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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정부 부처·기업 위한 기사 반박댓글난 신설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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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카카오가 언론보도에 언급된 이해관계자가 직접 댓글을 게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진 중입니다.

언론사 보도에 언급된 정부부처와 기업은 물론 이해당사자인 개인도 별도 댓글 영역에 반론을 올릴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개별 아이디를 부여합니다. 언론사도 이들이 댓글을 올리면 반론을 달 수 있습니다. 해당 뉴스를 공유하면 이 댓글도 함께 붙어서 다니게 됩니다.

네이버, 다음카카오는 지난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 주재로 열린 '정부부처 온라인대변인 정례회의'에서 이같은 댓글 개편 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아직 정부부처와 기업을 상대로 아이디를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오피셜 댓글' 형식을 선보였는데요. 지난해 4월부터 특정기사에 대한 취재후일담이나 후속보도를 댓글로 제공하는 방식을 몇몇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왔습니다. 이번에 언론 뿐 아니라 기업, 정부부처 등으로 참여폭을 넓혀 오피셜 댓글을 정식도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언급된 이해 관계자가 포털이 마련한 별도의 댓글영역에서 반론을 게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첫째, 포털 뉴스 댓글은 상호 간 팩트 체크 공간이 아니라 일방 당사자의 주장을 펴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론사가 일일이 대응을 못할 수도 있어서입니다. 어젠다에 따라서는 혼란도 예상됩니다.

이해 관계자는 자기 이익을 지키는 것이 주업무입니다. 무엇보다 정부부처나 기업 홍보실 입장에서는 포털 계정으로 위기대응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나쁠 것이 없습니다. 더욱이 이해 관계자의 반론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진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포털 관계자는 "언론보도에 대해 정부부처나 기업은 공식 사이트로 해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 뉴스 댓글도 공식적인 공간인데 사실이 아닌 주장을 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둘째, 언론은 정치권이나 기업처럼 힘을 갖고 있는 세력을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의혹 제기처럼 진실추구를 위해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보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즉각적인 반론권을 제공하면 초기부터 언론보도를 아예 무기력한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포털사이트가 이해 관계자의 반론권을 두드러지게 제공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네이버 유봉석 미디어플랫폼센터장(이사)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론사가 자사 사이트가 아니라 2차 유통 플랫폼인 포털사이트에서 이해관계자의 댓글에 반론을 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이 알아서 결정할 부분이라는 겁니다.

'언론자유 침해'와는 무관한 서비스임을 강조한 유 이사는 "기자 댓글 도입 추진에 이어 한국광고주협회 요청이 겹쳐 이해 관계자가 직접 올리는 댓글까지 확장된 것이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시행시기와 형식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셋째, 기존 댓글 영역과는 다르게 이해 관계자가 올리는 댓글은 별도의 위치와 형식으로 노출됩니다. 기존의 일반 이용자가 올리는 댓글 영역에 비해 우대를 받는 건데요. 다음카카오 '오피셜 댓글'의 경우 일반 이용자 댓글에 비해 노출위치도 뉴스 바로 밑이라 가장 먼저 눈에 띄입니다.

다양한 여론 수렴의 취지로 운영되는 기존의 일반 이용자 댓글 영역은 서비스 위상이 하락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포털 뉴스 댓글이 이해 관계자의 텃밭으로 변질되는 겁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반론 댓글을 추진하는 쪽은 사이비 언론 근절을 내세웠지만 포털 검색제휴도 끼지 못하는 사이비 언론의 기사에는 포털에서 댓글이 달릴 수도 없어 이번에 추진되는 새 시스템을 통해 사이비언론을 자연스럽게 걸러낼 수 있다는 도입 취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교수는 "언론사(와 그 기자)가 포털사이트에서 이해 관계자의 반론에 댓글을 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또 반론을 올린 정부 부처, 기업에 대해 언론사나 기자는 최소한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포털들의 이번 행보가 사이비언론보다는 기존 언론을 타깃으로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온라인 뉴스 시장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포털과 언론, 이해 관계자의 논의가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 디지털전략부 기자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