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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스탠다드 고속철 수출 모색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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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삼류기업은 제품을,이류기업은 기술을,일류기업은 표준을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이 독자 표준의 고속철도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자체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고속철도 해외 진출을 통해 첨단장비 분야에서도 ‘차이나스탠다드’를 국제 표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고속철도 국가표준을 처음으로 제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습니다. 국제표준 관련 기구 요직에 중국 인사를 진출시켜 ‘입김’을 키우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낮은 저임노동력에 의존한 상품 수출로 고성장해온 데서 탈피해 기술 혁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장비 수출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중국의 부가가치 사슬 확대 전략을 보여줍니다.

◆러시아에 중국표준 첫 고속철 진출 추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모스크바와 카잔을 잇는 고속철 사업에 들어갈 자금 지원을 위해 우선 60억달러를 대출해주기로 했습니다.2020년까지 197억달러가 소요될 이 프로젝트에 사용됩니다. 중국의 자금지원 공세 덕에 중국 표준이 적용되는 첫 번째 해외 고속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770㎞ 구간의 이 고속철 노선 설계사업은 지난 4월30일 중국의 철도 시공회사인 중철(中鐵)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수주했습니다.양국 정부가 작년 10월 이 고속철 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노선을 달릴 고속 기차 공급은 중국 양대 기차 제작업체인 남차(南車)와 북차(北車)가 합병해 6월에 출범시킬 중차(中車)가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에선 2009년 10월 독일 지멘스 기술로 개통한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간 고속철이 최고 시속 250km로 가장 빨랐지만 중국 기술로 최고 시속 400km의 고속철도가 건설된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했습니다.양국은 모스크바-카잔 고속철 노선을 베이징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의 고속철도 궤도 폭인 1520㎜와 중국 표준 1435㎜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가 향후 협상의 주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중국 첫 고속철 국가표준 제정

지난 2월 중국 철도국은 고속철도 첫 국가표준인 ‘고속철도 설계규범’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표준은 노선 건설부터 철도차량 제작과 철도운영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고속철 운행을 시작한 중국의 고속철 노선 길이는 지난해 말 기준 1만6000km로 전세계 고속철 노선의 6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고속철은 기본적으로 해외 표준에 따라 건설된 게 대부분이다.독자 표준의 고속철이 없는 게 중국산 기술과 장비 수출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영국 텔레그래프)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고속철 부품 중 외국기술을 핵심기술로 사용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의 고속철도 국가표준 제정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의 연장선입니다.2013년 옛 중국 철도부의 사업부문을 떼어내 세운 중국철도총공사가 중국표준의 고속철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 사업을 비롯해 태국과 인도가 추진중인 자국내 첫번째 고속철 사업에도 중국표준에 따른 고속철 수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중국이 고속철 수출을 추진중인 국가는 이란 미국 베네수엘라 등 30여개국에 이른다고 아사히신문이 최근 전했습니다.

◆국제표준 기구 요직 중국계 인사 진출

중국은 자국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해 국제표준 관련 기구의 요직에 자국인사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1일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 장샤오강은 1947년 ISO 설립 이후 처음으로 수장을 맡은 중국계 인사입니다. 같은 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사무총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자오허우린도 ITU 설립 150여년만에 첫 중국계 사무총장입니다.앞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부위원장직에 2013년 1월 오른 수인뱌오를 포함하면 3대 국제표준 기구의 요직을 중국계 인사가 모두 꿰찬 것입니다. 중국계 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IEC산하 기술위원회(TC)도 2006년 IEC-TC 95를 시작으로 이미 40개가 넘어섰습니.고속철의 경우 중국은 국제철도연맹(UIC) ISO IEC등의 국제표준 작업에 적극 참여중입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3월 ‘표준화 업무개혁 심화방안’을 내놓았습니다. “1988년 중국표준화법이 제정된 이후 새로운 이정표”(텐스훙 국가표준화위원회 주임)라는 평가를 받는 이 방안은 “신실크로드를 건설하면서 중국 기술의 국제표준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불리는 중국의 신실크로드 사업이 고속철도 원전 같은 첨단장비 수출을 위한 고속도로가 될 것”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이라는 관측과 무관치 않습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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