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中의 양도성예금증서 부활에 담긴 4대 키워드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에서 개인과 기업도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를 다시 매입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입니다.인민은행은 지난 2일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간 ’거액 CD관리방식’이라는 지침을 통해 은행이 발행한 CD를 개인이나 기관(기업)이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CD제도는 중국에서 인민은행이 1986년 시작했다가 1996년 폐지한 후 20여년만에 부활시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이번 CD제도를 통해 중국 당국이 노리는 건 뭘까요.과거 CD제도와는 뭐가 다를까요. 이를 들여다보면 중국 금융시장 흐름의 키워드를 만나게 됩니다.예금금리 자유화,재테크 자금의 분산,사회융자 비용 인하,투자자금의 장기화 등이 그것입니다.바로 한국 금융회사들이 중국 시장 공략 때 염두 해둬야 할 4대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우선 이번 지침의 핵심 중 하나가 CD의 금리는 예금금리 상한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5월1일 시행에 들어간 예금보험제도와 함께 CD제도 시행이 예금 금리자유화를 위한 마지막 수순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인민은행도 홈페이지에 올린 CD 재허용 관련 질의응답을 통해 은행에는 스스로 금융상품 가격(금리)을 설정하는 능력을 키우고,투자자(개인이나 기관)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상황을 익히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미 대출금리를 자유화한 인민은행은 늦어도 내년까지는 예금금리도 자유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현재는 은행들이 기준 금리의 1.5배 수준(5월10일부로 1.3배에서 상향조정)으로 올려서 예금을 유치할 수 있지요.중국내 전문가들은 CD의 금리가 정기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합니다.1년 만기의 경우 연4.1%-4.2%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현재 인민은행이 정한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는 연2.25%입니다.

중국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3차례 금리를 내린 때문에 보다 높은 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진 상황입니다.중국에서 CD는 1986년 교통은행과 중국은행이 발행한 게 신호탄이 됐습니다.이후 1989년 인민은행이 관련 규정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됐죠.당시 CD금리는 같은 기간 정기예금 금리에다 10% 더하는 수준으로 제한했습니다. 금리제한을 없앤 이번 CD와 가장 다른 부분입니다.

둘째로 기대하는 효과는 증시로 쏠리는 재테크 자금의 분산효과입니다.은행으로서는 새로운 자금원이 생기는 것이지만,투자자로서는 새로운 투자 금융상품이 등장하는 것입니다.중국 언론들은 증시 급등으로 돈을 번 투자자들 가운데 거품우려로 발을 빼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이 베팅할만한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 금융상품이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증시에 과도하게 자금이 몰리는 추세를 적절히 제어하려는 의미도 있다는 해석으로 들리는 대목입니다.

CD 액면가 자체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져 거액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개인이 살 수 있는 CD는 액면가가 최소 30만위안 이상이고,기관이 매입하는 CD는 최소 1000만위안 이상 입니다.1980년대 후반 CD는 개인은 액면가가 500위안부터 시작했고,기관은 최소 5만위안 이상을 투자하도록 돼 있었습니다.중국에선 이번에 부활한 CD의 개인 최소투자자금이 당초 예상됐던 100만위안의 3분의 1수준(30만위안)으로 낮춰졌다고 분석합니다.보다 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겠죠.

중국 당국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리스크 선호도와 투자여력에 맞는 다양한 금융시장을 키우려고 노력해왔습니다.다양한 금융상품을 허용해야 투자자들의 다양한 선호를 만족시킬수 있기 때문입니다. CD는 중국의 예금보험제도 대상에 들어갑니다.또 은행간 자금시장(콜시장)을 통해 유통할 수 있습니다.과거 중국의 CD시장이 발전하지 못하고 폐지된 것도 유통시장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 당국의 인식입니다.

세번째는 사회융자비용을 낮추는 효과입니다. 인민은행은 고수익이지만 규범화가 돼 있지 않아 금융시장 불안요소로 지목받아온 은행의 재테크상품을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합니다.은행의 재테크상품은 이른바 그림자금융의 대표적인 상품인데요.규제를 피해 고수익을 쫓는 투자수요가 만들어낸 시장입니다. CD발행 허용이라는 규제완화를 통해 이 같은 수요를 규범화된 틀에서 충족시키겠다는 게 중국 당국의 의도입니다.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그림자금융의 상품 판매를 통해 조달한 자금보다는 더 싸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기업에 대한 융자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됩니다.중국 당국이 고민중인 높은 융자비용을 내릴 수 있는 겁니다.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중국 당국이 노리는 효과입니다.이번에 허용된 CD의 만기는 1개월,3개월,6개월,9개월,1년,18개월,2년,3년,5년 등 9종입니다.과거엔 1개월,3개월,6개월,9개월,1년이었습니다.장기가 더 추가된 겁니다.단기자금 운용이 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현상을 제어하려는 중국 당국의 고민이 보입니다.인민은행이 CD부활에 나섰던 2005년 초 ‘2004년 4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는 “장기 부채수단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거액 CD발행을 추진하겠다”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이번 CD제도를 부활하면서 금융회사는 CD를 매입할수 없도록 했지만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보험사와 사회보장기금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가 긴 CD를 매입해도 시장에서 유통시켜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예금을 하고 장기예금금리를 받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1962년 2월 씨티은행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CD를 내놓을 때 노렸던 효과이기도 합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7.03(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