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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식시장…‘날개 편’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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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대금 늘고 채권 수익 급증, 구조조정 거치며 수익 다변화

(이정흔 한경 비즈니스 기자) 최근 3~4년간 지독한 불황기를 겪었던 증권업이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갈 곳 없던’ 투자자들이 다시금 증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박스권에 머물렀던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고공 행진’을 이어 가며 주식 거래 대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디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증권사들이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외국인도 개인도 증권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모두가 행복합니다.”

최근 증권시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실제로 요즘 증권시장에서는 ‘3년 만에 처음’ 보이는 숫자들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지난 4월 14일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었다. 3년 8개월 만에 박스권을 탈출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에 힘입어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8조 원을 넘어섰다. 이 역시 2012년 2월 이후 3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최근 6개월 새 전년 동기 대비 거래 대금 증감률이 꾸준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월 증감률은 플러스 37.5%로 2011년 9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 대비 거래 대금을 보더라도 최근 0.4%대로 2012년 9월(1.5%) 이후 최고치”라며 “증권업이 적어도 지난 3~4년간의 최악의 거래 부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거래 대금 13조 돌파…증권업계 ‘바닥 탈출’
이처럼 증권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2015년 1분기 실적 역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3~4년간의 혹독한 ‘칼바람’을 견딘 증권업계에 그야말로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8일 김태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의 ‘증권-이익이 끌고 정책이 밀어주고’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8.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KDB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의 2015년 1분기 합산 순이익은 314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 분기와 비교해 132.3% 증가한 수치이며 시장 평균 추정치(컨센서스)를 16.8% 웃도는 호실적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2015년 증권사 이익은 20% 증가할 전망”이라며 “무엇보다 증권사들의 이익 증가를 견인하는 것이 증권사 핵심 영업인 수수료 증가와 판관비(판매·관리·유지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 감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이처럼 크게 뛰어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주식시장 거래 대금의 폭발적 증가와 저금리 기조, 지난 3~4년간 국내 증권사들의 구조조정 효과다.

먼저 주식시장 거래 대금의 증가는 증권사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과 직결된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주식시장 일간 거래 대금은 5조6173억 원이었으나 지난 4월 8일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선 10조2913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4월 14일에는 13조4321억 원에 다다랐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일평균 거래 대금이 2조 원 정도 늘면 전체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약 1조 원 정도 발생한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익성이 악화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브로커리지 부문까지 흑자로 돌아서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판관비가 감소한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혜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올해부터 그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줄어든 인건비와 지점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일 발표한 박 애널리스트의 ‘증권주 대세 상승기, 상승 여력 큰 중소형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증권사 판관비는 약 5조1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5조9000억 원)와 비교해 약 13.5% 정도 감소했다. 증권업계 전체 임직원 수는 2014년 3만9000명에서 2015년 3만6000명 정도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략 3000명 정도가 업계를 떠난 셈이다. 이에 따라 감소한 판관비는 대략 8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 30%대로 낮아져
국내 증권사들의 전통적인 수익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로커리지 수익만큼이나 최근 들어 부각되는 분야는 이자 수익(채권 이자, 신용 공여 등)과 상품 운용 수익(채권 평가이익 등)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로 봤을 때 지난 3~4년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며 “2011년만 하더라도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수익의 50% 이상을 브로커리지 부문에만 의존하던 천수답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브로커리지 의존 비중이 지나치게 커 증권시장의 부침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의 비중이 30% 정도로 낮아졌다”며 “이 밖에 이자 수익 30%, 상품 운용 수익 30%, 외환 등 기타 수익 10% 정도로 수익 구조가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과 상품 운용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채권’이다. 이 연구원은 “채권을 보유하면 정기적으로 이자 수익이 들어오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보유 채권 규모가 클수록 이자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이와 함께 지난해 몇 차례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서 채권의 시중금리도 내려갔고 이에 따라 채권 평가 이익도 크게 늘어 상품 운용 수익 부문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8일 CEO스코어 조사 결과 2014년을 기준으로 59개 전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151조6088억 원으로 2013년 말(142조3532억 원)과 비교해 1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채권액을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이 18조4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금융투자(15조9400억 원)·KDB대우증권(15조3709억 원)·삼성증권(15조 원) 등의 순이었다. 59개 전체 증권사의 채권 평가 이익 또한 총 8388억 원으로, 2013년 873억 원과 비교해 8.6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규모가 이처럼 늘어난 데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영향이 크다. 이 연구원은 “ELS는 투자 자금의 70~80%를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라며 “증권사들의 ELS 판매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채권 보유 규모 역시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4년 발행된 ELS는 2013년(45조7158억 원)보다 무려 57%나 급증한 71조7967억 원 규모다. 이 같은 기조는 올 들어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15년 3월 ELS 발행 기록은 10조2987억 원, 2335건으로 사실상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온 ‘증권업계의 봄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 그중 신규 수익원 찾기가 가장 급선무다. 박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각 증권사마다 수익 구조가 비슷했다면 최근에는 각 증권사들의 강점에 따라 사업 부문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특화된 신규 수익원을 개발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중국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시장’에서 활로를 찾은 삼성증권이다. 후강퉁 중국 주식시장은 국내 주식시장과 비교해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높은데다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전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후강퉁 시행 후 약 4개월간(2014년 11월~2015년 3월) 국내 투자자는 약 2조1402억 원 정도를 매매했다. 이 중 지난 2월을 기준으로 삼성증권을 통한 약정 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증권이 6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이를 통해 연간 5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아직은 후강퉁이 낯선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삼성증권이 선제적으로 이에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또 삼성증권은 국내에서 고액 자산가 고객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증권사다.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해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후강퉁 상품을 집중 공략한 것 역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후강퉁에서 활로 찾은 삼성·유안타
삼성증권의 뒤를 이어 후강퉁 시장 거래 대금 2위를 차지하는 곳은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이다. 현재 점유율 20% 정도로 매달 ‘후강퉁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한국투자금융을 비롯한 기타 증권사들 도 앞다퉈 중국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거래량은 미미한 실정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훈풍을 타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기업금융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인 건물을 담보로 제3자인 금융회사가 대출을 미리 약속하는 ‘미분양 담보 확약(미담확약)’을 통해서다. PF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는 향후 시공사(건설사)가 건물을 준공하기만 한다면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더라도 대출금을 상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때 확약을 해주는 메리츠종금증권은 대출 금액의 2~4%를 수수료로 받아간다. 만약 미분양이 발생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미분양 물량의 50~60% 상당을 시공사에 대출해 주고 이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면 대출금을 상환 받는다. 박 애널리스트는 “메리츠종금증권으로서는 손해 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수익 구조”라며 “특히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이와 관련한 수익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 밖에 KDB대우증권은 채권 운용에 특화된 대표적인 증권사”라며 “특히 금리를 비롯한 시장 상황이 이렇게 우호적일 때는 채권 운용 부문의 수익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DB대우증권의 수익 중에서 채권 운용 수익의 비중은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20%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돋보기
봄 맞은 증권업에 주가도 ‘훨훨’
코스피와 코스닥이 고공 행진을 이어 가면서 증권주들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시장이 워낙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증권주들의 주가 역시 더욱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증권주 주가는 지난 1년 전과 비교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다. 2014년 4월 13일과 2015년 4월 13일의 주가를 비교해 1년 새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지난해 2455원에서 올해 7850원으로 219.76% 뛰어올랐다. 메리츠종금증권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2200원에서 올해 6460원으로 193.64% 상승했다. NH투자증권은 9250원에서 1만6700원(80.54%), 삼성증권은 4만2100원에서 6만5400원(55.34%)으로 주가가 껑충 뛰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증권주를 살펴보면 2005년과 2007년 국내 증권주가 급등할 때와 공통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2005년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초로 1000에 도전하고 있었고 2007년은 펀드 투자 열풍으로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초로 2000을 돌파했던 시기다. 이에 힘입어 2007년 7월과 10월 주식시장 거래 대금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8%와 182.8%로, 이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고치다. 김 애널리스트는 “특히 2005년은 증권사의 구조조정 마무리로 수익성이 개선되던 시기였다는 것도 공통점”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당분간은 증권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vivaj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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