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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여자란 무엇인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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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땅 한평이 없어 고민하는 분들은 풍수지리 자체에 대해 짜증을 내겠지만 필자 역시 풍수에 대해서는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다.

그것은 물신이 지배하는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육관인지 육갑인지 하는 어떤 반풍수는 전두환씨 집안의 묘자리가 좋아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전씨는 유배생활에 감방생활까지 하고 있으니 묘자리 하나는 제대로 잡은 셈이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안의 묘자리에 대한 주장들은 더욱 가관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은 역사적 공과가 너무도 복잡해 그의 공적 생활에 대해서는 함부로 논할 성질은 아니다. 어떻든 찢어지게 가난하던 그의 부친이 조상의 묘를 쓸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결국 남의 땅에 도둑질 하듯 묘를 썼는데 알고보니 그게 천하의 명당이더라는 게 시중에 나도는 풍수쟁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박 전 대통령 집안은 모두가 알듯이 가족사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패가망신한 집안이다. 그의 형과 그 자신, 그의 아내가 모두 총에 맞아 죽었고 딸들은 제대로 가정조차 이루지 못해 대가 끊어질 판이다. 아들 역시 순탄치 않았다.

우리의 풍수쟁이들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우선 탓할 밖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원래 풍수지리가 이런 목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풍수사상은 인간의 아름다운 염원을 한몸에 안고 있는 것이고 우주의 크고 깊은 순환과정을 체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유가 죽어 묻히는 무덤자리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어떤 자리일까. 땅은 한마디로 음기의 상징이요, 그래서 명당자리라 함은 곧 여자의 자궁을 닮은 땅이다. 자궁은 죽으면 돌아갈 곳이다.

사람이 어미의 자궁에서 태어났듯이 땅의 자궁속으로 돌아가 인간은 영원회귀의 순환에 들게 되는 것이다. 땅으로 돌아가 흙이 되고 그 흙위에서 다시 농사를 지어 자란 식물을 먹고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는 순환이다. 한국적 영원회귀라고나 할까 불멸성의 추구라고나 할까.

자연과 인간의 대비는 죽어돌아갈 자궁을 땅에서 찾았고 그래서 땅 모양중 여자의 그곳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 곳을 찾기에 이르렀다. 바로 그게 명당이다. 다양한 경제체제중 유독 농업적 배경하의 문화에서만 가능한 발상임은 물론이다. 자궁으로 들어가는 문은 무엇인가. 그것은 곧 여자의 성기다.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