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에게 듣는 이재용 부회장의 과제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남윤선 산업부 기자)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행사인 호암상 시상식에 참여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그룹 지배권을 장악했고 각종 행사에 총수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을 보며 사실상 ‘대관식’을 마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앞으로 이 부회장이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삼성그룹의 미래 전망은 어떨까. 과거 삼성이 사장단 회의에 초청해서 조언을 구했던 전문가 5인과 미니 인터뷰를 가졌다. 네번째 순서는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대 과제는
“현재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과제는 제조업에서 진정한 정보기술(IT)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IT업게 랭킹 30위권을 보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제조업은 삼성 외에는 아무데도 없다. 1위는 애플인데, 애플은 플랫폼 업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나 모두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애플이 연매출 790조원, 삼성 200조원 하는데 소니는 제조업에 치중하다 15조원 기업이 됐다. 즉 삼성도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이 돼야 한다. 생태계의 핵심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건데 이를 위해선 소비자가 원하는 걸 알아야 한다. 이는 빅데이터를 통해 알 수있다. 애플은 애플 스토어가 빅데이터 창구다.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빅데이터를 남겨준다. 샤오미도 같은 전략이다. 소비자와의 접촉을 엄청나게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게 하고 한 것이 핵심 전략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떻할 거냐. 삼성은 제조업 중심에 묶여 있었다. 물건 잘 만들고 ‘이거 사세요, 이것만 잘 쓰면 됩니다’ 전략이었다. 애플은 스마트폰 하나만 만들고 기타 관련 제품은 ‘다른 좋은 기업들과 우리는 함께 가니까 함께 애용해주세요’ 한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애플을 응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애플을 계속 칭찬하고 이게 퍼진다. 결국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고 생태계가 확장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애플이 좋은가보다 생각한다.”

▶그럼 삼성은 어떻게 하면 되나, 타이젠을 확산 시키면 될까
“그것보다 애플을 많이 쫓아하길 권한다. 애플 스토어에선 새로운 이슈가 되는 재밋는 제품을 많이 판다. 드론이 대표적이다. 드론 16만대가 미국서 팔렸는데, 다 애플 최적화 제품이다. 사람들이 갤럭시와 연동되는 드론을 찾질 못한다. 현재 웨어러블이 540종류가 팔리고 있다. 벤치마킹 해 보려고 11개 구매했는데, 100% 애플 최적화더라. 그 얘기는 요즘 스타트업들이 경쟁하고 있고 재밋는 걸 만드는데, 이걸 전부다 애플용으로만 만든다는 얘기다. 안드로이드용은 만들어놔도 소개할 곳이 없다. 샤오미는 그걸 잘한다. 배터리팩 블루투스 스피커 등 잘 팔리지 않는가. 소비자 니즈를 빨리 파악해서 최저가로 만든다. 반면 삼성은 자기들 생각에만 좋은 제품을 내보낸다.”

▶최근 삼성의 움직임을 보며 아쉬웠던 사례는
“스마트 워치다. 기능 위주로만 만들었다. 그러다가 반응이 없으니 흐지부지한다. 애플은 빅데이터 조사하더니 패션으로 방향을 잡고 버버리에서 담당자를 데려왔다. 홍보도 패션으로 했다. 기능 홍보는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6시간 만에 100만개 완판했는데, 완판 자체가 기획적이다. IT업계는 완판이라는 용어를 안쓴다. 패션업계 용어다. 판매, 생산, 접근을 다 패션으로 했다. 그러더니 밴드는 서드파티한테 오픈한다. 플랫폼 전략이다. 항상 콜라보가 필요하다. 생태계를 보는 전략을 썼다.”

▶앞으로 10년 뒤 삼성은 지금보다 성장할까
“예측보다 팩트를 보자. 2010년엔 휴대폰 빅4 노키아 모토로라 림 삼성이었는데, 삼성만 살아남았다. 변화에 잘 적응한 것이다. 삼성도 작년부터 생태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기존의 고객중심의 생태계가 아니라 큰 기업고객 중심의 생태계만 하고 있다. 큰 대규모 유통점과의 관계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걸 소비자로만 전환하면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본다. 지금 세계 IT 업계의 메이저 트렌드가 하드웨어인 것도 삼성에 기회다.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등 다 제조업으로 만드는 제품이다. 소프트웨어로는 어느정도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했다. 이제는 하드웨어에 관심을 갖는다. 제조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삼성이다. 제조업은 가장 잘하니까. 다만 팍스콘처럼 남들이 갖다주는 것을 만드는 업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생태계를 반드시 키워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선
“앞으로는 일단 더 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언론을 통해서 보면 전체적으로는 페이스북과 관계 강화하고, 애플과는 협력하고 하고 있는데 이건 제조업의 특성을 버리고 많은 사람들과 협력하겠다는 요소로 보여진다. 방향성이 좋다.”

▶삼성을 미래에 먹여살릴 아이템은
“바이오는 잘 모르겠다. 바이오에서 이익 남기는 사례는 드물다. 비아그라 정도가 성공사례지 않나. 미국 시장에서는 의료비가 비싸니까 바이오가 각광을 받지만 아시아는 그렇지 않다. 아시아는 패션 이런게 강하다. 패션은 IT와 많이 연관돼 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간의 성장세를 본다면 저는 IT가 훨씬 강력하다고 본다. 삼성이 IT에서 어느정도 한다음에 바이오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갑자기 바이오에서 큰 성과를 낸다..지난 20년간 빅데이터 보면 그건 어려운 것 같다. 일단은 IT의 진화발전에 집중하는 게 좋다. 웨어러블은 배터리와 칩인데 삼성이 기술적으로 앞서있다. 삼성이 스마트워치 배터리 수명 6개월로 늘리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마켓이 불분명한 바이오보다는 이쪽이 훨씬 미래 전망이 좋다.”/ inkling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