석했습니다.

힐러리는 실제로 출마 선언을 한 뒤 “상위 25명의 헤지펀드 매니저가 모든 유치원 교사의 수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서도 세율은 더 낮게 적용받는다”(6월13일 뉴욕 연설)거나 “트럭 운전사들이 헤지펀드 임원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고, 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일반 근로자의 300배가 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4월14일 아이오와주 방문 연설) 등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백만장자 장관’ ‘귀족 정치인’이라는 대내외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반 월가 성향의 인물을 영입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편 25일 NBC와 WSJ 설문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지지율에서 세 명의 공화당 경선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시 전 지사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48%대 40%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과는 50%대 40%,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과는 51%대 37%의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psj@hankyung.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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