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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시세에 중국자본 영향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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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이야기) 중국이 국제 금 가격 결정체제에 본격 진입했다는 소식입니다..국제 상품시장의 최대 수요처이면서도 가격결정과정에서 배제돼있던 기존 체제를 흔들고 있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처럼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해온 글로벌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의 행보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런던금융시장협회(LBMA)는 지난 16일 중국은행(BOC)이 황금 기준가격 과정에 참여하는 8번째 은행이 됐다고 발표했습니다.이를 두고 중국언론들은 글로벌 황금 가격 결정체제가 형성된지 100여년만에 처음으로 비서방국가 출신이 참여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중국은행은 지난 3월 런던에서 출범한 전자 경매로 황금가격을 결정하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식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골드만삭스 소시에테제널럴,노바 스코디아은행,HSBC,바클레이즈 등이 이미 참여중인 이 플랫폼은 기존의 런던 황금가격 결정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은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10월27일자 글로벌금융리포에 실은 ‘金 기준가격 어떻게 결정되나’ 기사 (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102627711)에 나온 대목을 인용합니다.

“1919년 9월12일 아침, 런던에 있는 로스차일드 은행 사무실에 5명의 은행가가 모여들었다. 고풍스러운 오크나무 탁자 위에는 유니언잭(영국 국기)이 놓여 있었다.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사람은 브라이언 코케인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1차대전이 끝난 뒤 10개월이 지났지만 금시장이 여전히 혼란 상태에 빠져있다고 판단한 그는 주요 은행가들에게 금의 기준가격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의를 주관한 로스차일드 측이 먼저 1온스당 4.92파운드를 기준가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경매에 참석한 나머지 4명의 은행가는 모두 금을 사겠다고 말했다. 몇 차례 흥정이 오간 뒤 이들은 수요를 반영해 금가격을 2펜스 더 올리기로 합의했다. ‘런던 금가격(London Gold Fix)’이 탄생한 순간이었다.이후 95년간 런던 금가격은 각국의 중앙은행은 물론 광산업자 귀금속업체 거래의 기준이 됐다.세계 증시에 상장된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금 관련 파생상품도 ‘런던 금가격(London Gold Fix)’에 따라 움직인다. 처음 금가격을 정했던 5개의 은행이 HSBC 도이치뱅크 스코샤은행 바클레이즈 소시에테제네랄 등으로 대체되고, 1968년 문을 연 뉴욕상품거래소 개장시간(오전 9시, 런던 시간은 오후 3시)에 맞춰 한 차례 더 가격을 발표하고, 2004년 전화회의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금가격을 정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거래 금은 400온스(12.4㎏)의 골드바다. 매수•매도 주문량의 차이가 50바보다 적으면 가격이 결정된다.회의는 항상 15분 내 끝난다. 회의 기록도 없다. 회의에서 가격과 거래량이 얼마였는지도 알 수 없다. 5개 은행이 담합을 통해 금값을 결정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5월 이 같은 비판이 현실로 확인됐습니다. 영국 금융당국은 파생상품계약에 대한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금가격을 조작한 혐의로 5개 은행 중 하나인 바클레이즈에 2600만파운드(약 44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거지요.독일 등 다른 나라 금융당국도 5개 은행에 대한 조사와 처벌에 나섰구요.지난 3월 황금가격 결정시스템이 바뀐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격 결정 판이 바뀌는 이 때를 중국은 기회로 봤습니다. 중국에서는 ”황금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데도 국제가격 결정에는 소외됐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상하이가 지난해 9월 상하이자유무역지대 내에 국제 금거래소를 개장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보유한 황금은 가장 최근에 공개된 시점(2009년 4월)이후 3배 늘어난 3510t에 달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4월 추정했었습니다. 중앙은행 기준으로 8133t을 저장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황금을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황금 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시장에서도 가격결정권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연내 상하이자유무역구에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원유선물거래소가 대표적입니다.작년 12월16일 한경+에 올린 ‘중국, 국제유가 결정권 도전...상하이에서 원유선물 거래’ 란 글(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category=&aid=201412166836A)를 통해 상세히 소개한 적이 있지요.

이젠 국제원자재 시장의 동향을 보려면 중국 경제 뿐 아니라 중국 자본의 움직임까지 면밀히 들여다봐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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