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주인공은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신용카드 결제서비스업체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CEO인 댄 프라이스. 그는 최근 자신의 연봉 100만달러를 자신 삭감해 직원들의 최저 연봉을 7만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이 4만80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단숨에 평균 45%가 오르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댄 프라이스를 “영웅”으로 대접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그의 결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트위터에 “그의 선의가 오히려 결국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며 “의도는 좋지만, 잘못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패트릭 로저스 노스캐롤라이나 AT&T대학 부교수는 “프라이스는 (연봉이 오르면) 근로자가 행복해져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행복감이 생산성을 증가시키더라도 그 효과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이 회사의 장기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파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루시 림바우는 한 발 더 나아가 “순진하지만, 치기어린 사회주의적 결정”이라며 “댄 프라이사의 결정이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가’에 대한 경영대학원(MBA) 프로그램에서 케이스 스터디로 다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비꼬았다.
대부분의 비판론자는 그에게 이데올로기라는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지만, 적정한 급여의 책정과 이익의 극대화라는 경영의 관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과도한 급여가 근로자들을 느슨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과 임금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댄 프라이스의 결정이 어디까지나 다른 외부 투자자가 없는 개인소유 회사여서 가능했다는 비판도 있다. 만약 주식회사에서 CEO가 댄 프라이스와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사회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프라이스는 스스로를 열렬한 자본주의자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급여체계가 궁극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며, 미국 사회의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데도 광범위하게 기여할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댄 프라이스가 CEO로서 영리한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팀 케인 후버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으로 그래피티의 평판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파트너를 늘리고, 직원들의 도덕성을 높이고 이직률을 감소시키면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리 부스강 벤처캐피탈리스트도 NYT에 “댄 프라이스의 결정이 우수한 인재를 불러들이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바람직한 기업이미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이번 결정이 나온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3500명이 넘는 구직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회사도 새로운 고객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했다고 회사측은 NYT에 전했다. /sglee@hankyung.com(끝)
*사진설명: 댄 프라이스 그래피티 페이먼트 CEO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의 본사에서 직원들의 최저연봉을 7만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