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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안화 가치 평가의 정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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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선언할 예정이라는 소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이 같은 뉴스를 전했는데요. IMF가 수개월 내 발표할 중국경제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위안화 가치를 언급하면서 ‘공정하게 평가되고’(fairly valued) 있다는 판단을 넣을 것이라는 겁니다. 작년만해도 IMF는 위안화가 5-10% 절하돼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월지는 IMF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지난 10년간 통화바스켓 대비 위안화 가치가 30% 상승했다며 위안화 가치는 대체적으로 적정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마쿠스 로드라우어 IMF 아시아국 부국장이 “위안화 가치가 균형을 향해 가고 있다”거나 “더 이상 저평가돼있지 않은 수준에 왔다”고 언급한 점도 부각시켰습니다. 오는 7월21일은 중국이 달러에 고정된 환율제를 폐기하고 명목상 관리형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지 10년이 됩니다.

IMF의 위안화 가치 판단은 미중간 정치 및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우선 위안화 국제화에 탄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중국은 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중으로 IMF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SDR바스켓에는 달러 유로 엔 파운드 4개 통화가 들어 있습니다. 2010년 위안화의 SDR 편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중국은 상하이자유무역구에서 중국 개인이 해외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곧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는 등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한창입니다. 위안화를 자본계정에서 자유롭게 태환할 수 있어야 진정한 국제통화의 반열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복병은 있습니다.IMF의 최대주주라 할 수 있는 미국입니다. 미 재무부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조작하고 있다는 평가는 하지 않지만 위안화가치가 크게 저평가돼있다는 평가를 고수해왔습니다.의회에선 통화가치 절하 국가에 벌칙을 가하는 법안을 추진중입니다.위안화를 의식한 행보입니다. 미 정치권과 IMF의 위안화가치 판단이 충돌하는 겁니다.

IMF는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제체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의 의결권 비중을 올리는 개혁을 추진 했지만 미 의회가 비준을 하지 않아 유야무야된 상태입니다.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라는 별도의 국제금융기구를 추진한 배경중의 하나입니다.기존 국제금융기구에서 발언권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면 아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국제금융질서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게 중국 당국의 인식입니다.

더욱이 내년은 미 대선이 열리는 해입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반복된 게 중국 때리기 입니다.공화당이고 민주당이고 모두 그랬습니다.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가 앞서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오는 9월 미국을 방문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중국 부상을 위협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정치권을 어떻게 설득시키냐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중국 지도부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공동운명체론’을 말로만 강조한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1분기에 7%로 떨어져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문 것도 중국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합니다.수출 회복을 위해선 위안화를 절하시키는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물론 리커창 중국 총리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습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게 될 경우 미 달러 강세가 강해지고 미 달러와 사실상 연동돼온 위안화가치는 다른 통화들에 비해 강세를 띠게 됩니다. 달러대비 위안화가 절하되더라도 엔화나 유로화 대비 위안화가 초강세를 띠는 겁니다. 중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그렇다고 위안화를 급격히 절하할 경우 통화조작국으로 낙인 찍히고 위안화 국제화 행보는 더뎌질 것이 뻔합니다.

중국이 위안화가치에 얽힌 정치경제학적 장애물을 넘어 위안화를 국제통화의 반열에 올릴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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