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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나스닥 창업판 거품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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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이 역사상 어느 증시의 거품에 비해서도 더 큰 거품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이 잇따릅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주가수익비율(PER)을 들고 있는데요. 현재 창업판의 PER이 역대 어느 나라 증시의 PER보다 높다는 겁니다.

중국 창장(長江)경영대학원의 어우양후이 금융학과 교수는 그러나 증시 전체의 PER를 비교할 때는 신중해야한다며 창업판이 역사상 최고의 거품수준에 있다는 주장을 반박합니다.어우 교수의 반박 논리가 나름 일리가 있어 최근 그가 창장경영대학원 사이트에 올린 ‘창업판과 나스닥 비교는 신중함이 필요’라는 글을 정리합니다.

"지난 4월15일을 기준으로 창업판 지수는 2442에 마감했다.PER은 95배로 미국의 닷컴버블이 한창일 때인 2000년 나스닥의 87배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창업판은 정말 거대한 거품을 만들고 있는 건가.

두 증시를 비교할 때 단순 비교보다는 우선 증시를 구성하는 기업의 면면을 봐야한다. 4월15일 기준으로 나스닥을 대표하는 시총 상위 기업들을 보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의 순으로 포진해 있다. PER을 보면 애플은 17배,구글은 25배,MS는 17배,인텔은 13배,시스코시스템스는 17배 수준이다.

나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시총이 1000억위안이상인 회사는 숫자로는 3.5%에 불과하다.하지만 이들이 나스닥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 소수의 기업이 나스닥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나스닥 전체의 PER은 결국 이들 소수의 기업이 좌우한다.

하지만 창업판에서 시총이 가장 큰 기업은 인터넷동영상사이트 업체인 러스왕으로 705억위안에 달한다.창업판 상장사의 대부분은 시총이 300억위안 아래에 있다.

만일 애플이 중국의 창업판에 들어간다면 창업판의 PER은 지금의 95배에서 27배로 크게 낮아질 것이다.그렇다면 창업판의 PER이 낮기 때문에 창업판에 거품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두 나라 증시를 비교할 때는 구성하는 상장사의 덩치(시총)별로 그룹을 나눠 비교하는 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애플과 구글처럼 시총이 막대하면서 PER이 낮은 상장사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서 더욱 그렇다.나스닥의 PER은 21배이지만 시총이 300억위안 이하인 상장사들의 PER은 88배,200억위안 이하인 상장사들은 112배,100억위안 이하인 경우 PER이 572배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50억위안 이하 상장사들의 경우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이론적으로 이들 기업의 PER은 무한대인 셈이다.

이제 중국 창업판을 보자.전체 PER은 95배이고,시총이 300억위안 이하인 경우도 95배로 같았다.전체 상장사 429개사 가운데 412개사가 300억위안 이하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시총 200억위안 이하인 상장사들의 PER은 102배,100억위안 이하와 50억위안 이하인 상장사들의 PER은 각각 99배와 110배에 달했다.시총 200억위안 이하인 상장사들만 놓고 보면 나스닥에 비해서 창업판의 PER이 크게 낮은 것이다.

창업판과 나스닥의 PER이 각각 95배,21배인 사실을 들어 창업판의 거품이 매우 크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신중치 못한 것이다.특히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성장가능성이 둔화되는 현실을 감안해야한다.연간 순이익이 1억위안 되는 상장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순이익을 두배로 키우는게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그러나 중국의 공상은행은 중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은행들을 인수합병해야 순이익을 2배로 높일 수 있다. PER을 비교할 때 회사의 규모와 회사의 미래 성장가능성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코스닥은 어떤 수준에 와 있을까요. 어우양후이 교수의 방식대로 코스닥과 코스피의 가치 수준을 분석해봄직합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2(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