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형변화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문재인 천정배 정동영 야권내 거물정치인들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다. 천정배와 정동영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데 이어 광주와 서울관악이란 ‘야당 텃밭’에서 출마를 강행,셋은 돌이킬 수 없는 정적(政敵)관계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야당분열을 자초한 셋의 결별배경을 놓고 뒷말도 많고, 정치적 도의와 명분을 놓고 해석도 가지각색이다.두번의 대선패배를 기점으로 야권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셋이 상생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결국 각자도생(各自图生)의 외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게 정치전문가들의 해석이다.역사의 수레바퀴에서 거물정치인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야 정계은퇴 수순을 밟았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싸고 셋은 좋은 인연과 악연을 반복하며 ‘한배(같은당)'를 탔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당시 천정배는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노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문재인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천정배가 정동영과 함께 열린우리당을을 탈당하면서 소원해졌고, 새정치연합 탈당으로 둘의 관계는 마침표를 찍었다. 천정배는 지난해 7.30재보궐선거에서 ‘권은희(전 수서경찰서 과장)카드’를 쓰는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자신의 공천을 배제시킨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으며,그 배후세력으로 친노파를 지목하기도 했다.
‘대망론자’인 정동영과 문재인의 관계는 처음부터 불협화음을 냈다.2004년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정동영은 야당의 지평을 경상도로 확대한다는 이른바 '동진(東進)' 전략의 일환으로 문재인(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총선출마를 종용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문재인은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며 곧바로 청와대 수석자리를 그만두고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가 노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하자 변호인을 거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했다.
반면 총선 직전 '노인폄하' 발언으로 정동영은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는 등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2007년 열린우리당 해체 국면에서 둘의 갈등은 증폭됐다. 문재인은 2011년 펴낸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도 정동영에게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문재인은 노 대통령과 정동영의 마지막 회동을 떠올리면서 “열린우리당이 깨질 위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에게 탈당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왜 만나자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천정배 정동영의 정치생명이 결정된다. 탈당과 야당분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승리한다면 둘은 야권내 권력재편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천정배는 야권의 성지인 호남의 새로운 맹주로서, 그가 평소 구상한 ‘포스트 DJ’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
정동영이 서울 관악을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진보신당인 국민모임을 ‘제3당'으로 도약시킬 모멘텀을 마련한 동시에 스스로도 ‘잊혀진 정치인’에서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설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패하면 내년 총선을 비롯해 둘이 재기를 도모할 정치적 이벤트를 현재로선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재야 정치인으로 남거나, 자연스럽게 정치적 은퇴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 정적의 승패는 당대표로서 뿐만 아니라 대권주자인 문재인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야권텃밭’에서 둘이 승리하면 문재인은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과의 정국 주도권싸움에서 밀리고,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 동력조차 상실하게 돼서다.
향후 대선가도에서도 천정배와 정동영은 문재인의 ‘아킬레스건’으로 사사건건 충돌할게 뻔하다. 1년 남짓한 재보궐 선거에 셋이 사생결단식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이유다.반대로 두 정적을 패퇴시키면 문재인은 당대표로서 뿐만 아니라 대권주자로서 당분간 ‘상종가’를 칠 것이란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