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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ADB총회에 은행장들이 안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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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명 금융부 기자) 매년 4월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립니다. ADB는 1966년 설립된 아시아 지역 최대의 경제개발지원 국제기구입니다. 회원국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45개국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구미 18개국 등 60여개국이 넘습니다.

ADB 회원국들이 매년 모여 그 해 글로벌 경제동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연차총회입니다. 각 회원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합니다. 주요국의 핵심 경제정책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만큼 총회에 쏠리는 관심도 큽니다.

올해 연차총회는 4일부터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ADB 연차총회에 보이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주요 은행장들입니다.

매년 ADB연차총회에는 은행장들이 한 두 명씩 꼭 참석해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이 갔었고, 2013년에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참석했습니다.

은행장들이 ADB 연차총회에 가는 이유는 뭘까요. 글로벌 경제 현안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란 게 통상적인 답입니다. 물론 이런 설명도 있습니다.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주요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자리인만큼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참석한다는 겁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은행장들도 많이 참석한다”며 “해당 국가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들의 기(氣)를 살려주기 위해 은행장들이 응원부대로 동원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은행장들 가운데 단 한명도 ADB연차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금융권 인사로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홍영만 캠코 사장 등만 참석했다고 합니다. 일부 은행에선 행장 대신 부행장급 인사를 대신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럼 왜 올해 ADB 연차총회에 은행장들의 참석률이 ‘0’이 된 걸까요.

해석은 분분합니다. 각 은행들은 미리 예정된 행장의 외부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를 댑니다. 일각에선 중국이 주도하는 AIIB가 만들어지면서 ADB의 위상이 약화된 것이란 관측도 내놓습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바로 ‘성완종 사태’의 후폭풍이란 겁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혜 로비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주요 은행장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아직까지 의혹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따가운 와중에 은행장들이 정책당국자들과 한자리에 서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해석이죠.

오비이락일까요? 아니면 타당한 분석일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