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중국 금리인하 발표 한발 앞서 알 수 있을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이 또 일요일에 돈을 더 푸는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인민은행이 11일부터 예금과 대출금리를 각각 0.25% 포인트 내린다고 10일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19일 일요일에 은행 지준율을 인하한 지 한달도 안돼 돈을 더 풀기로 한 겁니다. 보통 인민은행은 금요일 장 마감 후에 중요한 통화정책을 발표하곤 했지만 두차례 연속 일요일에 발표를 하는 것으로 보아 발표시간이 다소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인민은행은 작년 11월21일 2년여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릴 때는 금요일 장 마감 후에 발표했지만 이후 지난 3월1일부터 적용된 금리인하는 토요일(2월28일)에 발표됐습니다. 금요일 장마감 이후나 토요일,일요일 모두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시간대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그럼에도 일요일에 발표하는 건 다음날 개장하는 증시에 강한 메시지를 주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모든 정책 발표는 시간이 흐를수록 체감 강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닌까요.

작년 11월과 올 2월 금리인하를 단행한 후 첫 개장일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상하이증시의 경우 각각 1.85%와 0.79% 상승했었습니다.이번에도 금리인하는 유동성 확충 기대를 낳아 증시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됩니다.지금의 증시는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 장세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뜬금없이 인민은행 발표 시간을 놓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오늘 금리인하 발표를 놓고 중국인 친구들과 나눈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대화 해프닝 때문입니다.제가 인민대에서 금융으로 박사를 했기 때문에 동창들 역시 대부분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중국 금융정책이나 통화정책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편이지요..

하지만 오늘 일요일(10일)은 다소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웨이신에 동창 한 명이 “또 금리를 내렸네”라고 알리며 한 사이트를 찍어 준 겁니다.그때가 중국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55분(한국시간 오후 5시55분)입니다.’상하이시 최신 호화주택 투자동태’란 제목의 사이트에 인민은행이 11일부터 위안화 대출과 예금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올라와있더군요. 곧바로 베이징에 있는 특파원에게도 이 소식을 알렸지요.

그런데 뭔가 켕기는 게 있었습니다.중국은 짝퉁이 많은데 혹시? 찌라시 아닐까. 아니다 다를까요.인민은행 웹사이트를 들어갔는데 8일 올라온 1분기 통화정책보고서가 최신 뉴스였습니다.중국에도 이렇게 ‘찌라시가 도는 구나’하고 웨이신 친구들에게 “것 참 이상하다.인민은행 사이트에는 없다”고 알렸지요. 그랬더니 “틀림없이 유언비어일꺼야”라고 한 친구가 답하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또 다른 친구가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소식을 담은 신랑재경(시나닷컴재경)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캡처한 걸 올리면서 사실일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내용은 같더군요. 그 순간 다시 인민은행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아니다 다를까요.ㅎ.이번엔 두 꼭지가 눈에 보이더군요. 금리인하 소식과 왜 금리를 내렸는지를 질의응답형태로 실은 문장이 함께 올려져 있더군요. 올려진 시간을 봤더니 오후 5시0분54초와 5시1분24초로 돼 있었습니다.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중국처럼 웬만한 정책관련 정보는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접근조차 힘든 현실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바로 그 사이트에서 예전에 금리를 내렸을 때도 몇 분 앞서 소식이 흘러나왔다고 들려주더군요.

중국 당국이 왜 금리인하 같은 주요 정책결정이나 통계치를 주말이나 일요일에 발표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주요 정보가 한발 앞서 새나가면 불공정 행위를 낳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2011년 10월 홍콩언론에 이와 관련된 보도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밀위원회판공실(保密委員會辦公室)에 따르면 인민은행 금융연구소 연구원이던 우차오밍이 증권회사 직원 15명에게 25개의 경제 정보를 사전 유출한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고, 순전 전 국가통계국 비서실 부주임은 증권회사 직원에 27개의 경제 정보 기밀을 누설한 죄로 징역 5년형에 처해졌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그 동안 국내총생산(GDP), 소비자물가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 예정일에 앞서 미리 특정 기관이나 개인들에게 유출돼 부당 이득을 취하는 데 이용되거나 시장을 교란시킨 데 대한 대한 엄중 경고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이 주말에도 경제지표를 발표하기 시작하고 금리인하 같은 주요정책을 주말에 발표하는 것모두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토요일인 지난 9일 발표됐지요.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으로 시장 전망치(1.6%)에 못미쳐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습니다.낮은 물가는 이번 금리인하 배경 설명으로 인민은행이 내세운 '실질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요.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게 실질금리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최근엔 중국에서 빠른속도로 핫머니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랐습니다.유동성 확충의 필요성이 있었던 거지요.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6.2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