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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만에 퓰리처상 다시 받은 美의 지역 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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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20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 주 찰스턴시의 한 지역신문사인 ‘포스트 앤드 쿠리어’의 뉴스룸에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발행부수가 8만5000부, 기자 숫자는 80명에 불과한, 그저그런 지방 일간지가 ‘언론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중에서도 최고 영예의 공공서비스부문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합했던 언론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보스턴 글로브.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형 언론사를 누르고 21개 부문중 유일하게 금메달이 수여되는 대상격인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마이크 프라이드 퓰리처상 선정위원회 사무국장은 “더 포스트 앤드 쿠리어가 기사 뿐만 아니라 사진, 그래픽, 비디오 등 시각적 자료를 활용해 공공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독보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4명의 소속 기자를 통해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정폭력문제를 심층 취재한 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제목의 연속적인 시리즈 기사를 지난해 8월부터 보도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300여명의 여성의 삶을 추적, 이들의 겪은 말 못할 고초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인권문제를 고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발행인인 피제이 브라우닝은 “우리의 뉴스룸이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우리의 기사로 인해 여성인권이라는 이슈가 부각됐고, 법적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고 기자들을 치켜세웠다.

놀라운 사실은 이 조그만 지역신문이 1925년에도 ‘곤경에 처한 남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탄자니아에 뇌수술을 가르치는 신경외과의사들의 스토리와 2013년에는 보험산업의 부조리를 고발한 시리즈 기사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메이저 언론사를 위협하는 탄탄한 실력을 과시했다. 시상위원회 측도 이날 “지역의 작은 언론사가 어려움을 이기고 가장 권위있는 공공서비스 부문을 수상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퓰리처상은 헝가리 태생의 이민자 출신인 언론인이자 정치인인 조셉 퓰리처의 유지에 따라 1917년 제정됐다. 그는 ‘뉴욕 월드’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공교롭게도 올해 퓰리처상 속보사진부분 수상자로 선정됐다- 등 2개 신문사를 인수한 뒤 휴먼 스토리를 최초로 도입하는 등 미국의 저널리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또 1892년 컬럼비아 대학에 저널리즘 스쿨을 만들어 언론의 학문적 기초를 수립하고, 전문적 소양을 갖춘 기자들을 배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퓰리처상의 심사와 시상식을 컬럼비아 언론대학원이 주관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다.

퓰리처상은 그가 남긴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뉴스와 사진 등 14개 언론 부문과 문학, 드라마, 음악 등 기타 7개 부문 등 21개 부문에 걸쳐 매년 4월 수상자를 발표한다. 심사위원회는 전현직 언론인들로 구성된다. 수상자에게는 1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며,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에게는 금메달이 수여된다. 미국 대통령중에서는 존 F 케네디가 1957년 저서 ‘용기 있는 사람들’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sglee@hankyung.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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