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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유비쿼터스’ 시대, 황금 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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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수요로 국내 드론 업체 즐거운 비명…CJ·KT 등 상업화 ‘눈독’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 허리케인·지진 등을 미리 예측하거나 택배와 같은 운송도 가능하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개인 트레이너가 되기도 하고 양떼를 모는 양치기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과학·군사·마케팅·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그 어떤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2014년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가 발표한 ‘192가지 미래 드론 활용법’에 언급된 내용들이다. 최근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드론’이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활용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향후 산업화된다면 그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과연 드론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드론파이터라는 쿼드콥터(완구용 드론)를 최근 새로 구입했는데 첫 비행했어요.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함께 연구해 봐요.”

의미를 알기 어려운 전문 용어(?)들이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는 드론 열풍의 진원지, 국내 대표적인 드론 카페들 중 하나인 ‘드론플레이(cafe.naver.com/dronplay)’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드론은 최근 20~30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취미 생활 중 하나다. 네이버 포털 사이트 쇼핑·취미 검색어 부문에서 2015년 1월 무렵부터 5월 현재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취미용 드론의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5월 19일에는 롯데 하이마트가 최초로 오프라인 드론 판매 매장을 열기도 했다.

국내에 드론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부터다. 드론 제조업체 바이로봇의 홍세화 이사는 “지난해 10월 전까지만 해도 드론이라는 용어조차 낯설어 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며 “요즘은 어딜 가나 드론에 관심이 뜨거워 놀라울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드론이라는 용어는 간단히 말해 ‘무인 비행체’로 이해할 수 있다.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를 지칭하는 말로, 사람이 기체에 탑승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한다.

홍 이사는 “기본적으로 드론은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로봇의 한 분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그중 ‘하늘 영역’을 맡고 있는 로봇이 드론”이라고 설명했다. ‘날아다니는’ 드론은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까지 날아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국내 드론저널리즘을 이끌어 가고 있는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가 “드론은 ‘눈의 연장’”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오 교수는 지난해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때 드론을 이용한 보도 사진 촬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늘을 나는 로봇, 드론
바로 이 ‘눈(센서)’의 장착이 기존의 무인 비행체와 드론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물론 오래전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은 무인 헬기 조종을 취미 생활로 즐겼고 재난 보도나 방송 제작에서도 헬리캠을 띄워 촬영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홍 이사는 “무인 헬리콥터와 비교해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비행 성능이 월등해졌지만 조정이 더 쉬워졌다는 점”이라며 “또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카메라나 위성항법장치(GPS) 같은 센서들을 장착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상업용 드론’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는 우범 지역 감시, 교통 위반 단속, 조난자 수색 등의 공공 목적은 물론이고 배송·장난감과 같은 여가 생활·농업·마케팅 등 드론을 활용해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틸 그룹은 최근 발표된 드론 사업 관련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가 114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상업용 드론은 2014년 64억 달러에서 2023년 115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래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된 드론은 현재까지도 세계 드론 시장의 90%를 군사용 목적이 주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공룡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며 ‘상업용 드론 시장’도 이제 막 불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존은 2013년 12월 드론을 활용한 배송 시스템 ‘프라임 에어’를 발표했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공격적으로 드론 관련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드론 제조업체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2014년 3월 인수했고 페이스북 역시 같은 해 4월 영국의 무인 항공기 업체 에센타를 인수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부터 드론 동호회를 중심으로 취미용 드론 시장이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장여진 국토교통부 운항정책과 주무관은 “2012년부터 드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업체는 국토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5월 중순을 기준으로 현재 504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을 구비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업체 등록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가 많다”며 “최근 들어 꾸준히 등록 업체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도 ‘드론 택배’ 등장할까
이미 LX대한지적공사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지적 정보 수집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드론을 이용해 상공에서 촬영한 지적 정보를 바탕으로 산불이나 산사태 등 재난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찰청에서도 이르면 3년 안에 경찰 업무용으로 특화된 드론의 자체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네팔 지진 현장에서도 드론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미국 조지아텍 항공우주대 학생과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전기전자공학·벤처경영학 전공 학생들이 모인 스타트업 동아리 ‘엔젤스윙’이 네팔 지역의 복구를 위한 지리 정보를 제공하는 드론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스마트 팜에도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모내기를 하기 전 논 위에 드론을 띄워 땅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 카페베네는 지난 4월 서울 강남대로와 이화여대 등에서 드론에 제품 이미지를 그려 상공에 띄우는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드론학과’를 개설하기도 했다.

국내 드론 제조업체들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바이로봇의 홍 이사는 “최근들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품 수주가 늘어나면서 작년을 기점으로 월 판매량이 2~3배씩 뛰고 있다”며 “최근 들어 공장을 증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생산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드론의 활용도가 이렇듯 넓어지면서 대기업들도 속속 드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통신 업체 KT는 지난 4월부터 ‘드론 재난 구호 경진 대회 및 드론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관련 기술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LG유플러스 또한 차후 드론 영상 솔루션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의 품에 안긴 삼성테크윈은 이미 독자 기술로 CCTV를 내장한 드론 ‘큐브 콥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오는 10월에는 이보다 큰 중대형 드론 2종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드론 개발에 필요한 센서와 핵심 부품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또한 올 하반기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드론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중 드론의 상업적 활용이 가장 구체화된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CJ대한통운이다. CJ그룹은 지난 5월 14일 국민안전처와 민·관 재난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국민 안전 안심 동행’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을 주축으로 자체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운송용 드론인 스카이 도어를 활용해 각종 재난 시 이재민 또는 고립 지역 주민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CJ대한통운은 2014년 11월부터 ‘D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인 드론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 2월 시험비행을 마쳤다. 현재 드론을 통해 3kg까지 배송이 가능하며 차후 5kg, 10kg 모델도 개발 중이다.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 기술연구팀 정성용 부장은 “아직까지 드론을 일반 택배와 같은 수익 사업에 사용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은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드론 개발에 투자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생활 침해·안정성 논란…각국 규제 채비
그렇다면 이미 드론을 통한 배송 관련 기술을 확보한 CJ대한통운 측에서 ‘일반적인 택배’에 드론을 활용할 계획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 부장은 “현재 우리 회사에서 하루에 배송하는 택배 물량 중 10%만 드론이 소화한다고 가정해도 서울 하늘에 10만 대의 드론이 날아다녀야 한다”며 “드론이 언제 어떻게 추락하거나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드론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향후 적게는 5년에서 10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 정보 보호나 사생활 침해, 테러 위협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 부장은 “현재까지 드론의 기술력은 ‘조종사가 눈에 보이는 시야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택배를 비롯해 일반적인 상업 활동에 드론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드론의 이동 경로 중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상적으로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의 위험성에 대한 검증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존·알리바바·DHL같은 글로벌 운송 업체들이 앞다퉈 택배용 드론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예가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홍 이사는 “현재로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완구용이나 촬영용 드론 시장이 막 생겨나는 단계”라며 “드론이 보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문제뿐만 아니라 관련 규제나 사람들의 인식 등 다양한 부분이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완구용이나 촬영용 드론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일상 영역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규제 문제다. 현재 세계적으로 드론 시장을 규제하는 표준이 되는 기관은 미 항공청(FAA)이다. 한국보다 한 발 앞서 드론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은 2012년부터 FAA와 미 정부가 다양한 관련 법 규제를 연구하며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천정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FAA가 안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상업용 드론 이용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며 “오는 9월 상업용 드론 관련 법규를 제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 주무관은 “국내에서도 최근 드론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심야에 드론을 날리는 등 법규 위반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를 포함해 향후에는 상업용 드론 활성화를 위한 법규 또한 구체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돋보기
국내 드론 수혜주… ‘방산 업체’ 주목
국내의 드론 상용화는 아직 준비 단계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발전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무인기 기술은 세계 9위 수준으로 평가되며 드론 핵심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농업용 무인기 시장의 80%는 일본 제품이, 취미용 무인기 시장은 50% 이상을 중국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드론 생산 업체와 유사하게 국내 역시 방산 업체들이 드론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무인기 시장의 업체들로는 한국항공우주산업·퍼스텍·휴니드 등이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최초의 국산 드론은 1999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군에 최초 납품한 ‘송골매’다. 이후 KAI와 대한항공이 국내 드론 시장을 양분하며 군용 드론 개발을 주도해 왔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핵심 원천 기술(충돌 회피, 데이터 링크, 임무 장비 등) 개발 위주로 드론 시장을 주도해 왔고 대한항공·유콘시스템 등이 드론 개발에 가세하면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콘시스템은 자체 기술로 생산한 무인 항공기 통제 장비를 국내 최초로 수출했고 유콘시스템의 모회사인 퍼스텍은 최근 택배용, 구호 물품 수송용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돋보기
세계 드론 시장 장악한 ‘드론 업계 스티브 잡스’
미국의 3D로보틱스(3Drobotics)와 프랑스의 패럿(Parrot) 그리고 중국의 다장촹신커지(DJI). 세계 드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3대 업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업체는 중국의 DJI다.

DJI는 전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에서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제품의 70~80%를 미국에 수출한다. 현재 전 세계 일반 상업용 드론의 표준적인 기술은 대부분이 DJI가 채택하고 있거나 개발한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중국은 드론과 같은 최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마윈과 같은 항저우 출신…2010년 ‘팬텀’ 선보여
DJI의 성공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드론 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일컬어지는 왕타오(34)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같은 항저우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모형 비행기 조립에 빠져 있던 그는 동기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학교 공부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상하이 화동사범대 심리학과에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한 왕 CEO는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홍콩과기대에 진학해 로봇과 전자공학을 공부한다. 그가 발군의 실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고 한다. 왕 CEO가 이끈 로봇연구팀이 2005년 홍콩 로봇 경진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고 그는 이때 받은 상금과 로봇을 판매한 돈 3억 원을 자금으로 그의 나이 26세였던 2006년 광둥성 선전에 DJI를 설립했다.

사실 DJI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드론의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인 2006년부터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쉽게 ‘나는 카메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사 설립 2~3년이 지나도록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그의 동료들도 하나둘 그를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 CEO는 쉽게 고집을 꺾지 않았고 2010년 ‘팬텀’이라는 드론 제품을 출시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DJI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다. 2011년 420만 달러(약 47억 원)였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14년 무려 5억 달러(약 5631억 원)로 급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다. 현재 전 세계 벤처 투자사들이 평가한 DJI의 회사 가치는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 원)이다.

이 ‘팬텀’ 제품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지난 3월 국내 팬텀 3 출시 당시의 일화다. 국내에 팬텀 3를 유통하는 업체는 총 6개로 알려져 있는데, DJI는 한 유통 업체당 최소 300개의 제품을 구매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텀 3는 국내에 출시를 발표하자마자 단 2시간 만에 모두 예약 판매되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팬텀 3 한 대의 가격은 대략 150만 원 정도. 이 같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최소 1800대의 단일 회사 단일 제품이 단 2시간여 만에 동이 난 것이다.

이렇듯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드론 마니아들이 유독 이 회사의 제품인 ‘팬텀’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비행 성능이 안정적이면서도 디자인이 깔끔하고 크기 또한 다양한 용도에 사용하는 데 적당하기 때문이다. 홍세화 바이로봇 이사는 “보통 기자들이 해외 취재를 갈 때도 가장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이 팬텀 3라고 들었다”며 “지금은 전 세계 드론 메이커들이 모든 면에서 DJI 제품의 기술력을 카피하고 연구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렇듯 ‘드론 업계의 스티브 잡스’를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정성용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팀 기술연구원 부장은 “중국은 아직까지 정부의 힘이 절대적인 만큼 실제 DJI의 성장에 있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중국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과 탄탄한 제조업이다. 홍 이사는 “드론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무인 비행기라는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제조업”이라며 “DJI의 성공만 보더라도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같은 뿌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조언했다. /vivajh@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