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역대 최대규모로 자사주 내던지는 中 상장사 임원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새로운 기록 제조기가 된 중국 증시에서 또 다른 기록이 나왔습니다. 상장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는 소식입니다. 주가 급등을 틈타 시세 차익을 노렸다는 지적과 함께 불공정 거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공정거래는 시장의 지속발전을 뒷받침하는 기초입니다.상장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가 대세상승장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불길한 신호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5월1일부터 22일까지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사 임원들이 순매도한 자사주는 14억주로 싯가로 .275.75억위안(약4조8529억원)에 달했습니다. 월간 역대 최대 기록입니다. 2007년 1월 이후 중국 증시 전체적으로 월 기준 상장사 임원의 자사주 순매도 규모가 100억위안을 넘은 때는 5월 이전까지 모두 4차례 있었습니다. 2014년 9월과 12월,2015년 3월과 4월입니다. 5월의 순매도 규모는 3월과 4월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는 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서 많이 일어났습니다.5월 상장사 임원들의 자사주 순매도를 증권거래소별로 보면 선전증시에서 263.65억위안,상하이증시에서 12.1억위안을 기록했습니다.선전증시에선 중소기업판과 창업판이 각각 142.6억위안과 87.23억위안의 자사주 순매도를 기록해 선전증시에서 이뤄진 상장사 임원 자사주 순매도의 87%를 차지했습니다.중소기업판과 창업판 모두 월간 기준 역대 최대규모로 자사주가 시장에 흘러나왔습니다.

중국에서는 과거부터 창업판 상장사 대주주(임원 등)들의 자사주 매도 러시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왔습니다. 창업판이 개장한 지 1년이 지나 보호예수에 풀린 주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중국 당국은 2010년 11월 창업판 상장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매를 규제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신규 기업공개(IPO)이후 6개월내 이직하는 경우엔 이직을 신청한 날로부터 18개월내에는 본인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도할 수 없도록 한 겁니다.보호예수 기간 조정뿐 아니라 공시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할 때 나타나는 자사주 매도 열기를 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주주가 자사주를 파는 이유는 단순히 차익을 실현하는 것 뿐 아니라 비싸게 팔고, 나중에 다시 싼 값에 되사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물론 사업과 관련한 실물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라는 건전한 ‘동기’도 있지만 자사주 매도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중국에선 상장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현상이 주식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여건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의 연구결과가 나와 있기도 합니다.발행가가 높고,IPO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고,초과 공모자금이 많은 중국 증시의 이른바 3고(高)현상이 상장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와 정(正)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게 대표적입니다. 자사주 매도현상이 기업들의 실적과는 역상관관계를,임원들의 이직현상과는 정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주목할만합니다.

중국은 창업판 등의 상승세를 신흥산업을 키우는 동력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하지만 상장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러시는 그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합니다.창업판에 상장된 벤처기업일수록 임원이 창업 멤버일 가능성이 크고,이들이 차익실현을 하고 회사를 떠나게 되면 회사의 경쟁력은 추락하게 됩니다.상대적으로 시스템이 안정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인적자원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투자자 보호가 취약한 겁니다.

중국 학계 일각에서 상장후 주식 보호예수기간을 훨씬 긴 기간으로 늘려야 한다는 식의 규제 강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하지만 이는 규제를 줄이는 시진핑 정부의 방향과는 맞지 않습니다. 시장화를 가속화하면서도 시장 참여자의 과도한 탐욕을 억제하는 게 중국 당국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전문기자kjoh@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