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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노리다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 놓친 뉴욕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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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문화스포츠부 기자) ‘실패’ ‘이도 저도 아닌’ ‘재앙’. 미술평론가들이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대해 지난 두 달간 붙인 평가입니다. 유명 미술평론가 제리 살츠는 자신의 SNS에 뉴욕 현대미술관의 평론가용 입장권을 불태우는 사진을 올려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세계 현대미술의 본산’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이 부실한 전시로 문화계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중친화적인 전시를 열려다 예술성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대중성까지 놓치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지난 3월8일 ‘비요크(Björk) 전’을 시작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대중음악가 비요크의 예술 작업을 돌아보는 회고전으로, 7월7일까지 열립니다. 비요크는 전기 코일 소리를 음악에 이용하고 독특한 그래픽을 넣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등 실험적인 미디어아트 작업을 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2012년부터 계획하고 준비한 전시지만 피상적인 전시 내용과 구성이 비요크의 20년 작업을 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입니다. 전시장에는 뮤직비디오와 맞춤 제작된 악기, 의상 등이 나왔습니다. 비요크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은 백조 모양 드레스 등 ‘괴상한 예술가’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의 작업과정이나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보여주는 구간은 많지 않습니다.

전시공간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2층짜리 임시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데다 기획 회고전이지만 신진작가들에게 내주는 정도의 규모라는 겁니다. 자리가 모자라 작품 일부는 구석으로 밀렸다고 하네요. 투어 비디오는 주말에 몰려든 관람객들이 대기하는 복도에 음이 소거된 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대중들의 반응도 시들합니다. 전시 중이기 때문에 관람객 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술 뉴스 전문 웹사이트 아트넷뉴스는 미술관 관계자를 인용하며 “전시 관람객이 미술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예술평론가 리처드 우드워드는 “전시가 유명인사를 소재로 이용할 뿐 정작 그의 예술적 면모는 소개하지 않는다”며 “비요크 팬들조차 즐길 수 없을 전시”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던 뉴욕 현대미술관이 결국 아무 것도 달성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혹평했죠. 뉴욕 타임즈와 더 뉴요커, 가디언 등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예술계에서 보기 드문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수석 큐레이터 클라우스 비젠바흐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뉴욕 매거진의 평론가 제리 살츠는 지난 6년간 뉴욕 현대미술관이 연 전시 일부를 열거하며 “뉴욕 현대미술관이 입장권 수입을 올리려다 스스로 공신력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상업성과 유명세만 중시해온 수석 큐레이터가 물러날 때”라고 말했습니다. 아트넷뉴스도 세 차례에 걸쳐 비젠바흐 책임론을 담은 글을 기고했습니다.

미술관이 추구해야 할 가치인 예술성과 대중성, 이 둘을 모두 잡기는 매우 까다로워보입니다.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가 어떻게 바뀔 지 주목됩니다. / always@hankyung.com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