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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수정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 그 자체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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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운 한경 텐아시아 기자) “당신을 두고 썼어요.” 이 말을 듣는 배우는 어떤 기분일까. 임수정은 “감동”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은밀한 유혹’과 임수정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한 작품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쓰였는데, 어찌 흔들리지 않겠는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흔들릴 수밖에 없는, 마음이 확 열릴 수밖에 없다. 이런 작품을 만난다는 게 절대 쉽지 않다. 이렇게 임수정은 ‘은밀한 유혹’에 합류했고, 성공적으로 끝냈다. 임수정은 완성된 영화를 선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고 기분을 표현했다.

그리고 임수정은 ‘성장’했다. 가장 먼저 작품에 합류해 배우와 스태프가 꾸려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느덧 임수정은 현장에서도 ‘선배’ 위치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만 잘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현장의 일원으로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많았다. 이 때문에 영화를 마치고 난 뒤 스스로 “부쩍 성장한 느낌이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만족했다.

임수정과 동의어쯤으로 인식되는 ‘동안’도 잠시 내려놨다. ‘은밀한 유혹’ 지연은 임수정의 맨얼굴에 가깝다. 영화 속 상황이 만들어내는 감정 그대로, 임수정은 자신의 얼굴을 통해 지연을 만들어냈다. 뭔가를 생각하고, 준비해서 내뱉기보다 본능으로 임했다. 당연히 이전 임수정의 얼굴과 ‘은밀한 유혹’은 달랐다. 머리가 아닌, 조금 더 가슴으로 품고자 했다. 동안은 저절로 지워졌다. 임수정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반갑다.

Q.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3년 만이다. 작년에 영화 2편 촬영에 바빴지만, 대중에겐 정말 오랜만이다.

임수정 :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또 어떤 면에서는 담담해진다. 캐릭터처럼 복잡하다. 하하. 근데 매번 그랬다. 영화 나오기 전에는 생각이 많아져서 잠자리도 설친다. 분명 피곤한데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Q.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건가.

임수정 : 인터뷰에서 나눴던 이야기도 생각하고,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도 하고. 인터뷰 과정이 매번 힘들다. 영화를 15편 이상 해왔는데도 항상 힘들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만나는 자리가 첫 관객이라고.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GV(관객과의 대화)처럼, 소규모 GV를 하는 느낌으로 한다면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서히 잠이 들었다. 하하.

Q. ‘임수정을 생각하고 썼다’는 말을 들었다. 배우로선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이 싫어도 싫다고 할 수 없는, 짐을 지워주는 게 아닐까 싶다. 만약 ‘임수정을 생각하고 썼다’는 말이 없었어도 선택했을 것 같나.

임수정 : 사실 ‘당신을 두고 썼어요’라고 하면 정말 감동이다. 어느 배우가 흔들리지 않을까. 마음이 확 열린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작품을 다시 받아도 선택했을 같다는 거였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캐릭터가 어려웠다. 그래도 나를 두고 쓴 거에 대해 고마움 마음에 부족하더라도 잘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장 먼저 이 영화에 참여했고, 그다음으로 촬영팀 미술팀 등 스태프는 물론 다른 캐스팅이 진행됐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갔던 작품이다. 그래서 완성된 영화를 선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뿌듯한 느낌이다.

Q.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은밀한 유혹’과 같은 경우가 있었나.

임수정 : 지금 딱 떠오르는 작품은 ‘각설탕’이다. 몇 년 전이라서 ‘나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수정 씨가 꼭 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 같다. 그때도 마음이 확 열렸다. 그게 고생길이었지만. 상대 배우 말이랑 고독하고 외롭게. 하하. 내가 그런 거에 약한 것 같다. (Q. 임수정 캐스팅하기 쉽겠다. 하하) 정말 그러는 거 아니야. 하하. 그런데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는데도 참여한 것도 있다. 그런 건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경우도 다른 배우들 캐스팅이 잘 안 돼서 ‘너 볼래’ 이렇게 해서 참여했던 작품이다.

Q.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당시 임수정 성향으로는 딱 선택할 만한 작품이다. 지금이었다면 달랐을 것 같다.

임수정 : 애정 하는 작품이다. 지금이어도 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 어디선가 보지 못한 캐릭터, 한국 영화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캐릭터에 빠진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설탕’ 캐릭터가 그랬고, ‘은밀한 유혹’ 캐릭터도 흔한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클래식할 정도로 고전적인 색깔이 많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고, 캐릭터도 그렇다. 그래서 도전의식이 생겼던 것 같다.

Q. 혹시 감독님께 ‘왜 나를 염두에 두고 썼는지’에 관해서 물어봤나.

임수정 : 물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나니까 캐릭터가 하나의 모습이 아닌 여러 가지 감정 상태를 보여야 하는 캐릭터다. 극 중 그녀가 겪는 파란만장한 일생처럼. 그런 점 때문에 나라는 배우한테 주신 게 아닌가 싶다. (Q. 그건 자기 자랑인데) 깨알 자랑. 하하.

Q. ‘은밀한 유혹’이란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영화에선 섹시, 팜므파탈 등을 선택하지 않았다. 분명히 그런 지점을 기대하는 대중이 있을 것 같다.

임수정 : 대본을 다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표면적인 유혹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유혹이란 단어에서 떠오르는 그런 섹시함이 아니라 내 마음을, 욕망을 건드리고 흔들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즉, 심리적인 유혹이라고 봤다. 그런데 관객들이 생각하는 기대가 있다. 그걸 그나마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던 장면이 키스신이다. 배우들끼리도 그렇게 생각했고, 감독님도 그 신만큼은 로맨틱한 키스신이 아니라 굉장히 진한 장면으로 연출되기 원했다. 그 장면 하나로 키스 이상의 관계까지도 상상하게끔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다.

Q. 그 키스신을 위해 상대 배우인 유연석이 와인을 마시고 임한 건가. 하하.

임수정 : 소품으로 준비돼 있던 와인이다. 조금씩 나눠 마셨고, 그가 조금 더 마셨을 뿐이다. 하하. 베드신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을 찍으면 여배우 못지않게 남자 배우도 예민해진다. 여배우를 배려하는 현장 분위기도 있고, 왠지 모르게 남자가 리드해야 한다는 게 있어서 티를 낼 수가 없다. 아마 그래서 연석 씨가 같이 마시다가 조금 더 마시지 않았을까.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키스신이다. 사실 감독님이나 연석 씨한테는 안 했던 이야기인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좋아한다. 포스터에도 나오는, 영화 속 그 키스신 있지 않나. 숨이 턱 막힐 것 같고, 남성성이 확 드러나는 그 키스신 말이다. 지금과는 다른 감성이지만, 이 장면이 그런 느낌으로 찍힌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Q. 최근 유연석이 한 방송에서 임수정의 입술 위에 점을 매력 포인트로 꼽았던데.

임수정 : (입술 위에 점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더 진하게 해야 하나. 하하. 어릴 때는 사실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은 마음에 든다. 적당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연석 씨가 그 이야기를 해줬을 때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그의 어깨를 이야기했고. 서로 주고받는 느낌이다. 하하.

Q. 영화에서도 유연석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무엇보다 비주얼 케미가 좋았다고 할까.

임수정 : ‘케미’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 좋은 것 같다. 자꾸 깨알 자랑을 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매력 있는 배우들과 같이 호흡을 맞춰왔다. 그때마다 ‘케미’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류승룡 선배하고도 케미가 좋았으니까. 하하.(임수정은 혼자 격분해서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좋다. 매우 재밌고, 심지어 귀엽다.

Q. 작품에서는 남자 배우와 잘 어울리는데 정작 자신의 연인은 왜 못 만드는 건가. 과거 인터뷰에서 ‘기회를 만들 용기도 생겼고, 관심 있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아직 그 용기를 실행에 옮기진 않았나 보다.

임수정 : 말 잘하는 사람이 실천을 못 한다. 지금도 관심이 생기면 먼저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그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는데 그럴 만한 상대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Q. 그렇게도 없던가) 문제 있는 여자인가 보다. 하하. 만남의 순간을 못 경험하는 것 같다. 취미도 혼자 하는 게 많고, 휴식할 때는 혼자서 노는 게 좋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해야 하는데.

Q. 전작인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전문가한테 당했는데, 이번엔 직접 유혹한다.

임수정 :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철저한 훈련을 받은 맞춤형 여성으로 배에 탄다. 하지만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개인적인 당돌함 등 성열의 계획과 달리 빗나가는 지점이 보이는데, 그게 그녀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 앞에서 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여자였기 때문에 화장의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실제 임수정은.

임수정 : 나는 많이 포용하는 스타일이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려나. 하하.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선후배, 동료 배우들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어쨌든 그들도 남자니까. 그들이 해준 이야기는 내가 더 나이가 많은 것처럼 기대고 싶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 내가 이성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그런 건가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안기고 싶은 여자인데, 안아주길 원하나 보다. 하하. 영화 ‘행복’에서 했던 캐릭터는 모든 남자가 다 좋아한다.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이 표현되나 보다. 그걸 무기로 삼아서. 그래도 기대고 싶다.

Q. 극 중 지연은 사랑, 욕심, 현실 등이 계속 충돌한다. 그리고 성열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주체적이고. 감정 상태도 계속 바뀌는 인물이다. 이 변화를 시시각각 보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겠다.

임수정 : 바뀌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렇게 지연의 감정 상태를 이해했다. 목표가 있고, 계획한다 해도 계획대로 되는 게 없으니까. 사건을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도 어떨 때는 욕망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어떨 때는 누군가에 이끌려간다. 그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서도 명확하게 어느 한쪽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Q.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그걸 표현해야 하는 순간은 다르다. 지금 그 말은 본능적으로 지연에 빠져 연기했다는 건가.

임수정 : 머리로 준비하고, 예상했던 연기를 현장에서 많이 버렸다. 캐릭터가 그 상황에 처음 접했을 때처럼 가슴으로, 본능으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영화에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엔 답이었다. 하면서 알게 된 경우다.

Q. 무엇보다 눈빛이 인상 깊었다. 지연의 감정 상태의 많은 부분을 눈빛이 말해주는 것 같다.

임수정 : 전체적으로 눈빛을 많이 강조했다. 회장, 성열, 지연의 관계뿐만 아니라 요트 안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조차도 특별한 대사나 설명 없이 눈빛을 주고받는 속에서 뭔가 유추해낼 수 있는 감정 상태를 원했다. 그런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눈빛이 중요했다.

Q. 본인은 자기 눈빛을 볼 수가 없지 않나. 모니터를 본다고는 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임수정 : 글쎄. 현장에서 모니터 보고, 여러 번 찍으면서 찾아지는 경우가 있다. 나 또 깨알 자랑인데. 하하. 나는 눈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다.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장화, 홍련’에서도 보면, 눈빛으로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또 연기에 접근할 때도 감정을 눈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눈빛을 조금은 더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약간의 기술이 좀 생긴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눈빛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해보면서 맞춘다.

Q.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 지연의 삶은 어떻게 됐을 것 같나.

임수정 : 사실은 시나리오에는 있었는데. 지연이 회장의 모든 비즈니스를 이어받고, 성장하는 신이 있었다. 지금 버전으로 나온 건 여지를 남기는 쪽으로 된 것 같다.

Q. 항상 동안이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데, 이번 영화에선 다른 느낌이 곳곳에 묻어났다.

임수정 : 억지로 노력한 적 없다. 수식어를 벗어내려고 시도한 것도 아니다. 그냥 주면 주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부터는 확실히 소녀에서 여자로 많이 변화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소녀를 벗어나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됐다. 억지로 하진 않았지만, 이제 조금씩 원래 나잇대에 맞는 감성으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오고 있다.

Q. 그래도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어려 보였는데 이번엔 메이크업 등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그 점이 좋았다.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임수정 : 그렇게 말해준다면 정말 만족한다. ‘임수정, 더 성숙했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

Q. 또 이번 영화를 통해 성장했다는 말을 했던데.

임수정 :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설 때와 현장에서 일원으로 있을 때, 이 두 가지를 배웠다. 복잡 다양한 캐릭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완성해냄으로써 많이 배우게 되고 성장한 것도 있다. 또 영화를 끌어가는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가장 먼저 출연 의사를 밝히고, 그러고 나서 캐스팅이 시작됐다. 또 촬영, 조명 등 주요 스태프도 ‘수정 씨가 하면 한다’고 해서 참여하기도 하고. 또 영화적 경력, 실질적인 내 나이 때문에 선배 위치에 놓여 있었다. 영화 안팎으로 잘 끌어가야 하는 위치에 놓였던 것 같다. 힘들고 외로운 적도 있었지만, 잘 끝내놓고 나니까 부쩍 성장했다는 느낌이다. 자신감도 생겼다. 다음에 이런 기회의 프로젝트를 만나면,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Q. 갑자기 든 생각인데, 제일 먼저 작품에 합류하지 않았나. 그럼 상대 배우를 직접 추천하고, 관여도 했을 텐데. 혹시 유연석 말고 다른 남자 배우를 생각해 본 건 아닌지.

임수정 : 같이 모여서 상의하고, 논의는 한다. 그래도 결국 캐스팅 권한은 나한테 있는 게 아니다. 또 상대배우가 재밌게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확실한 건 아이디어까지는 충분히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무뢰한’ 인터뷰를 보는데 상대배우 하차 후 전도연 선배님이 술을 사 들고 영화사를 찾아가 남자 배우 명단을 놓고 회의를 했다고 하더라.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오더라.

Q. 극 중 ‘거울을 보면 네 얼굴이 어떤 것인지 나온다’는 대사가 있다. 임수정은 거울 볼 때 어떤 생각 또는 어떤 모습이 보이나.

임수정 : 지금 내가 매우 좋다. 이 말에는 다 포함돼 있는데, 내가 배우인 게 매우 좋다. 계속해서 좋은 제의를 받고, 차곡차곡 신념대로 잘 찍어왔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빨리 현장에 가고 싶다. 현장에 있을 때 배우는 빛이 난다. 완성된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연기하는 행위, 그 자체가 행복하다. 호흡하는 것도 여유가 생기고, 즐거움을 안 것 같다. 예전에는 스스로 압박하고, 무게감에 짓눌리고 그랬다. 또 여자로서도 30대 중반, 이 나이여서 정말 좋다. 할 수 있는 역할의 기회도 더 많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 이 작품을 통해 깨달은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

Q. 책을 내고 싶다고. 혹시 시나리오도 관심 있나.

임수정 : 시나리오는 자신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의 책이 될진 모르겠다.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꾸준히 습관들이기를 하고 있다. 자주 쓰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주 보여주라고 하더라. 물론 좋아서 시작했는데 일이 되면 힘들겠지만, 또 그 고비를 넘기면 진정한 자유로움이 온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머지않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모아 에세이가 됐던, 단편 소설 형식이 됐든 내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되면 계속할 생각이다. 글쓰기 작업은 60대까지 하고 싶은 일이다.

Q.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건, 과거 인터뷰에서 ‘예전과 다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나.

임수정 : 분명히 지난 ‘나’보다는 지금 내가 더 좋다.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나답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나답게 살 수 있는지, 그런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한다. 배우를 하고 있지만, 그 밖에 당장 뭘 먹고 싶은지부터. 또 배우로서도 처음부터 나만의 색깔을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의 삶도 조금 더 나답게 사는 법에 집중하는 것 같다. (끝)

사진.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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