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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혁명…무너지는 ‘9 to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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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어 공공기관·중소기업 ‘확산’, 조직 문화 바꿔 창의성·몰입도 높여

(이정흔 한경 비즈니스 기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출근 전쟁’이 앞으로는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9 투(to) 6’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표준 근무시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3일부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 출퇴근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행정자치부와 같은 공공 기관까지 유연 근무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업무 시간의 변화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조직 문화가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과 삶의 균형’과 ‘높은 연봉’. 이 둘 중에서 직장인들이 더욱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2014년 11월 글로벌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링크트인은 씨티그룹과 함께 이에 관한 재미있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1040명의 링크트인 회원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무려 64%가 ‘10%의 급여 인상’ 대신 ‘업무 시간의 자유’를 선택했다. 기업들이 업무 방식에서 ‘약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만족도나 효율성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하는 이유다.

텅 빈 금요일 오후, 삼성전자의 달라진 풍경
“금요일 오후 2시쯤 되면 사무실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주말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고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뜻하는 신조어)을 즐기기도 하고요.”

삼성전자 지원 부서에 근무 중인 5년 차 직장인 황모 씨는 자율 출퇴근제 시행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금요일’을 꼽았다. 삼성전자에서 지난 4월 13일부터 전면 시행하고 있는 자율 출퇴근제는 몇 가지 요건만 충족되면 직원들이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조건이란 것도 그리 까다롭지 않다. 주당 40시간, 주 5일, 하루 최소 시간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황 씨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량이 있는데, 갑자기 업무 시간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8시간 이상 일하는 게 태반”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금요일 근무시간을 최소로 줄이면서 주말 여가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분위기가 사내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 부서에 따라 ‘자율 출퇴근제’ 활용에 차이가 크다는 것 또한 아쉬운 점이다. 개발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김모 씨는 “똑같이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업무의 특성에 따라 1주일 내내 야근하는 부서도 여전히 많다”며 “나는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는데 다른 팀 동료들이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울 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상사의 스타일에 따라 잘 지켜지는 부서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그래도 회사 차원에서 수시로 공지를 보내기도 하고 자율 출퇴근제 시행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서서히 자리 잡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은 시행 초기인 만큼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직원들의 ‘자율 출퇴근제’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황 씨와 같은 팀에서 근무 중인 최모 씨는 “예전보다 퇴근 때 상사의 눈치를 훨씬 덜 보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근무시간에 잠깐 병원을 다녀오는 것도 부담이 컸는데, 그런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율 출퇴근제 실시 이후 동호회를 조직해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교육 강의 수강 등 자기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황 씨는 4월부터 중국어 강의에 새롭게 등록했다. 출근 전쟁 시간대를 피해 조금 더 여유 있게 출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해외 업체들과 제휴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 씨는 “해외 법인들과 일할 때 능률이 올라가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라며 “각 나라별 시차에 맞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니 글로벌 비즈니스에도 더욱 맞는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전부터 회사에서 늘 강조하던 것이 ‘일이 없을 때는 책상에 앉아 있지 말자’였다”며 “굳이 오랜 시간 회사에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다 보니 스스로도 업무 시간에 훨씬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인사담당 관계자는 “자율 출퇴근제는 궁극적으로 ‘스마트 워크’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임직원들에게도 수시로 이 제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도를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기 때문에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2012년 3월부터 3년간 연구·개발(R&D)과 디자인 직군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면서 이 제도를 보완해 왔다. 그보다 앞선 2009년부터는 임직원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중 원하는 때 출근해 근무할 수 있는 자율 출근제를 시행했던 바 있다. 이미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이와 같은 유연 근무제 시스템이 낯설지 않은 셈이다. 인사담당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시장 환경이 직원들의 절대적인 ‘근무 양’보다 업무 집중도나 효율성 등 ‘근무의 질’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로 변했다”며 “직원들이 개인 시간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하면 창의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해외 사업장에도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 등 다른 전자 계열사도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명칭은 제각각…핵심은 ‘스마트 워크’
삼성전자의 자율 출퇴근제를 계기로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인 국내 대기업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유연 근무제나 책임 근무제 등 명칭은 제각각이지만 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은 같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보다 유연한 조직 문화를 통해 ‘스마트 워크’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네이버·LG그룹·한화그룹·SK그룹 등이다.

국내에서 유연 근무제가 가장 잘 지켜지는 기업으로 평가 받는 곳은 LG그룹이다. 현재 LG생활건강과 LG이노텍 등 일부 계열사에서 유연 근무제를 실시 중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이미 2005년부터 출퇴근 시간대를 5개 중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오전 7시~오후 4시, 오전 7시 30분~오후 4시 30분,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 오전 9시~오후 6시 등이다. LG이노텍은 2010년부터 워킹 맘, 원거리 출퇴근자 등을 위해 오전 7시~오후 10시 사이에 8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우면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여직원의 비중이 높아서인지 여성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자율 출퇴근제 실시 이후 해마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LG그룹 전체 평균보다 LG생활건강이 20~30% 정도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13년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람·문화 혁신 차원의 권고 지침을 내놓고 2014년부터 자율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각 계열사나 팀마다 업무의 특성과 직원들 개개인의 의사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결정권자는 임원급인 실장과 부문장 등이다. 팀 전체가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 퇴근을 곳도 있고 육아 문제 등을 고려해 직원 개인의 출퇴근 시간을 달리하는 곳도 있다. 현재 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삼성전자와 같은 자율 출퇴근제는 아니지만 직원들의 육아를 위해 ‘육아기 출근 시간 조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남직원이든 여직원이든 구분은 없다. 출산부터 만 8세(초등 2학년)까지 자녀를 둔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출근 시간을 9~10시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 임신한 여직원의 모성 보호를 위해 2013년부터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임신 기간 중 30일을 선택해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5시 퇴근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1월부터 ‘책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책임 근무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과 할당 근무시간이 아예 없다. 최소한의 기본 조건이 정해져 있는 자율 출퇴근제보다 한 단계 나아간 정책인 셈이다. 네이버 내부에서 역시 각자 맡은 업무의 성격에 따라 책임 근무제의 활용도에 차이가 난다. 주로 내근이 많거나 혼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부서에서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1주일에 2~3일을 밤샘 근무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머지 2~3일을 연이어 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에는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과 공기업에도 자율 출퇴근제 바람이 불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4.5일제를 운영 중이다. 1주일에 한 번 월요일 오전을 비워 월요병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점심시간까지 포함하면 2.5시간 여유가 생기는 것뿐이지만 직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빅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인 솔트룩스는 1일 8시간 근무 규칙을 없애고 ‘주 40시간’ 근무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아침 운동, 학원 등 자기 개발 시간 활용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솔트룩스 직원들 중 87.6%가 자율 출근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전자 문서 솔루션 전문 업체 이파피루스는 출퇴근을 스스로 하는 것을 넘어 재택근무도 가능하도록 자율 출근제의 폭을 확대했고 스니커즈 등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마즈는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몸이 좋지 않거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전KDN이 본사 지방 이전을 계기로 ‘근무시간 선택제’를 4월부터 도입했다. 기존에는 출퇴근 시간을 1~2시간 정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다가 이번에 대폭 확대한 것이다. 주 5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직원들의 필요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 사이, 최소 하루 4시간은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자치부에서도 4월 20일부터 자율 출퇴근제를 시범 실시 중이다. 행자부에 근무 중인 공무원은 본인의 담당 업무 등을 고려해 하루 4~12시간, 주 5일, 주당 40시간 근무라는 세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행자부는 자율 출퇴근제를 다른 중앙 부처와 지자체에도 적극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
‘퇴근할 때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퇴근할 것’, ‘당신 삶이 먼저이니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말 것’. 소프트웨어 업체인 제니퍼소프트의 업무 규칙 중 하나다. 중소업체지만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이 회사는 주당 35시간만 근무하면 출퇴근 시간에 제약이 없다. 이처럼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율 출퇴근제 확산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직원들의 ‘칼퇴근’을 어렵게 만드는 눈치 문화를 없애는 게 먼저란 얘기다.

정경식 LG생활건강 조직문화팀장은 “단순히 출퇴근 시간만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조직 문화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보고 시스템이나 회의 문화 등 전반적인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의 근무시간 원칙에 따르면 모든 임직원이 공통적으로 근무하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의는 모두 이 시간 내에 이뤄진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모든 보고서는 1페이지 이내로 작성하는 제도 또한 시행 중이다. 이는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보고서도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을 쏟는 것은 ‘임원들의 인식 개선’이다. 그는 “국내 기업 문화는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충성스럽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직원들에게 아무리 ‘야근하지 마라’고 외쳐도 상사가 퇴근하지 않는데 용기 있게 사무실을 떠날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만 하더라도 유연 근무제를 실시한 지 10년이나 됐지만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사후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는 네이버 또한 마찬가지다. 네이버 홍보 담당자는 “책임 근무 제도는 글로벌 모바일 시대 위기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빠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큰 그림에서 시행된 제도 중 하나”라며 “수직적이고 딱딱한 조직 문화를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로 바꿔야 기업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조치”라고 말했다. 그만큼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로 조직 문화 개선이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본부제를 폐지하고 몸집을 줄인 ‘셀 조직’을 확대했다. 또한 수직적인 직급을 없앴고 인사·총무·복리후생 과정에서 결재의 70%가 본인 전결로 이뤄지는 ‘결재의 본인 전결화’를 운영하는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 인사담당 관계자는 “책임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지난해부터 약 4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쳤다”며 “그 결과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고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의 ‘업무 성과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기업 정보 전문 업체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조직 문화는 기업의 매출이나 성과로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원들의 ‘개인적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공감대가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문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만큼 향후에는 이와 같은 자율 출퇴근제가 전반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돋보기
이건희의 ‘7·4제’와 이재용의 ‘자율 출퇴근제’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발표했다. 이때 신경영 선언과 함께 실시된 것이 ‘7·4제도’다. 전 직원이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으로 보자면 일종의 유연 근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마무리됐다. 전 직원의 출근 시간을 7시로 앞당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만성적인 야근에 ‘4시 퇴근 시간’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도로 “업무 시간만 늘어났다”는 직원들의 원성에 결국 2002년 그룹 차원에서 전면 폐지됐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떨까. 13년 만에 부활(?)한 자율 출퇴근제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으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엄격한 직원 관리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어 온 것이 ‘이건희 회장의 방식’이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다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유연한 조직 관리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미국 유학 시절부터 글로벌 업체의 경영자들과 친분을 쌓으며 국제적인 감각을 익혀 왔다.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율 출퇴근제 외에도 올해 5월부터 해외 출장 시 가족 동반을 허용하고 7월부터는 경기 수원사업장 등에서 공휴일에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유연한 조직 문화로 바꾸기 위한 파격 실험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vivaj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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