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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열정 있는 그들이 취업에 실패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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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한경 잡앤조이 기자) 이제 ‘스펙 상향평준화’는 더 이상 영어성적이나 학점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경험’이라는 정량적인 역량도 갈수록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경험이 최종합격을 백퍼센트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CJ CGV 입사를 위해 자퇴 후 서비스경영학과에 입학한 취업준비생 한모씨는 다양한 서비스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CJ가 자소서에서 요구했던 ‘고객의 입장에서 CJ CGV가 개선해야 할 점 한 가지와 아이디어를 적어라’라는 항목을 위해 새로운 트렌드를 기획하고 시민 6천여 명에게 투자도 받았지만 결국 불합격통보를 받았다.

이처럼 남다른 경험을 어필했지만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한 그들. 이들은 왜 탈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전문가를 통해 냉철히 되짚어보기로 했다.

#1. 한 달간 20개 은행 다니며 업계 분석한 A씨

올 초 우리은행의 신입행원 개인금융 서비스직군에 지원한 A씨는 한 달 동안 20여개의 우리은행과 다른 시중은행 지점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지점이 한산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은행업무와 은행의 장단점 등을 묻고 꼼꼼히 메모해 두었다.

바로 우리은행의 자소서 문항 중 ‘우리은행 영업점과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시고 우리은행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비교 설명하여 주세요’라는 한 개의 문항을 위해서였다.

특히 올 초 채용설명회에서 우리은행 인사담당자가 ‘우리은행만의 자소서를 써라’라는 조언을 했기에 작년부터 우리은행만을 염두에 두며 스크랩했던 신문기사를 참고해 우리은행의 어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기술을 분석하는 데 역점을 뒀다. 또 행원의 필수 덕목이 ‘정직’이라는 점에 착안해 평소 정직하게 행동했던 경험도 적었다.

주변 선배들을 통해 우리은행이 특별히 선호하는 행원의 인상도 분석했다. 우리은행 행원들이 대개 ‘배려심 있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서류전형 탈락이었다.

=> “행원의 역할이 고객응대만은 아니다”

우선 인사담당자의 ‘우리은행만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라’는 조언의 의미부터 파악해야 했다. 취업준비생의 눈높이에서는 대부분의 은행이 간판만 다를 뿐 제공하는 서비스나 영업형태 등 모든 것이 동일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경쟁 금융사 중에 왜 여기를 지원했는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고 뻔한 조언을 들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이 4년제 대학 졸업자를 계장급 사원으로 선발한다는 이야기는 고객응대가 주업무인 지점에서만 활용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대개 이런 고객응대에 초점을 맞춰 지원서를 작성한다. 대부분 ‘고객 지향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영업에 자신있다’ 등의 방식으로 어필한다. 이러한 문장은 평범하면서도 지원 직무나 직군에서 요구하는 역량이나 자세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은 2012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채용인력을 줄여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여신, 개인금융, 수출입, 카드 등 다양한 분야 중 관심 있는 분야를 경험해보고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정리해두기를 권한다.

#2. 현대모비스 해외법인 찾아다닌 B씨

B씨는 3년 전, 현대모비스의 상·하반기 공채 해외영업 직군에 지원했다 모두 서류전형에서 고배를 마셨다. B씨에게 현대모비스는 특별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4학년 1학기, 이 회사에 다니는 학교 선배에게 취업 조언을 구하면서 회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 길로 한 곳만 바라본 B씨는 다양한 준비를 했다. 우선 현대모비스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대학로와 종로를 누비며 설문조사를 하며 노력한 끝에 최우수상을 받았다. 모비스 통신원이라는 대학생 홍보대사 프로그램에도 도전했다. 공모전 상금 전액으로 1000개의 휴대폰 액정클리너 고리와 깃발 등 홍보용품을 제작했다.

이걸 가지고 싱가폴 F1 그랑프리 현장에서 모비스를 알렸다. 마침 호주에 모비스 현지법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이번에는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해 호주로 떠났다. 회사 로고가 적힌 깃발을 들고 호주 법인이며 시드니 시내를 누볐다. 그 후 1년 뒤, SNS 마케팅 공모전에도 도전해 입상했다.

2012년에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주최하는 ‘현대자동차 채용설명회’에 발표자로 참여해 인사담당자 앞에서 모비스에 대한 애정과 그간의 열정도 어필했다. 하지만 역시 또 ‘서류 탈락’. 그는 올 상반기에도 도전했다가 탈락했다. 그리고 이제 아홉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 “어필하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동기를 찾아라”

모비스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 경험한 내용들은 모비스 한 곳만 보고 달려왔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선 여러 경험을 하게 된 동기가 순수해야 하고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까지를 유기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 산업은 완성차의 품질과 직결된다. 현대자동차 역시 모비스를 중심으로 주요 협력사들과 부품 품질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와 개발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활성화가 안 돼 있지만 애프터마켓에서의 부품 시장도 중요하다.

현대자동차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부품추가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모비스의 주요 부품들은 완성차에 납품되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능과 내구성을 보장하는 장점과 동시에 범용성을 가져야 하는 불리한 점도 있다.

또 고가의 파워트레인은 다른 완성차 업체에 B2B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산업 전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 관심이 있으며 입사 후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아보기를 조언한다. (끝)

도움말. 신현종(페어링H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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