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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억 군전투 식량 독과점체제 깨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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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선임기자) 군대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언제일까요. 휴가나 외출·외박을 앞둔 때가 아닐까요. 이에 못지 않게 야외훈련에 나가 전투식량을 먹는 순간도 엔돌핀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구경하기도 쉽지않았으니까요.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했던 탤런트들이 고된 훈련을 마치고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을 먹고나서 “맛있다”며 미소를 지었던 장면도 생각납니다.

군에 보급된 즉각취식형은 쇠고기 볶음밥과 햄 볶음밥 2개 종류입니다. 봉투 안에 들어있는 발열체로 데운뒤 먹습니다. 물을 따로 붓지 않아도 돼 편리합니다. 병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투식량입니다. 발열체를 집어넣어야하는데다 높은 열량을 내야하고 최장 3년을 보관할수 있도록 제조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개당 단가가 7975원에 달합니다.

온수로 데워 먹는 전투식량 1호는 5440원,물을 부어서 먹는 전투식량 2호는 5236원입니다. 제일 싼 것이 추가조리없이 그대로 먹는 특전식량으로 4613원입니다.

육군은 2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투식량 혁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군과 민간 전문가, 관련 업체 대표 등 60여 명이 참가한 이번 공청회에서 전투식량을 신세대 장병 입맛에 맞도록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습니다.

육군은 이날 기존 군 전용 전투식량 대신 민간 아웃도어형 식품을 사들여 장병들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아웃도어형 식품은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전투식량보다 맛이 좋고 메뉴도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격도 3000원 수준입니다. 기존 전투식량보다 훨씬 저렴한 이유는 보관기간이 군용보다 짧은데다 대량생산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육군은 훈련장에서 바로 음식을 데워 먹는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에 들어있는 발열체가 무거운 것도 단점이라고 판단, 민간 기업이 개발한 발열팩이나 발열봉투를 구입해 모든 전투식량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되면 물을 붓거나 온수로 데워야하는 불편도 없어집니다.

육군은 올 하반기부터 민간 아웃도어형 식품을 구입, 1개 군단에서 시험해보고 연말에는 1개 군사령부로 확대시행할 방침입니다. 육군은 시험결과가 좋게 나오면 내년중 전군에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민간 아웃도어형식품이 군에 도입되면 예산절감 효과 외에 유통기한도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군은 유통기한 2~3년의 전투식량을 비축한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부터 장병에게 공급중입니다. 민간 아웃도어형식품의 유통기한은 1년에서 1년6개월 수준입니다. 장기간 비축에 따른 보관비용도 아낄수 있죠.

민간 아웃도어식품이 군에 들어오면 기존 전투식량 시장 패권이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전투식량을 구입하는 예산은 240억원입니다. 참맛과 샬롬 2개 회사가 납품합니다. 육군 관계자는 “2개사가 장기간 독과점체제를 유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전투식량을 품질과 맛, 영양에서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싼 가격에 조달하려는 육군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합니다. /swchoi@hankyung.com(끝)

사진 출처: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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