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바르샤바는 지금 ② 韓 기업 주재원 사과 한개로 텃새 이겨낸 사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은정 국제부 기자) 폴란드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는 사과입니다. 러시아로 꽤 많은 물량이 수출됐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서방 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폴란드의 수출길이 막힌 겁니다.

자국 농민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폴란드 정부는 여러 방안을 생각해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하루 사과 한 알 먹기’ 운동입니다. 이렇게라도 사과 소비를 늘려야 했던 것이죠.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 했거든요.

그래서 바르샤바의 많은 점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각 음식점에서는 일단 사과를 활용한 디저트를 늘렸습니다. 원래 사과파이 등이 유명한 폴란드지만, 사과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개발하고 있죠. 옷이나 가방, 신발을 사도 서비스로 사과를 담아주는 가게도 늘었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인 사과 주스의 생산과 소비를 대폭 늘리기 위한 노력이 가장 눈에 띕니다. 이 때문에 폴란드항공에서 제공되는 음료는 사과 주스가 주를 이룹니다. 도시락이나 세트 메뉴에 딸려 나오는 음료도 사과 주스로 바뀌었고요.

바르샤바에서 만난 한 한국인 여성이 이와 관련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한국의 한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두 달 전 바르샤바로 발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폴란드인들이 그리 싹싹하거나 서글서글하지 못해서 고민이 많았다고 하네요. 외국인에 대한 텃새가 심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고요.

첫날 출근을 한 뒤 며칠이 안 된 시점이었다고 합니다.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느라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집에 사다 놓은 사과 한 알과 우유를 들고 부랴부랴 사무실로 향했다고 합니다. 사과 한 알을 들고 출근한 그를 바라보는 폴란드인들의 표정이 매우 흐뭇해 보였다고 하네요. 그 이후 부쩍 더 상냥해졌다네요. 상황을 모르던 그는 나중에 폴란드인들의 사과에 대한 애정과 소비 노력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그저 배가 고파서 사과 한 알을 들고 출근했을 뿐인데 나름 일석이조였던 듯 하네요. /kej@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5.01.15(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