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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버그가 '맥주 화장품'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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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이집트의 여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물을 섞은 맥주로 목욕했다고 합니다. 이런 맥주 미용비법은 유럽, 특히 독일에서 대대로 여인들에게 애용됐습니다.실제로 맥주 속의 글루타치온 성분은 노화를 늦춰주고, 거품 속 각질제거 성분은 피부를 맑고 뽀얗게 만들어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에게서 영감을 얻은 걸까요.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가 현지 화장품회사와 제휴해 맥주로 만든 남성화장품을 출시했다고 합니다.

제품은 샴푸, 컨디셔너(린스), 바디로션 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 성분은 맥주 원료인 맥아, 홉(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원료), 효모입니다. 맥주를 냉동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뒤 유기농 화장품 원료와 섞어 제작했다고 합니다. 각 병을 제조하는데 500ml의 실제 맥주가 사용됐다고 하네요. 현재 칼스버그 홈페이지에서 판매중이며 한 세트 가격은 63유로(약 8만5000원)입니다.

칼스버그가 맥주 화장품을 만든 건 남성 '그루밍족(자신을 가꾸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18~40세 영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5%가 피부관리를 위해 매일 화장품을 바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 중 40%는 아내 또는 여자친구의 화장품을 빌려 쓰고 있었습니다. 남성들이 직접 매장에 가서 화장품을 사는 것을 낯설어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겨냥한 칼스버그는 자사 맥주를 마시는 남성에게 "맥주로 만든 화장품이 나오면 구입할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67%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남성 그루밍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 선두에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남성 그루밍 시장 규모는 무려 1조760억원에 달합니다. 2013년에 비해 14%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 2009년 6600억 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해 5년 사이 60%이상 성장한 겁니다.

한국 맥주회사들도 남성 그루밍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려보면 어떨까요. 이런 광고 문구를 내세워서 말이죠. "맥주, 이젠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skyu@hankyung.com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