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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글로비스 ‘시총 10조 클럽’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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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유통 업계 홀로 성장…공기업 잇단 ‘턴어라운드’도 눈길

(김보람 한경비즈니스 기자) 한경비즈니스가 NICE평가정보와 공동으로 선정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대 기업 중 눈여겨볼 만한 기업을 선정했다. 시가총액이 최초로 10조 원을 돌파한 기업,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홀로 성장을 견인한 기업, 다양한 수익 모델로 성장 활로를 찾은 기업 등에 시선이 집중된다.

‘10조 클럽’으로 통하는 시가총액 10조 원대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아모레퍼시픽(13조 원)과 현대글로비스(11조 원)로, 처음으로 시총 10조 원을 넘어섰다.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철강 대기업인 현대제철, 인터넷 기업인 다음카카오를 뛰어넘을 만큼 성장했다. 여기서 경제구조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산업재 중심인 한국 경제구조가 소비재 위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세는 중국 관광객과 외국시장 판매량 증가에 힘입은 실적 개선 덕분이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10조 클럽에 첫발을 디뎠던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주가가 급감하면서 시총이 줄어들어 10조 원을 밑돌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기술력’으로 실적 개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조 클럽에서 탈락했다가 올해 재진입했다. 시총 12조 원대를 웃도는 LG디스플레이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전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실적 개선을 통해 100대 기업 전체 순위에서도 당당히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2012년 448위였던 것에서 2013년 58위, 2014년 28위, 올해 9위로 수직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이 2% 정도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견인할 수 있었던 것은 수익성 높은 제품군이 많이 팔리면서 당기순이익이 9731억 원, 전년 대비 무려 876%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은 대형 TV 패널과 모바일 디스플레이다. 지난해 4분기에 186만3800대의 초고해상도(UHD)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출하해 27.9%의 점유율을 기록, 분기 단위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또한 같은 기간 4484만3000대의 대형 LCD 패널을 출하해 21분기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1위(23.6%)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7조223억 원을 올려 역대 1분기 매출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상승하기 마련이지만 LG디스플레이는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지난해 순이익은 900% 가까이 급증하는 가운데 시가총액은 33% 상승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증권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징둥팡(BOE) 등 중국 경쟁사들이 대형 LCD 패널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에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OLED가 LCD보다 높은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사업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LG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 라인에 대한 투자 계획이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0대 기업 내 속한 6개의 공기업 집단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인공은 한국전력공사(3위)·한국가스공사(33위)·KDB대우증권(41위)·강원랜드(46위)·한국항공우주산업(55위)·한전KPS(70위)다. 이들 가운데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특히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한국전력공사는 1년 사이 순이익이 3400% 늘었다. 2013년 11월 전기요금을 5.4% 올린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원료비 인하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83% 급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저유가 효과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한국가스공사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도시가스용 및 발전용 판매량 감소 때문에 2% 정도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 사업(2033억 원)과 해외 종속회사의 순이익 반영 등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렇듯 공기업 집단의 자산 구조가 급격하게 변동한 것은 정부의 공공 기관 정상화 정책이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동종 업계 날 선 신경전 펼쳐
국내 최대 방산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전년 대비 시가총액이 37% 정도 상승했다. 이는 ▷소형무장·민수헬기 개발 업체 선정 ▷1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등 끊임없는 호재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올해 역시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하반기를 목표로 항공기 정비 사업(MRO)에 진출하게 되면 항공 산업 핵심 사업군을 모두 확보하게 되는 데다 지난 3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의 성공적 발사에 참여해 기술력을 인증 받으면서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또한 최근 KAI가 최대 1조 원 규모에 이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차세대 중형 위성 2호기’ 개발 사업 재입찰에 단독으로 응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동종 업계 경쟁사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100대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가전 양판 업체인 롯데하이마트, 담배 제조사인 KT&G,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 경비 보안 업체인 에스원, 제약사인 유한양행 등이다.

이와 반대로 100대 기업 안에서 업종 간 날 선 신경전도 벌어졌다. 유통 업계에서의 희비는 극명히 갈렸다. 롯데쇼핑·신세계·이마트·현대백화점은 모두 실적이 하락하며 2014년 조사에서보다 순위가 낮아진 반면 호텔신라만 홀로 웃었다. 면세점 사업으로 호실적을 견인한 호텔신라는 순이익이 700% 정도 증가하며 덩달아 시가총액도 40% 정도 상승했다. 순위 역시 78계단 올라 51위다.

SK이노베이션·LG화학·효성·한화케미칼·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치열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곳은 57위 금호석유화학이다. 지난 3년간 공급과잉에 시달려 온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833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전년보다 7% 정도 줄었지만 실적이 뒷걸음질한 다른 석유화학사에 비하면 돋보이는 성적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개선은 합성고무의 주원료인 부타디엔 가격이 크게 하락한 반면 합성고무 가격은 하락세가 더디면서 합성고무의 판매가와 원가의 차이가 개선돼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합성고무의 가격 차이가 개선되면서 실적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고무 부문 이익이 회복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자동차와 타이어 등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합성고무 부문 수요가 약 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다수의 타이어 업체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합성고무 수요 증가율이 예년에 비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합성고무 재고가 적고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공급과잉 국면이 마무리되면 안정화를 찾을 수 있다.

주원료인 부타디엔의 가격 약세와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줄어들고 지난 하반기 국제 유가 급락과 맞물려 벤젠과 에틸렌 등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지만 수요 증가에 따른 원가·판매가 스프레드 확대로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다.

468계단 상승해 올해 38위에 오른 효성 역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효성 측은 “섬유, 산업 자재, 건설 등 전 부문의 고른 상승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 확대와 자산 매각 차익 발생 등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1일 합병을 앞둔 SK(53위)와 SK C&C(39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SK C&C의 기업 가치가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SK C&C는 빅 데이터·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미래 정보통신기술(ICT)을 선도할 사업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SK는 우수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borami@hankyung.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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