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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평생관리의 시대, 이젠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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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 ‘몸’으로 내려온 관심…‘회춘’ 꿈꾸는 중년들 시술에 집중 투자

(이현주 한경 비즈니스 기자) 최근 ‘몸짱’ 열풍이 거세다. 몸매 하나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고 뮤직 비디오에서 ‘찬양’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뉴스 프로그램에 피트니스 스타와 함께하는 1분 체조가 등장하고 케이블 방송에서는 한 시간 내내 몸 가꾸는 법에 대해 안내한다. 대중매체에서 시작된 몸에 대한 관심은 미인의 기준마저 흔들고 있다. 과거 얼굴에서 현재 몸매로 시선이 옮겨 온 듯한 모습이다. ‘더 어려서부터’ 시작된 몸에 대한 관심은 ‘더 늙어서까지’ 계속된다. 중년들은 주머니를 열고 시간을 거스르려고 한다. 결론은 평생 관리의 시대.

“넌 허리가 몇이니? 24요. 힙은? 34요. 어렸을 때부터 난 눈이 좀 달라. 아무리 예뻐도 뒤에 살이 모자라면 난 눈이 안 가. 앞에서 바라보면 너무 착한데 뒤에서 바라보면 미치겠어.”

가수 박진영(43) 씨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의 한 대목이다. 1년 7개월 만에 심사위원에서 가수로 돌아온 그가 노래하는 것은 보디라인이다. 허리 24인치, 히프 34인치 라인의 여성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어지는 가사는 더욱 노골적인 ‘몸매 예찬’이다.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가 아냐. 마음만 예뻐서도 여자가 아냐 난. 하나가 더 있어. 앉아 있을 땐 알 수가 없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어 난. 난 그때서야 God girl.”

뮤직 비디오를 보면 의도가 더욱 명확해진다. 박진영 씨가 피트니스센터에 들어서며 뛰어난 몸매의 여성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바라보며 시작되는데, 정확히는 여성의 ‘뒤태’, 더 구체적으로는 ‘엉덩이’가 지속적으로 화면에 비친다. 허리와 히프 사이즈를 물어본 이후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으로 구애하는 모습이 포인트다. 공개된 지 1주일도 안 돼 500만 뷰를 돌파하며 제2의 ‘강남스타일’을 노린다.


대중매체에서 조명하는 몸짱 열풍
‘어머님이 누구니’의 인기는 몸매에 열광하는 요즘 사회를 잘 보여준다. ‘잘 노는 오빠’ 박진영 씨의 개인적 취향도 있지만 대중 또한 충분히 공감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기 때문에 그의 취향에 음원 차트 1위라는 반응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성적인 시선이라는 비판보다 24·34의 몸매를 만들어 준 어머니(생물학적 어머니와 제2의 어머니인 의사를 모두 포함)가 누구냐는 질문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이다.

대중매체는 이미 앞서 몸매를 주목하고 있다. 피트니스 방송 프로그램은 명실상부한 스타 배출소다. 매일 오전 7시 40분 MBC ‘뉴스 투데이’ 이후 ‘1분 튼튼건강’에 등장하는 트레이너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들로, ‘운동하는 여신’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몸매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케이블 방송 ‘온 스타일’의 ‘더 바디쇼’는 여성 보디 전문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11자 복근’ 만드는 운동법, ‘애플 히프’ 만드는 법, ‘천골’ 마사지법 등 부위별 운동법을 소개하고 방송 후 짧은 동영상으로 편집돼 전국 여성들에게 퍼져 나간다.

몸매 하나로 스타덤에 오른 대표 주자는 유승옥(25) 씨다. 그는 이와 같은 트렌드를 ‘건강함’에 대한 열망으로 표현했다. “얼굴은 성형수술이나 메이크업을 통해 예뻐질 수 있지만 얼굴로 건강함을 보여줄 수는 없다. 진짜 미인은 건강한 몸매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유 씨는 지난해 11월 ‘머슬마니아’ 세계 대회에서 동양인 처음으로 5위에 오른 후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신체 사이즈(35·23.5·36.5)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더 바디쇼’의 MC에서 TV 드라마에까지 진출하며 배우로 커리어를 쌓고 있고 6월 중 자신의 몸매 관리 운동법인 ‘발레이션(발레+PT동작)’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유 씨는 “사람의 체형은 다양하고 뚱뚱하거나 통통하거나 마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탄탄한 몸매로 보완하느냐”라며 “각자 가진 체형에서 탄탄한 근육을 만드는 게 요즘 트렌드이고 건강한 미인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또한 “‘얼굴만 예쁘면 다 된다’에서 ‘몸매까지 예뻐야 여자다’라는 말씀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며 “고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성별을 불문하고 몸매 관리에 대해 문의하는 것을 보면 운동과 건강한 몸은 이제 대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몸매 열풍은 설문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경비즈니스가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설문 조사한 결과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60대 남녀 250명을 대상으로 ‘과거에 비해 중요해진 미녀의 조건’을 물은 결과 전체의 45.6%가 ‘균형 잡힌 탄력 있는 몸매’를 꼽았다. 이어 18%가 ‘볼륨 있는 허리와 히프 라인’을 선택했다. ‘맑고 투명한 피부(16%)’, ‘또렷한 눈·코·입(10%)’, ‘갸름한 얼굴(6.4%)’이 후순위로, 확실히 ‘얼굴’보다 ‘몸짱’ 선호 현상이 엿보였다. “전 여자가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가 크면 좋아요. 정말 예쁘죠(박진영 씨의 한 언론 인터뷰 중에서)”라는 말은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이 아닌 모두의 트렌드가 됐다.

‘이성의 외모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곳’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비율과 라인(33.6%)’, ‘눈·코·입 이목구비(33.6%)’가 같은 비율로 높게 나왔는데, 남녀에 따라 조금 차이를 보였다. 남자는 ‘전체적인 비율과 라인’이 1순위였고 여성은 ‘눈·코·입 이목구비’가 1순위였다.

몸매가 예뻐야 진짜 미인이다
여성이 몸매를 드러내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전체의 67.6%가 ‘당당해 보이고 좋다’를 택했고 16%만 ‘보기 불편하고 싫다’고 답했다. 이 밖에 ‘자신의 외모 관리에서 주로 신경 쓰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서는 ‘체중 감량’에 가장 많은 표(95명)를 던졌다. 남녀 모두 몸매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몸짱 열풍은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다시 불어온 몸짱 열풍은 더욱 세분화된 모습을 보인다.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허벅지는 기본, ‘애플 히프’로 불리는 볼륨 있는 엉덩이까지 추가됐다. 옷맵시를 살리기 위해 잔 근육을 선호하기 시작한 점도 달라진 면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다이어트에서도 탄력 있는 몸매(toned body) 만들기가 대세다.

‘더 바디쇼’는 달라진 다이어트 풍경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과거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다이어트 워’가 있었다면 최근엔 ‘더 바디쇼’로 교체됐다. 고도비만자들을 모아 놓고 체중 감량에 집중했던 ‘다이어트 워’와 달리 ‘더 바디쇼’에선 배우 최여진 씨가 ‘11자 복근과 잔 근육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X뱃살과 완벽하게 이별하는 법’을 주제로 토크를 진행한다.

몸매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세계 1위 성형 강국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약 21조 원인데, 그중 한국의 시장 규모는 5조 원으로 세계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요커’ 3월호에는 ‘세계 성형수술의 중심지’라는 제목으로 한국을 조명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인구 대비 성형 건수 1위’로, ‘성형 공화국’으로 불리는 현실이다.

성형 미인이 많아졌지만 ‘의란성 쌍둥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비슷해진 얼굴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열망이 몸매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진영 씨가 강조한 골반과 24·34의 라인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타고나지 않는 이상 수술로는 한계가 있다. 진석인 메디코스 클리닉 원장은 “타고난 체형이 작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크고 골격이 있어 어렵다”며 “몸매 라인을 잡아야 하는데 다이어트를 하면 가슴과 히프의 볼륨감이 줄어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갸름한 얼굴형과 또렷한 눈·코·입의 전형적인 성형 미인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진짜 미인을 찾기 위한 노력은 타고난 체형과 꾸준한 운동 없이는 닿기 어려운 24·34의 몸짱에 열광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듯한 모습이다. 물론 이미 성형 시장에선 몸매 성형이 유행이다. 종아리 라인, 엉덩이 볼륨, 가는 허리를 만드는 ‘보디라인’ 성형이 대세로 떠올랐다. 식단과 운동을 통해 기본적인 몸매를 만들고 보톡스나 지방 이식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최신 성형 흐름이다. 미에 대한 집념은 트렌드를 앞서간다.

또 다른 시각에서 몸짱 열풍을 분석할 수도 있다. 늘어난 평균수명과 소득수준으로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과 전문가이자 비만클리닉 주치의인 청담오라클피부과의원 이영숙 원장은 “건강한 몸이 예쁜 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건강한 몸은 마른 몸이 아니다”며 “근육세포 감소, 지방세포 확대라는 노화를 거스르기 위해 꾸준히 관리를 받으며 유지한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중년의 배우들이 ‘동안’ 외모를 유지하는 것도 다 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관리를 통해 얼마나 노화를 늦출 수 있을까. 청담동 사모님들이 토털 안티에이징을 위해 즐겨 찾는 청담힐 클리닉의 김민영 원장은 “60대인데 40대로 보이고 50대이지만 30대 못지않은 이도 있다”며 “나이가 들더라도 건강하고 젊게 살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도 또래보다 10년은 젊게 하고 몸매나 피부 관리를 통해 남들에게도 인정받으면서 스스로 관리를 잘했다는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웰빙’에서 ‘웰에이징’으로 초점이 바뀌면서 미의 기준이 ‘관리’가 돼 가는 듯한 모습이다. 청담동에서 만난 40대 여성 A 씨는 “노화를 막을 수 없다면 얼마나 꾸준히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게 만드느냐가 관건이 됐다”며 “자연스럽고 건강하면서도 매력을 지키는 선에서 관리하고 피부과나 피부 관리실, 운동 스튜디오, 안티에이징 클리닉을 마치 미용실처럼 꾸준히 다니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관리하는 게 좋아 고등학생 딸과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김민영 원장은 “요즘 동안 추세는 ‘태’가 예쁜 것”이라며 “과거에는 다이어트 하면 10kg 감량이 목표였는데, 이제는 몸무게에 연연하지 않는다. ‘몸무게 뺄래, 몸매 만들래’라고 하면 후자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A 씨는 “다이어트를 했는데 살이 늘어지는 바람에 수척해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여드름이 있더라도 생기 있는 피부를 원하고 거울을 봤을 때 예쁜 몸매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남녀 모두 ‘잔 근육’이 트렌드
최근 핫 트렌드인 ‘리프팅’ 시술을 기준으로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비용을 지출하고 회장님들이 즐겨 하는 ‘줄기세포’ 치료는 억 단위까지 올라가지만 ‘몸이 곧 자산’인 이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출한다.

이미 고령화가 앞서 진행된 미국에서는 대학 병원 수준의 안티에이징 센터가 활성화되기도 했다. 의사, 운동 트레이너, 마사지 전문가 등이 한 팀을 이뤄 한 명을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도 제주도에 ‘더위 리조트’가 힐링 리조트를 지향하며 종합 안티에이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각종 운동법이 진화하고 관련 서비스가 발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클라이밍, 파워플레이트, 저주파 근육 자극 운동, 크로스핏 등 이름도 생소한 각종 운동법과 관련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일대일 맞춤 트레이닝을 하는 니콜스튜디오의 니콜 대표는 “몸매가 균형이 잡혀 있으면 그만큼 자기 관리에 뛰어난 것으로 인식하고 실제 회원들도 그렇다”며 “회원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운동을 통해 삶이 바뀌고 늙어 가는 모습이 바뀐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스튜디오에서 가장 놀란 점은 언뜻 30대로 보이는 니콜 대표가 놀랍게도 대학생 자녀를 둔 주부라는 점이다. ‘늙어가는 모습이 바뀐다’는 게 눈앞에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대중매체에서 시작된 몸짱 열풍은 대한민국 사회 전반으로 퍼져 가고 있다. 미용의 영역에선 ‘달라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건강의 영역에선 ‘젊어지고 싶다’는 욕구로 한동안 몸매 관리의 열기는 계속될 듯하다. 말 그대로 ‘평생 관리’ 시대의 한 단면이다.

돋보기 | 1세대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
“몸짱 비즈니스의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몸짱 열풍’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뒤를 이어 몸짱의 계보를 이은 것은 트레이너가 아니라 연예인이었습니다. 트레이너의 계보라면 최성조(간고등어) 씨가 차승원 씨의 트레이너로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어 숀리·아놀드홍·정아름 씨와 최근의 유승옥 씨를 비롯한 이연·박초롱 씨 등의 피트니스 스타들이 유명해지고 있어요.”

최근 달라진 몸짱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최근의 몸짱은 몸매가 좋은 사람을 뜻하죠. 가장 큰 변화는 여자들이 약간의 근육이 있는 몸매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에요. 굳이 표현하자면 ‘찰진 몸매’ 정도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는 여성들의 몸에 근육이 있으면 징그럽다고 기피했는데, 요즘은 섹시한 몸매의 기준이 내천(川)자 복근이 되고 있어요. 이건 매우 큰 변화고 또 바람직한 변화라고 봅니다.

해외에도 진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일본·홍콩·대만·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했습니다. 거의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일본에서는 2008년에 제가 쓴 서적 세 권이 일본 전체 베스트셀러 1, 2, 3위에 나란히 오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어요. 그리고 홍콩에서는 1만 명이 모인 피트니스 콘서트를 했고 홍콩인이 뽑은 멘토 20위 안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저의 피트니스 클럽 프랜차이즈가 생겨요. 현재 3군데가 개설될 예정이고 3년 이내에 200여 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몸짱 비즈니스로 어디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요.
“피트니스와 다이어트 그리고 뷰티가 어우러진 사업은 그 영역의 한계가 없다고 봐요. 최근 제트니스(ZETNESS)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강남 압구정동에 운동 연구소 겸 운동 스튜디오를 오픈했습니다. 제트니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건강 및 뷰티 관련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charis@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