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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인생 설계가 성공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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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한경 잡앤조이 기자) 한국거래소(KRX) ‘캠퍼스 금융 토크콘서트 라이프업(LIFE up)’ 행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3일까지 전국 5개 도시(부산, 광주, 대전, 서울, 대구)를 순회한 이번 행사는 KRX가 2011년 설립한 공익법인 KRX국민행복재단이 주최했다.

이번 행사는 금융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위해 금융권 CEO 등이 직접 캠퍼스를 찾아가는 토크형 강연 프로그램이다. 대학생들 사이 금융권 취업의 관심도를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3일 오후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박상훈 재무상담사 특강, 대구은행, KRX 인사담당자 토크쇼 등으로 이뤄졌다. 현장에는 500여 명이 학생들이 참여해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성공라이프’ 세션의 주인공으로 나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The City를 넘어 여의도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유 사장은 ‘인생설계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에 앞서 인생을 설계하고, 그 설계를 바탕으로 본인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띄었다. “20대는 책과 스승을 통해 간접 경험을 쌓는 나이라면, 30대는 간접 경험을 무기로 직접 경험을 쌓는 나이죠.”

유 사장은 1988년 대학원을 마치고 처음 증권업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내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그려가야 할까 고민했다. 그래서 세대별로 나눠 인생 라이프를 그렸다”고 소개했다.

유 사장은 인생 라이프를 그리면서 본인의 꿈을 ‘회사 CEO가 되기’로 세웠다. 증권업을 평생 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 그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런 계획이 있고 없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며 "계획을 세웠기에 본인의 삶을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 대표이사는 본인이 계획한 것보다 빨리 사장이 됐다. 18년 만에 증권회사 대표이사에 올랐고, 9년간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최연소, 최장수 CEO’라고 불리운다.

“인생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켰던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10년 단위로 인생을 나누고 실천했다. 증권업의 속성을 잘 파악한 것도 한몫했다.”

그는 “증권업은 일한 것이 수치로 나타나 매일 심판받는 직업 중 하나”라며 “이런 일이 본인의 성향과 맞아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수치를 곁들인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요즘 한국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안타까움과 아픔을 함께 했다. 그는 “성장률 3% 미만 시대에 돌입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규모는 졸업생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대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일화를 다시 소개했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런던에서 근무했던 유 사장은 그 시절을 ‘고난과 시련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영국은 일이 힘들다고 소문나서 꺼렸던 곳이었다”며 “이왕이면 가장 힘든 데 가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 선뜻 도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영국에선 고객을 개발하는 데 5단계가 있다"고 소개했다. "전화 통화를 하고, 그 다음엔 미팅을 하고, 점심을 하고, 저녁을 함께 하는게 4단계입니다. 마지막 5단계는 현지 기관투자가나 펀드매니저들이 한국 기업을 방문할 때 스케줄을 짜주고 동선에 불편을 없애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신뢰도 쌓이고 영업도 제대로 되죠."

말이 쉽지, 1단계부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는 “영국에서는 사람을 사귀는 데도 누군가의 소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전화하는 단계부터 힘들었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일했고, 6개월 만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영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있다. 유 사장은 “신뢰가 쌓여야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명함의 이름도 부르기 쉬운 제임스로 하고, 전화번호 끝자리도 ‘007’로 만들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별화 전략으로 영국 기관투자가들에게 국내 회계자료를 공급했다. 당시 한국 회계자료가 희귀해 현지 고객들의 관심이 컸고, 그걸 계기로 고객들과 친해졌다. 자연스레 신뢰도 쌓았다. 그렇게 6개월 여 공을 들였더니 "제임스는 왜 비즈니스 얘기를 하지 않느냐"며 오히려 고객들이 먼저 거래 얘기를 꺼낼 정도였다. 이른바 '유 사장만의 전설(Legendary James)'을 만들었다.

그는 꿈을 이루는 습관으로 ‘자기경영’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 ‘세계화 시대에 맞는 유연한 사고와 행동’ ‘일과 삶의 균형’ ‘자신만의 전설이나 성공담’을 꼽았다.

유 사장은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방이 나에게 빚졌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좋다. 평상시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며 “신뢰는 본인의 한 말을 지키는 데서 쌓인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시간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원전 400년 무렵에 만들어진 '사자성어'가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며 "인간의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전과 인문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화 시대의 중요성에 대해 유 사장은 “일에 앞서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문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음식이다. 그 나라 음식을 좋아하면, 문화를 이해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를 할 때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그 나라 음식을 함께 잘 먹으면 신뢰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가능하면 40대가 되기 전에 본인만의 성공스토리와 '전설'을 만들어라. 특정 분야에 몰입해서 투자한다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유 사장은 한국경제신문에서 펴낸 '아웃런'이란 책에 나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했다. "자기가 평생 하고 싶은 일에 1만 시간을 제대로 투자하면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습니다." (끝)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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