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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월요병도 없애준 달콤남 '사무관님' 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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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란 한경 텐아시아 기자) 배우의 얼굴이란 참 오묘하다. 맡은 역할에 따라 잘 생겨보이기도 하고, 때론 못나보이기도 한다. 오죽하면 ‘잘 생김을 연기한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권율은 누가봐도 고운 얼굴을 지닌 ‘꽃미남과’, 그런 그가 이제야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다는 것은 조금 놀랍다. 영화 ‘피에타’ 속 기타남부터 ‘명량’ 이순신 아들, 드라마 ‘우와한 녀’ 동성애자까지. 평범하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은 권율이기에, tvN ‘식샤를 합시다2’에서 그가 맡은 사무관 이상우 역할에도 ‘뭔가 있을 것’이란 의심(?)이 들었다.

재벌 2세, 5급 공무원, 꽃미남. 로맨틱 코미디 속 완벽남의 규칙을 그대로 따른 듯 한 이상우였지만, 역시나. 그는 예상못한 타임에 ‘욕설’ 연기로 반전을 선사했다. 완벽한 사무관과 욕쟁이 상남자 사이에서, 권율은 자신의 색을 적절히 첨가해 양면을 지닌 이 인물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사무관님’. 한때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실장님’과 ‘본부장님’ 이래로 이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직함이 있었던가. 드라마의 배경인 세종시마저 로맨틱하게 만든 주인공 권율을 만났다.

Q. ‘식샤를 합시다2′ 속 이상우는 그간 보여준 캐릭터들과는 조금 색깔이 달랐다. 어떤 기대로 인해 출연을 하게 됐나.

권율 : 2015년에는 좀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이 약간은 어둡고 무거운 것이 많았거든. 이번에는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식샤를 합시다2′ 출연 제안이 왔다. 생각해보면 ‘먹방’만큼 친근한 소재도 없잖나.

Q. 본인의 말처럼 기존 캐릭터들은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었는데, 의도한 흐름이었나.

권율 : 아마 잘 하는 것보다는, 잘 해보고 싶은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 하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 동안은 내가 연기를 해보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캐릭터들이 어느 틈엔가 하나의 군을 이루는 것처럼 됐더라.

Q.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인기에 힘입어 연장도 했고.

권율 : 이전의 작품들에 대한 피드백들이 주로 부모님 세대를 통해 왔다면 이번 ‘식샤를 합시다2’는 또래 친구들이나 젊은 시청자들에게 많이 어필한 것 같다. 댓글을 일일이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인터넷에서도 젊은 네티즌의 반응으로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Q. 상우를 두고 많은 애칭이 있더라. 월요병이 사라진다고 ‘월요병 킬러’부터 두근거려 잠을 못 잔다고 ‘카페인남’ 등등.

권율 : 하하. ‘심장폭격남’ 그런 것도 있더라. 보고 많이 웃었다. 그런 반응들 모두 감사하다. 그런데 사실 애칭보다는 상우를 지지해 주시는 반응들을 보면서 ‘공감하면서 봐주시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Q. 그래도 기억에 남는 애칭이 있을 것 같은데.

권율 : 애칭보다는 ‘사무관’이라는 호칭이 좀 특별했다. 수지(서현진)가 상우를 사무관님이라고 주로 불렀다. 내게도 생소했던 단어였고, 시청자들에게도 기존 드라마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표현이었을 거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상우를 통해 많은 시청자분들이 사무관이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느끼게 됐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Q. 한때 드라마에 남자주인공의 직함으로 본부장이 유행했다. 이젠 사무관으로 바뀌려나.

권율 : 그럴지도. 하하. 앞으로 공무원 드라마가 많이 나올 수도 있겠다.

Q. 수지와 대영(윤두준)의 해피엔딩이 상우에게는 새드엔딩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결말에 아쉬움은 없을까.

권율 : 저는 시청자 입장이 아니고 그 안에 들어가 연기를 해야하는 입장이다. 결말에 집착하거나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상우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풍성하게 보여주느냐에 집중했다. 정해진 결말은 있겠지만 쉽게 유추되지 않도록 연기하고 싶었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거기에 에너지를 뺐기기 보다는 캐릭터를 대중들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하는데 노력했던 것 같다.

Q. ‘식샤를 합시다’하면 먹방인데, 상우는 먹방이 별로 없었다.

권율 : ‘식샤를 합시다’ 시즌1을 재미있게 봤었다. 먹방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먹방을 잘 하려면 맛있는 표정이랑 리액션을 잘 해야 한다고 해서 나름 연구도 많이 했다. 하지만 막상 대본 보니까 먹방이 별로 없었다. 첫 먹방이 대영이와 인도 커리를 먹는 장면이었다. 기다리던 먹방이라 열심히 먹었는데 감독님이 ‘상우가 캐릭터도 있는데(상우는 식욕이 별로 없다는 설정) 너무 맛있게 먹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시더라. 그래서 먹방을 자제하면서 촬영했다. 그 이후에는 상우 먹방이 별로 없더라. 먹방이 워낙 공을 들이는데다 오래, 많이 먹어야 한다. 아쉽긴했지만, 두준이랑 현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 보면서 한편 다행스럽고 미안하기도 했다.

Q. 먹을 기회가 많이 없었지만, 그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는다면.

권율 : 게국지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 보는 음식이었고 맛도 새롭더라. 음식이 맛있어서인지, 처음 접한 음식이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Q. 요즘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뜨는데 요리는 좋아하는 편인가.

권율 :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는데 재미있기는하다. 내가 만든 음식을 나는 맛있게 먹는데, 다른 사람 입맛에는 어떨지 모르겠다.(웃음) 제대로 배우면 잘 하지 않을까 싶다.

Q. 예전에 ‘윤계상의 원테이블’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파를 썰다가 손을 다친 적도 있는데.

권율 : 그 당시에는 사실 요리를 열심히 안 했다. 프로그램 안에서도 다양한 포지션이 있어서, 요리를 싫어하는 남자와 좋아하는 남자가 만나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꾸려가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나는 요리를 싫어하는 입장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서툴러서 실수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요리라는게 아주 어려운게 아니라 노력하면 되는 면이 있어서, 재미있는 것 같다.

Q. 상우는 사무관이었지만, 공무원으로서 모습은 많이 안 나온 것 같다. 캐릭터 준비하면서 어느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나.

권율 : 상우의 첫 인상과 그 이면의 다른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공무원으로서 상우가 반듯해 보이지만, 처음으로 욕을 하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게 이중인격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든 친구들, 가족들, 선후배와 있을 때 보이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듯이, 상우 또한 그런 현실적인 이해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간극이 너무 적으면 드라마틱한 요소가 적기 때문에, 그것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Q. 욕설 연기를 아주 찰지게 구사하더라.

권율 : 남자들은 한 번씩 욕을 다 하지 않나.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친근감의 표시로 욕을 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현실에서 잘 쓰이는 욕설 어휘들을 사용해서 찰지게 입에 붙었다는 칭찬을 받은 것 같다. 하하. 현장에서도 빵빵 터졌다.

Q. 대본에는 욕설 대사가 어떻게 적혀있었나.

권율 : 대본상에도 대표적인 욕설 표현이 적혀는 있는데, 꼭 그대로 하지는 않았다. 욕설 가이드 라인(?)은 있는데, 입에 안 붙는 욕을 해서 어색하기 보다는 ‘상우가 욕을 하고 싶은 상황’이라는 것이 잘 전달되게끔하는 게 더 중요했다.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욕이 필요했기 때문에 굳이 단어 하나하나에 얽매이지 않았다.

Q. 상우는 소문이나 평판을 굉장히 신경쓰는 인물이었는데, 권율은 어떤가.

권율 : 원래는 그런것에 신경을 안 쓰는 성격이었다. 예전에는 주장이 뚜렷한 성격이었고, 특히 10대 후반 20대 초반에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나이가 들면서 내 주장이 남에게는 고집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직업이기에 눈과 귀를 열어야겠더라. 예민하게 신경쓴다기 보다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Q. 상우의 순정남 면모가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작품으로 여성팬이 늘었을 것 같다.

권율 : 글쎄. 그래선지 모르지만, 시청률 공약 이행 때 주먹밥을 나눠줬는데, 비율로 따지면 150명 중 148명 정도가 여성분이셨다. 그런걸 보면 여성들의 지지가 많지 않을까 싶긴 하더라.

Q. 그래도 남자팬이 두 명 정도 있었네.

권율 : 남자 분들은 그냥 주먹밥만 받고 가시더라. 하하.

Q. 상우는 조건을 보고 접근한 수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사랑에 조건도 필요하다고 보는지.
권율 : 당연히 한 사람에게 내가 마음을 열었다면 그 사람만 바라본다. 그것은 책임이자, 약속이자, 도리가 아닐까. 한 눈을 판다면 그게 잘못된 거지. 사랑에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조건은 중요치 않다.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그 사람의 본질이 나와 맞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람의 성향과 본질과 성격이 나와 얼마만큼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Q. 17회에 상우가 술에 취해 수지를 잡는 장면이 많이 회자되더라.

권율 : 사실 그 장면은 원래 대본상에서는 누워서, 약간의 잠꼬대랄지… 술주정처럼 하는 것으로 표현돼 있었다. 하지만 상우가 수지를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서, 이 사람이 흘리듯이 말하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취중진담을 하듯이, 하소연을 하듯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잡듯이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워있다가 일부러 일어나서 수지를 두 손으로 직접 잡고 이야기를 했다.

Q. 일종의 애드리브였던 셈이네. 그런 식으로 애드리브가 더 해진 신들이 더 있나.

권율 : 수지가 청사에 도시락을 가져왔다가 청원 경찰에 걸려서 혼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상우가 수지를 데리고 나온 뒤 “존X게 무섭네”라고 말하는데, 사실 대본 상에 그런 표현이 없었다. 긴장된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수지에 대한 상우의 배려심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그런 대사를 제안했는데, 감독님이 좋다고 해주시더라.

또 18부에 공무원 친구들이 집에 와서 막 집을 엉망으로 망가뜨린 상황에서 제가 발로 차면서 깨울 때, 우유를 입으로 마시려다가 컵에 따라 마시는 장면이 있다.(4회에서 대영은 상우에게 쉽게 상하는 우유는 컵에 따라마시는 것이 좋다고 자취생활 팁을 일러줬다) 원래는 왁자지껄하게 상우가 외롭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데, 상우가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우유신을 제안 했다. 그래서 두 가지 버전으로 찍었는데 제가 제안했던 신이 방송됐더라.

Q. 개인적으로도 좋았던 신들이다. 그런 섬세한 애드리브가 녹아 있었나.

권율 : 상우의 캐릭터를 조금씩 확장하고 넓혀가면서, 생생하게 살아있고 매력적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무엇보다 그런 제안들을 잘 들어주시고 반영해 주신 감독님과 제작진을 만나 행운이었다.

Q. 1인 가구 드라마라 주인공들의 집이 자주 나왔는데, 상우집이 멋지더라. 세트였나.

권율 : 파주에 있는 음악 감독님의 실제 집이다. 아파트는 아니고 타운하우스다. 상우에게 좋은 집을 빌려주셔서 감사하다. 종방연 때 음악감독님을 뵀는데 ‘집에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줘서 감사하다’고 하시더라. 오히려 제가 집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서 감사하다. 하하.

Q.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는데 힘들지는 않나.

권율 : 일 안하고 쉴 때가 더 힘든 것 같다. 데뷔하고 나서 일을 매우 하고 싶어도 기회가 별로 없던 시기가 있었다. 배우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당하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신인 때는 보여드리고 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어도 표출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오히려 행복하다. 삶의 에너지가 충분히 쌓이고 있는 것 같다.

Q. 남자치고 얼굴선이 참 고운 편이다. 외모에서 오는 캐릭터적인 고민은 없었나.

권율 : 부부는 얼굴이 닮는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의 생각이 얼굴에 다 들어난다고도 한다.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결국 외형적으로 드러난다고 믿는다. 외형만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겠지만, 결국 목표한 바를 향해 달려가다보면 그 마음이 밖에 드러난다. 내가 뭔가 바꾸거나 성형한게 아닌데 얼굴이 좋아보인다는 칭찬을 듣기도 하고, 반대로 심적으로 고민이 있으면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고들 한다. 외모를 넘어서, 정서나 느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그럼에도 매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한다.

권율 : 외형적으로 한계를 정하고 막을 씌우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싶은데, 왜 저런 역할로만 찾지’ 하는 답답함도 물론 있었다. 제가 하고 싶은 연기,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늘 고민 했다. 예를 들어 ‘피에타’에서 청계천에서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한 아이의 아빠라는 캐릭터가 제 외적인 이미지와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절박한 심정을 담아 표현하려고 했기에 많은 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다. 낯설지만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후에도 쭉, 마음의 얼굴이 외면에 비쳐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Q. 이 다음엔 또 어떤 변신을 꿈꾸고 있나.

권율 : 해보지 않았던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 특히 요즘 생각중인 것은 1차적인 감정표현을 하는 마초적인 남성상. 동물적인 느낌의 남성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번에 상우가 보여준 외향적인 이미지와 반대의 악역이나 살인마, 또는 껄렁껄렁한 동네 한량이라던지. 전혀 예상 못하는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 (끝)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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