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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난 ‘로봇 공포’,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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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대량 실업 논란 재연…브루킹스 “로봇·일자리 감소 상관관계 낮아”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원) 요즈음 유난히 로봇에 대한 영화가 많은 것 같다.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트랜센던스’, ‘그녀’, ‘빅 히어로’, ‘체피’, ‘엑스 마키나’,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상영 예정인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 이들 영화에서 로봇에 대한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많은 걱정이 함께 묘사돼 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2’를 보자.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는 지구에 대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을 만들었지만 울트론은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결론짓고 이를 시행하려고 한다. 이렇게 로봇은 종종 창조자인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저명인사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씨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만 앞으로 인류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계의 진화는 가속화되고 있지만 생물학적 진화에 의존하는 인간은 점차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 씨도 유사한 경고를 하고 있다. 또한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자질구레한 업무에서 해방시켰지만 그 진화가 계속되면 “핵폭탄보다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로봇의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영화 ‘그녀’에 나온 사만다와 같이 인간을 버려두고 로봇끼리 교류할 수도 있지만 ‘어벤져스’,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상대적으로 열등한 인간이 지구에서 없어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 떨어지자 위협론 수그러들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들이 경고하는 것은 ‘강한 인공지능(Strong Artificial Intelligence)’을 가진 로봇이다. 특정한 지적 능력이 필요한 업무를 인간과 대등 또는 우월한 수준으로 수행하는 것을 ‘약한 인공지능(Weak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하고 다양한 업무에 대해 이러한 능력을 보이는 것을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로봇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사실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역할 변화를 고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업혁명 과정에서 장인 중심의 수공업 체제가 붕괴했고 영국 섬유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빼앗아 간 기계를 파괴하려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또한 1968년 노벨상 수상자 군나르 미루달(Gunnar Myrdal),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등이 포함된 삼중혁명(Triple Revolution)위원회는 핵무기 혁명, 시민운동 혁명과 함께 로봇의 발달에 따른 자동화 혁명의 위험을 경고했다. 이들은 로봇의 발달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지고 소득 불평등이 증가해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슨 행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술, 자동화 및 경제발전 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에 걸맞지 않은 사회 상황이었다. 1968년 5%에 불과하던 실업률은 다음 해 3.5%로 떨어졌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증가한 생산성의 결실은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요즈음 로봇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유사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은 지난번과 많이 다를까. 현재 상황은 정확히 무엇이고 기술 발전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고 있을까.

예를 들어 미국 아이오와 주에 있는 이스트 아이오와 머신(East Iowa Machine Co.)을 살펴보자. 종업원이 150명인 이 공장 생산성의 비밀은 로봇이다. 현재 4대의 용접 로봇과 2대의 보조 로봇이 가동되고 있고 조만간 2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 로봇 증가율 1위
이 공장에서는 숙련공을 구하기 힘들어 로봇을 도입했는데, 이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직원 재교육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등 노사 전체가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뉴저지 주에 있는 스카이라인(Skyline)에서는 한 로봇이 금속에 구멍을 뚫고 다른 로봇이 그곳에 유리를 설치하고 있다. 기존에 3~4명이 수행했던 작업을 한 사람이 처리하게 되면서 잉여 인력을 다른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로봇을 대규모로 도입하면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에서 사용되는 로봇은 237% 증가했고 동일한 기간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는 2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그렇다면 로봇의 증가와 일자리의 감소는 연관이 있을까. 로봇 외에도 세계화, 해외 이전(off-shoring), 인적 역량 부족(skill gap) 등도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우선 국가별 노동시간에 따른 로봇의 현황 및 변화를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로봇 활용이 강세인 독일이 평균의 10배가 넘는 로봇을 사용하고 있고 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이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증가율을 보면 한국이 500%에 육박,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활용률의 변화와 제조업의 인력 감소를 서로 비교해 보면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향이 없다는 게 아니라 다른 요인들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인간에게 더 불리해질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리싱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의 백스터(Baxter) 로봇을 살펴보자. 상자에 물건을 담는 등의 단순한 작업에 특화된 이 로봇의 가격은 약 2000만 원이며 시간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고작 4달러다. 이는 미국의 최저임금 7.25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는 처리 속도와 정밀도가 더 높은 소이어(Sawyer)를 도입했다.

페치 로보틱스(Fetch Robotics)의 사례도 있다. 창고용 로봇은 높은 비용 때문에 아마존 등 5% 내외의 제한된 회사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한 쌍을 이룬 이 페치(Fetch) 로봇은 물건을 집어 올리고 내리는데, 프레이트(Freight)는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된다. 창고 근로자는 하루에 20km를 걷고 노동 강도가 강하며 또한 보수도 높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최선의 직업이다. 로봇이 이러한 업무를 대체하면 이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게 된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모멘텀 머신(Momentum Machine)은 고급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냉동 상태의 고기로 만드는 보통의 햄버거가 아니라 바로 갈아 만든 고기로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토마토·양파·피클 등을 추가하는 이 로봇은 한 시간에 360개의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점에서 매년 햄버거를 만드는 인력에 지급하는 인건비는 1억5000만 원 정도이며 미국 전체로 보면 10조 원에 달한다. 이러한 로봇이 현실이 되면 맥도날드만 해도 3400개의 점포에 근무하고 있는 2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인간의 일을 로봇으로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 효과는 2025년에 평균 16%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보스턴컨설팅그룹).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산업용 로봇의 판매는 23% 증가했고 2018년에는 현재의 2배에 달하는 연간 40만 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향이 가장 큰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한국의 비용 절감 효과는 세계 평균의 두 배인 33%에 육박한다고 한다. 로봇에 따른 사회 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