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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구출하는 '붉은 베레모'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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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선임기자) “언제 어디든 우리는 간다!”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요원 27명이 19일 강원도 영월에서 ‘항공구조사 전투생환 훈련’에 들어가기 앞서 전대 구호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이들은 HH-60, HH-32 탐색구조헬기의 지원아래 전투생환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항공구조사(SART : Special Airforce Rescue Team)를 아시나요? 이들은 적을 공격하다가 산과 강, 바다에서 조난된 조종사 등 공중근무자를 구출하는 특수요원입니다.

많은 돈을 들여 양성한 조종사가 적진에 남겨졌을 때 방치한다면 어찌될까요? 조종사의 안전한 구조와 귀환은 공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강화하고 전투요원의 사기도 높여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적의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적군이 아군 조종사를 포로로 잡아 심리전에 활용하는 것도 원천봉쇄할수 있고요. 전쟁 승리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항공구조사들은 임무 특성상 사격과 공중침투, 산악등반, 수상 및 수중 침투, 응급의료 등 특수작전에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춰야만 합니다. 공군은 부사관 중에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보유한 인재를 골라 1년 동안 혹독하게 교육시킵니다. 육ㆍ해ㆍ공 어느 곳에서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사격 등 기본 전투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합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고공강하훈련, 잠수(SCUBA) 훈련, 해상구조훈련, 산악구조훈련, 빙벽구조훈련에다가 의사에 버금갈만한 응급치료법도 배우게 됩니다. 통상 훈련 과정 중 입과자의 절반 이상이 탈락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다 통과해야만 항공구조사의 상징인 ‘붉은 베레모’를 쓸 수 있습니다.

항공구조사가 되었다해도 당장 임무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신임 항공구조사가 실전에 투입되려면 5년동안 훈련을 더 받아야합니다. 세부훈련과목은 고공강하, 낙하산 포장 및 정비, 전문유격, 대테러, 특공무술, 응급구조사 1급 교육, 잠수의무사, 해상생환교육, 고속단정 운용, 해군 특수전 초급반, 폭발물처리 숙달, 수상인명 구조, 동계 수난 구조, 로프 인명구조, 응급 구난잠수, 동ㆍ하계 암벽 등반 심화과정 등입니다. 이런 교육을 다 받고 합격해야만합니다. 이러다보니 공군의 항공구조사는 70여명 수준입니다. 이들은 130여종, 1700여점의 장비를 갖고 각종 현장에 투입됩니다.

공군 항공구조사는 2003년 3월 서해에 추락한 미 공군 F-16의 조종사를 구조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이 덕택에 한국 공군은 2008년 9월 30일 이후 평시 아군은 물론 미 공군 조종사까지 탐색구조하고 있습니다. 6전대에서 이 임무를 담당합니다.

항공구조사들은 특수작전 과정에서 타인의 목숨을 구해야하는만큼 한 치의 실수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세밀한 작전수행 능력과 굳건한 팀워크를 갖고 있어야합니다. 평시에는 항공기 사고구조, 응급처치, 환자 후송, 각종 재해ㆍ재난 대민지원, 산불 진화 등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각종 재난과 태풍 셀마 등 자연재해에서 5000여명에 달하는 인명을 구조했다고 합니다.

이번 훈련은 조종사가 산악지형에 조난되었다는 상황을 가정해 ‘조난자팀’과 ‘대항군팀’, ‘구조팀’으로 구분, 진행되었습니다. 조난자팀은 산악지형에서 대항군팀을 피해 구조팀과 접선했고 구조팀은 탐색구조헬기를 이용해 조난자팀을 무사히 탈출시켰습니다.

항공근무자들은 적진에서 비상탈출한뒤 통신장비를 통해 아군과 연결을 시도한뒤 야간에만 7~8부 능선을 따라 추락지점에서 안전지역으로 이동해야합니다. 항공구조사들은 개인식별 진술서로 조난자의 신원을 확인한뒤 응급처치를 시행합니다. 기본적인 외과수술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형 연료탱크와 구조 장비 등을 장착한 탐색구조헬기에 호이스트를 이용해 조난자를 탑승시킨뒤 아군 기지로 복귀하게 됩니다. 조난자 상태는 통상 A~D의 단계로 이뤄지는데 A는 좋음, D는 사망상태라고 합니다.

적진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조난자를 신속히 구해아하는 고난도의 임무를 맡고 있는 항공구조사들이 제 임무를 다하는 한 공군 조종사들도 안심하고 비행훈련에 임할 것입니다.
swchoi@hankyung.com(끝)
사진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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