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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추진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가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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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한국을 대표하는 포털사업자인 네이버-다음카카오가 28일 오전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설명회'를 공동으로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는 언론 유관단체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준비위원회를 발족한다는 내용이 발표되었습니다. 위원회는 매체 입점 등 제휴 사항 및 계약해지 전반을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합니다.

양사는 수많은 매체들이 제휴요청을 하고 있고 만연한 어뷰징 기사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양사가 뉴스 정보제공료를 지급하는 언론사는 최소 140 개에 이릅니다. 일부에서는 극소수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시장포화를 자초했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죠. 어뷰징 기사도 논란입니다. 언론사들은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비판하지만 언론사들의 자정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즉, 언론사 스스로 검색의 사회적 효용을 늘리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오늘 이러한 결정적인(?) 정책 변경을 그것도 양사 공동으로 추진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 종사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루비콘강을 건넜다."고까지 썼는데요. 제대로 이해하기엔 거리감이 있겠지만 그 정도로 중대한 전환이었다고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이날 설명회 직후 기자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포털 뉴스의 문제점을 언론단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지적부터 페이스북의 인링크 뉴스 서비스에 대응하는 수순이라는 조금 앞선 진단도 나왔습니다.

또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았습니다. 양사 미디어 담당자들은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는데요.

일단 이번에 추진되는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 종전 기구와 대비되는 것은 포털로부터의 독립성과 투명성 그리고 언론의 '특성'을 수렴한다는 점입니다. 오늘 일부 언론들은 '사이버 언론'을 시장에서 몰아낼 수 있다며 격한 기대감도 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될 수 있을 지는 논쟁적입니다.

첫째, 전격적입니다. 올해 두 차례 세미나를 여는 등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구성과 관련 안팎의 목소리를 수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파격적 행보를 감안하면 그 숨은 배경의 의문조차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준비위원회에 일임한다지만 현재로선 구체성도 없습니다. 합리적인 연결성이 낮고 어딘가 정치적입니다.

둘째, 형식적입니다. 양사가 공동으로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희한하지만 그 위원회를 외부 사람들에게 온전히 맡기는 것도 지나친 측면이 있습니다. 차라리 기존 기구에 더 많은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의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용자 관계 증진을 모색하는 부분에 전적으로 남의 손을 빌리는 기구를 둔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기존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나 흐지부지된 이용자위원회 등 자율기구를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특히 누구보다 언론계 생리를 잘 알고 언론단체 간 이해의 차이를 아는 포털사업자가 언론단체 중심의 위원회에게 권한을 주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개운치 않습니다. 과연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요?

셋째, 자칫 이익챙기기로 끝날 수 있습니다. 포털뉴스가 이용자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독립적인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의 구성원이 중요한데요. 언론사 이익단체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이야기가 주로 오간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설명회 현장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왔을까요.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 언론 단체 간 파워게임과 배분의 게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이 경우 피해를 볼 매체가 나오고 상심한 이용자도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비스 주체인 포털은 책임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요?

넷째, 미디어가 추구해야 할 가치 논의가 없습니다. 이용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혜택 말입니다. 기존에 포털 미디어가 유지하고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은 외부 제휴평가위원회에 의해 온전히 간섭받는 것일까요? 간섭받든 받지 않든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커뮤니케이션 부담을 덜려고 했지만 매번 이용자 유익을 내세웠고, 다음(카카오)은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지키는 방향에서 노력했습니다. 이런 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현장에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포털 양사의 개방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정책에 대해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절차와 내용 모두 급작스럽고 이례적인 설명회였습니다. 합목적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좀 더 정돈돼야 할 텐데요. 우선 왜 제휴평가위원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는지부터 설명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 구조에서 이용자는 어떤 역할과 지위를 갖는 것인지도 명확해졌으면 합니다. 이용자들은 진짜 사이비 언론을 싫어하니까요. / 디지털전략부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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