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구글을 궁지로 몰아넣은 EU의 새 '보안관' 마가렛 베스타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뉴욕=이심기 특파원) 구글이 유럽서 최악의 상대를 만났다. 이름은 마가렛 베스타거. 47세. 여성이다. 덴마크 경제장관을 지낸 EU의 경쟁담당 집행위원이다.

베스타거는 덴마크에서 ‘강철 여성’으로 통한다. 지난해 EU로 자리를 옮기기 전 경제내무부 장관 재직 당시 사회보장혜택을 대폭 축소하자 실업자 단체가 그녀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운,(영어로 fu*k you를 뜻한다) 실물 크기의 손 모형을 선물로 보냈다. 그는 이 선물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자신의 EU집행위 사무실의 커피테이블에 두고 있다. 그만큼 강단이 세다는 뜻이다. 덴마크의 한 신문은 그에 대해 “베스타거를 여러 가지 이유로 검찰에 고발할 수 있지만 두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고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베스타거의 독특한 취미는 뜨개질이다. 할머니로부터 배운 기술이다. 지금도 가끔씩 내부회의 중에도 뜨개질을 한다. 그는 지난해 덴마크 경제내무장관직을 떠나면서 후임자에게 직접 실로 짠 만든 장남감 코끼리 인형을 선물로 넘겨줬다. “자신에게 잘못한 상대에게 적개심을 품지는 않지만,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변호사협회 주최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반독점세미나에서 이와 비슷한 발언을 남겼다. “우리는 구글에 적개심을 갖고 있지 않다. 구글을 상대로 전쟁을 할 뜻도 없다. 다만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했는지에만 집중할 뿐이다.”

짧은 단발의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그는 지난 15일 브뤼셀에서 열린 EU집행위에서 구글을 반독점 위반으로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쟁당국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럽에서는 구글이 검색엔진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글은 검색엔진분야에서 유럽의 특정국가에서는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이같은 압도적 시장우위를 등에 업고 비교 쇼핑검색 결과에서 경쟁사를 배제했다는 것이 베스타거 팀이 내린 결론이다. 만약 반독점법 위반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구글에 부과되는 최대 과징금의 규모는 64억 달러로 1년 매출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강인하다는 자신의 평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소비자들은 우리에게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모두에게 개방적이도록 해주기를 원한다”며 “그것이 내 책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U내 분위기는 다른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에서 경쟁법을 강의하는 한 교수는 “EU에 새로운 보안관이 떴다”며 “베스타거가 구글을 시범케이스로 삼아 앞으로 경쟁법 위반을 얼마나 험하게 다룰 것인지 신호를 보냈다”고 NYT에 말했다.

일부에서는 베스타거가 구글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에 천연가스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을 보다 쉽게 법정에 세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미 EU는 가즈프롬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sglee@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