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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견고한 펀드매니저 '유리 천장' ... 여성 재능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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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 사회에서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것 같습니다.

미국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7000여개 뮤추얼펀드 가운데 여성이 운용하는 펀드는 184개(2.6%)에 불과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현지시간)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성 격차(gender gap)가 크다며 이 같이 보도했습니다.

모닝스타는 미국 펀드업계의 성별 격차가 다른 전문업종에 비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서 의사와 변호사 가운데 여성 비중은 각각 37%, 33%입니다. 반면 펀드매니저 전체 7700여명 중 여성 비율은 10% 이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명문대나 각종 고등고시의 여성 합격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8년엔 행정고시 여성 합격률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하면서 화제가 됐죠. 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 이후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 수 대비 로스쿨 합격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4%p 가량 높다고 합니다.

반면 여성 펀드매니저는 여전히 소수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590명 가운데 여성 매니저는 81명으로 전체의 13%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남성 편중 현상이 결국 투자자들에게는 손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모닝스타의 선임 은행 애널리스트인 에린 데이비스는 "펀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운용되어야 투자자들에게 이익"이라며 "펀드업계가 유능한 여성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여성 펀드매니저의 운용실적은 휼륭한 편입니다. 미국 금융컨설팅 업체인 '로스타인 카스(Rothstein Kass)'가 2013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직전 6년 반 동안 헤지펀드 업계 전체가 마이너스 1.1%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여성 매니저가 운용한 펀드는 평균 6%의 수익을 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여성 매니저들의 실적이 남성보다 뛰어났다는 보도가 지난 2월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FT는 여성 매니저들의 선전이 남성들보다 위험을 더 싫어하고 위기때 자신들이 택한 투자방식을 더욱 강하게 고수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여성 펀드매니저들도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 등이 작년 12월 펀드매니저들의 개인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위 안에 여성 펀드매니저 4명이 포함되어 있었죠.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여성 매니저들은 위기 국면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장점이 있다"며 "장기투자에 있어서도 세밀한 분석과 인내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성들만의 독특한 시각이 반영될수록 투자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겁니다. 앞으로 여성 펀드매니저가 더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skyu@hankyung.com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