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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상하이거래소 교차매매 '한후퉁' 추진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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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 증권 당국이 상하이증권거래소와 대만증권거래소간의 교차거래 추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언론의 지난 22일 보도에 따르면 대만을 방문한 장양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차관)은 후타이퉁(滬台通,상하이와 대만거래소 교차매매) 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작년 11월 후강퉁을 통해 상하이와 홍콩 증시간의 교차매매가 시작된데 이어 올하반기에는 선강퉁(선전증권거래소와 홍콩거래소간 교차매매)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후타이퉁 추진이 우리와 무슨 관계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후강퉁 시행으로 이미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이 중국 내국인 전용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투자경로가 홍콩을 통하든 대만을 통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볼 수 있지요.

중요한 건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증시에 직접투자할 수 있는 곳이 홍콩에서 대만으로 확대된다는 겁니다.중국에선 증시급등으로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물론 중국 투자자들로선 자국 증시가 주요 증시 가운데 올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어 해외에 눈 돌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증시과열에서 드러났듯 중국 투자자들의 투자대상이 되는 순간 그 시장은 초고속으로 질주하게 됩니다.홍콩 증시가 3월 중순 이후 급등세를 탄 게 이를 보여줍니다. 중국의 A주 가운데 홍콩 증시에 동시상장된 종목의 경우 중국 증시 과열 탓에 양 증시간 주가격차가 갈수록 벌어졌던 것이죠. 같은 종목이라도 중국 증시에서의 주가가 홍콩보다 훨씬 높고 그 차이가 벌어지자 향후 주가 수렴을 예상한 중국 투자자들이 홍콩증시에 몰려들었지요. 그 덕에 홍콩 증시가 덩달아 급등세를 탔던 겁니다. 후강퉁에서 상하이 증시의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하루 한도(105억위안)가 꽉 차는 일이 4월들어 처음 생기기도 했습니다.

연초 중국 부호전문연구기관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부호 리스트에서 중국 태양광업체 한넝의 리허쥔 회장이 자산총액 1600억위안으로 왕젠린 다롄완다 회장(1550억위안)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1500억위안)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온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한넝에 대한 중국 개미들의 투자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기 때문입니다.중국 개미들이 향후 대만증시에서도 큰 부호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싱가포르증권거래소와 호주 거래소에서도 상하이증시와의 교차매매를 검토해볼만하다는 얘기들이 있어 왔습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는 모두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준 FTA에 해당하는 협정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한국도 중국과 지난 2월 FTA 가서명을 해 금명간 본서명을 할 예정입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과의 FTA에 별도로 금융챕터를 두고 추후 개방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처음으로 FTA를 통해서도 금융개방에 점차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힙니다.

한국도 한국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간 교차매매를 적극 추진해볼만합니다.중국에서 인지도가높거나 중국 사업 실적이 좋은 한국 증시 상장사에게는 축복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한후퉁이나 한선퉁(한국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간 교차매매)이 양국의 긴밀한 금융협력의 테이블 위에 올라가길 기대해봅니다.

물론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성향이 강해 한후퉁 시행이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만 있다고는 보기 힘듭니다.하지만 리스크 없는 이익은 없지요. 더욱이 전세계 주요 도시간에 역외위안화 허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상하이나 선전거래소와의 교차매매 시행은 한국의 위안화 허브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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