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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여자란 무엇인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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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김용옥 교수의 여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좀더 연구해 본다. 노장사상가인 김교수는 「기」 철학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때 기란 것은 이기일원론이니 이기이원론이니 할 때의 바로 그 「기」다.

우주만물의 생성의 힘이요, 형용하기 힘든 힘의 덩어리가 바로 「기」다. 이 「기」는 그러나 성의 격이 없다. 여성과 남성의 구별이 있을 수 없는 것이 「기」의 덩어리요, 남자든 여자든 힘의 한쪽 성분만을 분점해 있다. 그러니 남자와 여자가 다른 존재일 뿐 차별이 있는 존재는 아니다.

솟아오르는 기가 있고 흡수해 빨아들이는 「기」가 있다는 생각은 동양과 서양이 큰 차이를 이루고 동양내에서도 사상의 형태에 따라 다른 외양을 가진다. 예를 들어 유학에 있어서는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열등한 존재다. 공자는 여자와 소인은 상종하기 어렵다는 말로 여자를 아예 인격 이하의 존재로 치부하고 있다.

노장은 그러나 전혀 다른 여성관을 갖고 있다. 노장의 여성관은 여성적 기질을 우주만물의 근원으로까지 승격시켜 놓고 있다. 「깊고 은근한 문」이라는 말로 여성의 성기를 아예 진리의 문으로까지 말하고 있으니 이는 확실히 여성상위시대의 사상적 뿌리가 될지도 모른다.

묘한 것은 절대적 남성 우위의 철학들이 대부분 BC 5세기를 전후한 인류의 주축시대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론 여자와 남자의 투쟁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싸움의 하나지만 주축시대에 와서 여성의 차별은 이론과 현실에서 모두 확고부동한 것이 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는 아예 동성연애자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자를 무엇인가 모자라는 존재로 폄하했었다. 기독교 교리를 기초한 바오로 역시 여자들을 아예 원죄와 동일시하는 등 지독한 남성 위주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기독교는 더구나 여자로 인해 인류가 죄를 지었다고 하는 것이니 여성비하는 당연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원전 약5세기 전후에 철저한 남성위주의 세계관이 관철되고 이론적으로도 정립된다.

물론 여성열위의 제도와 체제는 이보다 훨씬 이전에 구축되었을 것이다. 아마 농경문화의 영위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필자는 갖고 있다. 여성을 폄하한 공자는 알고보면 기마민족인 동이족의 한 계보라는 것이고 대부분의 공격적 남성적 문화는 여성비하의 속내를 갖고 있다.

농사를 짓는 일과 목축유목의 경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부를 수밖에 없다. 목축에서 여자가 할일은 밥짓고 빨래하는 일밖엔 있을 수 없다. 어느 시대건 여자가 「할일이 있다면」 여성의 동등한 권리는 보장될 것이다. 여성의 해방이 여성의 노동참여를 부르는 것이 아니고 여성의 노동이 곧 여성의 해방을 부르는 것은 역사가 말하는 대로다.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