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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 볼펜까지 팔리는 현실 개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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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최근 서울대 철학과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컨닝, cheating)가 발생한 데 이어 통계학과 일부 학생이 답안지를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재시험을 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며 직접 부정행위를 하거나 목격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지요. 과거에는 부당하게 성적을 올리기 위해 친구의 답을 훔쳐 보거나 책상, 쪽지 등에 주요 부분을 메모하는 이른바 '커닝 페이퍼'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디지털 기기 보급 이후 삐삐, 전자수첩, 핸드폰, 무선수신기는 물론 기가 막힌 컨닝 장비들이 부정행위에 쓰이면서 화제가 된 적도 있는데요.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커닝'을 입력하면 '컨닝볼펜'을 팔고 있는 쇼핑몰이 나옵니다. 가격대는 오천원 안팎인데요. '행운-성적UP'이란 소개글도 함께 언급돼 있습니다. 이 볼펜 안에 컨닝 페이퍼를 넣고 돌리면서 볼 수 있습니다. 메모지를 교체하는 방법을 담은 동영상도 있습니다. 중국에선 컨닝 관련 장비 시장이 형성된 상황이라 교육당국이 전전긍긍할 정도입니다.

최근엔 '커닝에 걸렸을 때 대처방법', '절대 안 걸리는 새 커닝법' 게시물과 대비되는 '커닝사실 신고 요령'을 적은 게시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부정행위로 피해를 입는 학생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신고하는 것이 적절하게 부정행위(자)를 '응징(?)'할 수 있는지 팁을 줍니다. 요즘 부정행위가 워낙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동참하지 않는 학생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거나 '왕따'가 될 수 있는 점을 반영한 겁니다.

시험을 치르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망치면 인생이 끝나는 듯한 사활적인 경쟁 여건이 아니라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검증하는 입시제도 마련이 중요합니다.

물론 학교, 교사가 외부에 소문이 날까 '덮기'에 급급하다는 선량한 학생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엄격한 감독과 징계 처분은 필요할 것입니다. 부정한 수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시험 부정행위를 학교에서 제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채용청탁'이나 '불법선거자금' 같은 부패행위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디지털전략부 기자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