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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증시급등하는데 왜 자본유출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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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 증시는 올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 순유출 규모가 적지 않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모순된 현상을 두고 '중국의 수수께끼'라고 얼마 전에 보도했습니다.

왜 그럴까요.그 답을 찾다 보면 중국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만나게 됩니다.블룸버그통신은 자본유출 근거로 부동산거품 붕괴,기업 수익성 악화,위안화 절상 추세 멈춤,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등을 꼽았습니다.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최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38억달러의 자본순유출이 있었습니다.1년여만에 가장 큰 규모의 유출입니다. 지난 3월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7300억달러로 올들어 3월까지 1100억달러가 줄어들어 감소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달러대비 가치가 떨어지는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보유 달러자산을 시장에 내다 판 때문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고 합니다.지난해 4분기엔 자본계정의 적자규모가 1998년 이후 가장 컸습니다.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요. 국제금융협회(IIF)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국장인 찰스 샘보르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거시경제가 더 악화되거나 증시가 붕괴되면 신뢰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6개월간 상승률이 90%에 달해 중국 당국에서도 잇따라 과열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자본유출과 금융위기를 연계할 때마다 이는 중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아 왔습니다.자본계정에서 위안화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게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학자들은 자본계정에서 위안화 자유태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속에서도 중국이 안전했다고 설명하곤 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자본순유출이 중국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자본유출과 중국의 위기 가능성을 연계시키는 주장을 일축합니다.실제 중국자본의 해외부동산 투자와 외국기업 인수합병은 이미 추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중국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 대책이 있는 곳이죠.(上有政策,,下有對策). 가짜 수입계약서를 만들어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습니다.지난해 중국의 서비스무역 적자가 1853억달러에 달한 게 근거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가 수출입을 가장한 핫머니 유출입을 단속할 때마다 자본의 유출입이 크게 출렁거렸던 건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진짜 중국 당국을 고민케 하는 딜레마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고, 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받으려면 자본계정에서의 위안화 자유태환을 서둘러야한다는 현실에 있습니다. 지난 4월18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례총회에 참석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연말까지 위안화를 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시키는 심사가 진행될 것이다. 올해 자본계정의 태환을 위한 일련의 개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MF의 SDR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 4개 통화로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는데 여기에 편입되면 위안화가 국제기축통화로서의 위상에 한발 다가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IMF는 5년마다 SDR 통화바스켓을 조정하는데 2010년 중국 정부가 추진한 위안화 편입은 무산된 적이 있지요. SDR편입의 중요한 기준 2가지가 수출규모와 통화의 태환 정도인데 위안화는 후자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겁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 등 중국 고위관료들은 올해에는 SDR에 위안화가 편입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왔습니다. 최근 중국이 자본계정에서 위안화 자유태환을 상하이자유무역구를 시작으로 시행하고,텐진 광둥 푸젠 등 다른 3대 자유무역구로 확대한뒤 연말까지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개혁을 검토중이라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중국은 6월에 MSCI지수 편입 시험을 또 치릅니다.작년에는 떨어졌지만 올해는 합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MSCI의 신흥국지수 편입 역시 일정수준의 자본계정 태환을 전제로 합니다.

중국 기업들의 심화되는 자금난도 자본계정 태환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습니다.중국 당국은 작년 11월이후 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을 각각 두 차례씩 내렸습니다.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조치였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기악화로 부실채권이 늘어나고있는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계정 태환이 자유로워지면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손쉽게 자본을 조달해 중국에 실물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됩니다. 조달금리가 중국보다 훨씬 낮은 국제금융시장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자본계정의 태환 개혁은 빠를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중국에 자본순유출이 일어나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개혁이 오히려 자본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에 딜레마를 안기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자본계정 태환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 달러채권이 1조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자본유출이 가속화되고 위안화가치가 급락하면 달러채권 이자에 대한 실제 부담이 커져 중국 기업들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카이사가 중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달러채권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신실크로드 구축 등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중국이지만 이를 이끄는 당국자들의 고민은 깊어보입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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