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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여자란 무엇인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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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인생은 태어나 죽는 것이다. 종교의 뿌리는 아마도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일 테다. 사회의 유형에 따라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과 제도, 죽음을 보는 관점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같은 사회라도 시대에 따라 구성물은 달라질 것이다.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만큼 고루한 관습도 없다. 그것은 세상이 뒤집어져도 존속하는 몇 안되는 고집센 제도의 하나다. 그래서 낡은 관점에 도전하여 성공한 자들은 곧 인류의 새로운 스승이 되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위대한 철학과 사상만이 죽음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공자가 사상의 적들과 죽음의 문제를 두고 벌인 논쟁은 유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올 때는 제사 문제야말로 수천의 무고한 순교자를 생산했던 것이고 거슬러 가면 예수 역시 죽음을 두고 당시의 교권에 반기를 들고 있다.

맹자는 살아있는 사람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터에 죽은 사람 걱정을 하느냐고 제자들을 나무랐지만 역시 죽음의 문제는 21세기를 앞둔 오늘날까지 철학과 종교 사상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거창한 철학이며 종교를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지 모른다. 죽음을 처리하는 문제 즉 장례문제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이로 인하여 충돌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해마다 여의도 면적보다 더 넓은 땅이 공동묘지로 변해간다는 우려와 지적이 반복되지만 한국의 고루한 무덤제도는 끄덕없이 존재하고 번창해가고 있는 중이다.

죽음의 문제와 성풍속이 어떤 연관을 갖는가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을 테다. 그러나 「무덤은 곧 여자의 자궁」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한국의 무덤은 곧 여자의 자궁이다. 자연과 인간의 절묘한 아날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시중에 범람하는 풍수지리에 관한 그많은 책들과 생각들은 모두 여자의 자궁에 관한 연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살아있는 사람이 사는 「양택」에 관한 풍수지리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죽어 묻히는 「음택」에 관해서라면 이는 곧 여자의 자궁에 관한 토론이며 주장이며 사상이 된다.

무덤 자리를 여자의 자궁에서 찾는데는 물론 일정한 사상적 배경이 있다. 사상은 오랜 시절 계속된 경제의 패턴에 의해 하나의 경향으로 굳어지고 일단 굳어진 사상의 수로화 경향은 다시 경제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인의 장례와 죽음 문제는 어떤 경제적 문화적 백그라운드를 갖는 것인가를 연구해보자.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