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콜택시 시장 접수 나선 다음카카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카카오 택시, 2개월 만에 운전사 7만 명 몰려…게임 이후 새 성장 동력

(이현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 퇴근길 회사 앞에서 카카오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니 약 5초 후 예약 완료 메시지가 도착한다. 연결된 운전사의 사진 및 차량 정보와 함께 ‘2분 후 도착’이라는 안내 표시가 뜬다. 승차 후 늦은 저녁 귀가를 걱정하는 가족에게 안심 메시지를 보냈다. 차량 및 위치 정보와 예상 소요 시간 등이 가족에게 전송된다. 택시비 이외 별도의 수수료는 없었다. ‘기사님의 별점은?’을 묻는 평가 항목에 별 5개 만점을 아낌없이 줄 수 있었다.

카카오 택시가 입소문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3월 31일 서비스 출시 이후 가입자 신청 수가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버전의 승객용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는 100만 회를 돌파했고 누적 호출 수도 100만 건을 넘어섰다. 택시 등록 대수는 최대 규모다. 출시 2주 만에 전국 운전사 회원 은 4만 명을 돌파했고 5월 12일 기준 7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택시 등록 대수 28만 대 중 기존 콜택시가 약 6만3000대로 분류된다. 카카오 택시가 출시 2개월 만에 기존 콜택시 시장을 넘어선 셈이다.

최대 운전사 회원은 빠른 배차로 연결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승객이 호출하면 일정 거리 내에 운전사 회원들에게 동시 전송되고 그중 가장 먼저 요청 수락을 한 운전사에게 배차되는 형태다. 평균 배차 시간은 10초 내외다. 서울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김상옥(64) 씨는 “이용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해 최근 휴대전화를 바꿨다”며 “다른 콜도 같이 운영하는데 카카오 택시가 확실히 호출 건수가 많다. 특히 낮 시간이나 새벽처럼 손님이 없을 때 하루 4~5건씩 유용하게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민 내비 김기사’ 626억 원에 인수
다음 카카오는 콜택시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20일 ‘국민 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 지분 100%를 626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운전사용 앱에 연동된 김기사 내비게이션을 통해 승객의 현 위치 및 목적지까지의 길안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승객이 목적지를 설명하는 이중 수고를 덜 수 있다. 평소 택시로 출퇴근하는 김나래(32) 씨는 “평소 콜택시는 택시 잡기 힘들 때 가끔 이용했는데, 택시 앱은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되고 목적지를 미리 입력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갈 때도 미안해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택시를 모바일로 연결하는 시도는 앞서 우버가 먼저 했다. 전 세계 56개국, 30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우버는 지난해 한국 택시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불법 논란에 휩싸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울에서 우버 택시(택시 업체 제휴), 우버 엑스(개인 소유 차량 공유), 우버 블랙(프리미엄 리무진) 3가지 종류의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우버 엑스는 서울시와 갈등을 빚다가 급기야 지난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우버 택시는 참여 택시가 많지 않고 우버 블랙은 외국인과 65세 이상 노인 등으로 사용자 제한이 있다. 우버가 멈춘 자리에 파고든 것이 바로 콜택시 애플리케이션들이다. 이지택시·리모택시·M택시·고양e택시·티맵택시·티머니택시 등이 있는데 그중 1위는 카카오택시다. SK텔레콤의 티맵택시가 4월 출시 후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 택시에 거는 기대는 꽤 크다. 다음 카카오로선 택시 앱이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지난해 합병 이후 가열찬 새 출발을 알렸지만 그간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요 수익 모델인 게임의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다음카카오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44억 원, 40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38.3% 감소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매출이 ‘탈 카카오’ 영향으로 처음으로 3% 하락했다. 1인당 매출(ARPU)이 높은 RPG 장르에서 카카오 게임 센터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존재했다.

성장 동력 확보가 과제인 다음 카카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력했던 부분은 핀테크였다. 지난해 9월 카카오페이를, 11월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카카오페이가 국내 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게임하기, 카카오 스토리 외에 크게 성공을 거둔 서비스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게 바로 카카오 택시다. 무엇보다 카카오 택시의 가능성은 O2O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된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애고 서로 연동하는 결합형 비즈니스를 뜻한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각종 배달 앱, 부동산 중개 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2O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추정되며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승부처는 ‘생활 밀착형 O2O ’
다음 카카오의 목표는 택시 시장 자체가 아니다. 콜택시를 시작으로 사용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생활 밀착형 O2O 서비스’를 만드는 게 큰 방향이다. 이를 기반으로 파생되는 광고 시장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재 카카오 택시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모객 자체에 공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직 실적으로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택시를 시작으로 O2O 신사업을 확장하는 성장 그림이 유효하다”며 “카카오 택시나 카카오 페이를 서비스하고 성과가 나오면 결국 중소형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롱테일 광고 시장으로 확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 택시는 다음 카카오 O2O 전략의 첫 단추다. 즉, 카카오 게임하기 이후의 새로운 캐시카우를 택시 기반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626억 원에 록앤올을 인수한 것도 내비게이션 이외에 데이터베이스 활용도가 크기 때문이다. 록앤올은 김기사 내비게이션 이외에 방대한 교통 관련 정보와 실시간 빅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갖고 있다. 다음 카카오 관계자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O2O 서비스를 만드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콜택시 이후 ‘퀵 서비스’와 ‘대리운전’, ‘택배’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대리운전은 현재 월 약 150억 원, 연간 1800억 원의 수수료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수익 모델이 확실한 시장이다. 만약 빅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날씨·시간대·이용 거리 등 차별성을 제공한다면 다음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 또한 ‘접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 카카오는 또한 인터넷 은행 진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핀테크 영역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이는 O2O와 무관하지 않다. O2O 콘텐츠는 다시 결제 서비스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고 결제는 카카오페이로 하는 모델을 그려 볼 수 있다. 핀테크 시장의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성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일종의 ‘로크인 효과(Lock- in Effect:잠금 효과)’로 택시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하면서 서로 연계되는 수익 모델을 고민할 것으로 본다”며 “각종 신사업 들이 O2O 안에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카카오는 올해를 수익성 창출에 앞서 ‘신사업의 원년’으로 규정한 바 있다. 특히 3분기를 전후로 신규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을 전망이다. 당장 예고된 서비스로 카카오 검색, 카카오 TV, 플러스친구와 옐로아이디를 통합한 카카오 광고 등이 있다. 신규 사업에 시동을 걸며 콘텐츠·결제·광고의 밸류 체인을 구상하는 중이다. 네이버도 비슷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택시를 비롯해 신사업에서 한판 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비스는 결제와 결합되면 훨씬 더 편리하고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이것이 다음카카오가 우선적으로 결제 서비스에 진출한 다음 O2O에 승부를 걸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charis@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